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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신림역7번 출구로 올라서니, 주위의 포장마차에서 뿜어내는 매캐한 연기가 눈을 괴롭힌다. 무슨 꼬지를 굽는지 싸구려 양념냄새와 함께 비릿한 기름내까지 어우러져, 역한 느낌이 울컥 치 민다. 이곳을 지날 때면 매번 맡게 되는 이 냄새는 마침 벌려놓은 주위의 공사장 소음과 좁아진 도로로 오가는 사람들의 부대낌까지 더해져, 참 짜증스럽다. 그 냄새의 진원지를 급히 벗어나, 사람의 인파를 뚫고 약 삼십 미터 쯤 걸어가니 “미가 할매집”의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얼추 약속시간에 맞게 도착한 것 같아, 느긋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복을 맵시 있게 입은 여자종업원들이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우리는 이렇게 격월에 한 번씩 만남 을 가진다. 고향을 떠나 이곳 서울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끼리의 모임은 벌써 오십년이 넘었나보다. 십대중반의 까까머리로 만나 이제 희끗희끗한 칠십 줄이니. 참 모질고 격한 세월이 많이도 흘러왔나 싶다. 그동안 유명을 달리한 친구도 있었고, 하향한 친구도 있다 보니, 이제 겨우 대 여섯 명이 조촐하게 이렇게 얼굴이라도 가끔 맞대곤 한다. 참 만만하고, 누가 봐도 있는 말 없는 말하며 허물없는 막역지우인 우리들 임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참 그렇지 못함이 면구스럽기도 하다. 지금 우리주위 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각종부류의 갈등이 때로는 하염없이 늙어가는 노인들의 사이조차 비집고 들어와, 가끔 격앙된 순간들이 연출되곤 한다. 진보와 보수, 있는 자와 없는 자, 청년들과 어르신들 간의 갈등은 서로의 불신풍조와 함께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처럼 실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각자의 위치와 환경, 여건에 따라 생각과 견해가 다를 수가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내가 존재함은 곧 타인의 실재로 연결됨은 당연한 귀결일진데, 모든 것을 이분법 내지는 흑백 논리로 자신들의 생각만을 주장하며, 상대의 존립자체를 부정하는 그 곳엔 불안과 혼란만이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오늘도 손자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각자의 건강에 관한 애기며, 남은여생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까지를 안주삼아, 재미있게 우리들의 만남을 마무리 했다. 정치 또는 언쟁의 소지가 될 것들은 슬며시 비켜가고, 상대방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자제 하다 보니 때론 분위기가 서먹해지는 순간들도 없잖아 있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마음과,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으로 남아, 젊은이들의 표양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루빨리 이러한 불안요소들이 해소되고 서로를 보듬고 아우르면서, 보다나은 따뜻한 사회가 되었음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