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그 어렵고 하기 싫은...
숙제... 임신을 준비하며 병원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단어 숙제... 왜 이런 표현을 사용하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참 싫다. 학교 다닐때도 사실 숙제는 싫어 했는데 커서 다시 숙제라니... 물런 숙제라는 것이 다 나 잘되라고 예습 복습을 위해 학교에선 했던거고... 임신에서도 숙제는 다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선생님이 내주신다지만 숙제는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기분이 든다는 것과 왠지 미루고 싶고 하기 싫다는 건 같은 맥락인것 같다.
주변이야기를 들어봐도 특히나 남자들은 이 숙제라는 말이 너무 부담스러운듯 했다. 뭔가 억지로 한다는게 싫기도 한듯 했고, 이 숙제라는 것이 나의 상태와 상관없이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다 보니 일종의 반감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남편도 역시 숙제라는 말을 지독하게 싫어한다.
근데... 그럼 어쩌나? 심지어 시간도 정해 주시는데... 이게 미신적인 의미가 있어서 정해 주는건 아니고 약을 먹고 조절을 하고 있는 경우 3-4시간정도의 텀을 두고 그 사이에 이루어 져야 한다는 정도의 그런 어려운 미션이 포함이 된다. 실은 여자로서 나도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처음엔 숙제라는 말을 하지 말래서 자연스럽게 시도를 해 보려 했으나 눈치가 워낙 없느신 분이라 그런지... 내가 어필이 부족한건지 누가 먼저 잠이 들기도 하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한달에 겨우 한두번 있는 기회이고 병원까지 다녀와서 돈과 시간과 내 체력을 써가며 받아오는 날인데 이렇게 보낼수는 없지 않는가? 결국 사인을 만들어 주고 받기로 했다. 숙제라는 단어만 안써도 좋겠다 하여 부부만의... 뭐... 그런거... 여기서 이야기 하긴 좀 그런...
난임 카페에 보면 별의별 방법이 다 있다. 숙제를 마친후에 물구나무를 서는 사람, 다리를 올려두고 있는 사람, 안씻고 버텨 보는 사람 등등... 나중엔 이 모든걸 다 해보는 사람도 있다. 근데 이게 왠걸? 의사선생님이 날을 정해주시면서 궂이 하지 않아도 되는 행동으로 이 모든걸 써 주셨다. 아하... 여태 많은 방법으로 스스로 힘들었구나. 선생님은 웃으면서 '환자들이 이렇게 하면 잘되는게 맞냐고 워낙 물어서 필요없는걸 적어 뒀으니 참고하시구요. 물런 자연스럽기 힘들겠지만 행복하도록 하세요. 행복하자고 이러는거 아니겠어요?'하셨다. 아... 그랬었지요. 선생님... 그런데 언젠가 부터 행복은 모르겠고 미션을 함께 클리어 해나가는 복식조 선수가 되었답니다.
어찌 됐건 많은 숙제들을 잘 해서 칭찬은 받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이제 진짜 5번째 시술이 기다리고 있다. 시술이든 숙제든... 뭐가 중요한가? 이제 제발 와주기만 해라...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