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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령 May 04. 2024

남프랑스 한 달 살기 여행 중

망통


이탈리아와 국경을 마주한 레몬의 도시.

해안의 레스토랑이 하루종일 이야기 꽃을 피우는 곳. 니스처럼 몽돌사이로 들고 나는 파도는 밤이 더 좋겠다. 나이 들어 느긋해진 골목으로 더 느긋한  사람들이 드나든다.

꼬마기차를 타고 돌아본 골목은 다니기 민망할 만큼 좁고 좁았다.

걸어서 이미 다녀왔는데 꼬마 기차가 그리 갈 줄이야. 아름답고 고요한 골목에게 미안한 마음에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이탈리아 국경 근처 언덕에 가볼 요량으로 탄  꼬마기차는 기대를 넘어 살짝 과잉친절의 느낌.

 하지만 가파른 골목골목을 오르내릴 상황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일 수도 있겠다 생각을 한다.

아름답고 소담한 담벼락의 풍경들.

닳아지고 기울어진 역사의 시간에 기대어 버티는 계단길.

어디서나 은은한 레몬의 향기.

구시가 언덕을 올라 성당에 이르면 숨을 돌리며 만나는 바다의 얼굴은 선물이다.

공원과 사람들. 사람이 사는 데는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시간이 지날수록 삭힘의 지혜가 소중진다.

시간이 부르는 노래인 듯 밀가루 반죽의 휴지기처럼

거친 결을 누르는 부드러움은 세월의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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