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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Nov 16. 2022

느린 11월에

얼마  아주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녀왔다. 공항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물론 이전만큼 붐비진 않았지만 그래도 활기찬 풍경이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로봇 안내원이 곳곳에서 돌아다니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멋지다며 말을 거는 모습이다. 나는  로봇 안내원이 너무 귀여워서 함께 사진도 찍고 괜히 말도 걸어보기도 했다. 대화 수준은  말에 대답하는 대신 안내판에 텍스트로 단순한 응답 수준에 머물렀지만, 어쩐지 새로운 경험에 설레기도 하면서 앞으로 로봇과 인공지능이 어떻게 진화될지 궁금하기도 했다.  새로운 감정은 여행을 괜스레  들뜨게 했다. 사지도 않을 명품을 구경하면서  진한 향수 냄새가 공기에 퍼져있는 면세장을 서성이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았다. 아주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났고, 현지 먹거리를 온종일 입에 달고 다녔다.  알아듣진 못하지만 익숙한 현지 언어가 어쩐지 편안하다. 그러나 작업 생각에  쉬지는 못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 모처럼 보내는 휴가인데  놀면 나만 손해다 싶어서, 펑펑 놀아보기로 했다. 카메라도 들고나가지 않았다.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썼다.

그렇게 몇 주 있다가 귀국하니 하루 종일 작업만 들여다보던 내 일상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일만 하던 태도는 잘못된 거 아니냐,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작업량이 있건 없건 무엇에 쫓기듯 일만 하는 건 분명 잘못된 것이다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겨울이 다가왔기에 낙엽이 울긋불긋 하구나. 가을밤 들이닥친 소나기에 투명하게 젖은 단풍 바라보며 예쁘다 말해줄 수 있는 여유 정도는 가져도 되는 거 아닌가. 내가 살면서 추구하는 것이 어쩌면 책에 있는 게 아니라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하는 마음 한편에 작은 빈칸에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잡념 와중에도 여전히 나는 예술이 뭔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표면 위로 떠오른다. 눈앞에 있어도 손을 뻗으면 닿을락 말락 한 추상적 실제. 그리고 오직 나만 바라보는 것이기에 경험하는 고독함.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오늘 밤.

귀여운 공항 로봇 안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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