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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May 10. 2022

Goodbye, Trixie

루퍼트의 근황-


녀석은 이제 스스로 걸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지난주부터 아주 가벼운 산책을 시작할 정도로. 그래도 아주 천천히 1분 걷다가 10분은 내가 안고 있어야 하는 정도이다. 조금씩 더 늘려가면 되겠지. 살도 찌고 있고, 빠진 털도 다시 자라고 있어서 정말 신비의 물약이라도 먹은 것이 아닐까 이상한 상상을 해 보았다.

사실 얼마 전 루퍼트의 여동생 트릭시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트릭시는 먹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딱히 좋아하는 인간이 정해졌다기보다는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은 그냥 잘 따른다. 해외로 이동할 때 검역소에 일주일 정도 머물렀던 적이 있었는데, 검역이 끝나고 데리러 가는 날 트릭시는 그곳 담당자를 더 따르고 있었다. 그 애는 그런 애다... 그렇게 먹을 것을 좋아하던 애가 췌장에 문제가 있어서, 단백질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병에 걸렸다. 그 어떤 약물치료도 소용이 없었고 부작용으로 끝내 간 것이다.

사실 루퍼트는 트릭시에 비해 뼈도 가늘고 비실비실 하여, 모두들 트릭시가 더 오래 살 것이라 말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토록 건강하던-강철 이라고도 불렸던 트릭시가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그냥 가버렸다니. 루퍼트는 그 독한 약 모두 견디어 내고 말이다.

트릭시가 떠난 날 이틀 정도인가, 루퍼트가 허공을 향해 눈을 마주치곤 했다. 어쩌면 트릭시가 루퍼트에게 자신의 마음과 힘을 나눠주려고 왔었던 걸까? 트릭시가 가던 날, 루퍼트는 급격하게 좋아졌다. 털에 윤기가 나고, 몸무게도 늘어났다. 식욕도 좋아져서 스스로 사료를 어느 정도 먹는다. 이제는 산책도 하게 되었다. 병원에서도 기적이라 할 정도니, 이건 트릭시가 주고 간 힘이라 봐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나는 트릭시를 보내며 '굿바이'라고 했다. 여태껏 굿바이라는 말이 이렇게 힘들고 아픈 적이 없었다. 마음 한 구석에 아직 깨어나지 않은 감각 세포를 깨운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감정의 확장은 트릭시가 내게 남긴 선물인가 보다.


트릭시는 장례를 마치고 나무의 양분이 되어 다시 살고 있다. 루퍼트에게도 강철 같은 에너지를 줘서 루퍼트는 녀석의 삶에서 두 번째 위기를 넘기고 살게 되었다. 삶이 돌고 도는 게 이런 걸까? 사실 죽음이 영혼의 끝은 아니다. 그저 물질적 종말일 뿐이다. 트릭시, 나는 너를 언제나 기억할 거야. 다시 만나면 네가 좋아했던 간식 많이 줄게.

굿바이 트릭시,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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