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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여름 Sep 19. 2024

[수능 D-57] 추억 여행

오늘은 연휴 마지막 날 

어제의 여파였을까.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 네가 점심 먹고 나서 거실에 남아 있자, 엄마랑 동생도 쪼르르 나와서 한참 동안 이야기 꽃을 피웠지. 


오랜만에 아무 얘기나 편하게 나누면서 얼마나 즐겁던지. 

역시 네가 있어야 즐거움이 완성되는 것 같아. 

동생 말에 따르면, 엄마랑 너의 티키타카가 가장 좋다잖니ㅋ 


화제는 엄마의 유머 실패부터, 기후 온난화, 채식, 대학, 농구, 연애, 초등학교 시절 추억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이어졌었지. 급기야는 옛날 초등학교 시절 때 사진 찾아보고 싶다고 엄마 휴대폰 가져가서 추억 여행을 시작했잖아. 찾으려고 했던 농구 경기 동영상은 못 찾았지만, 우연히 잊고 있던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추억에 젖는 모습이란. 


엄마는 이번 연휴 동안 도서관에서 빌려놓았던 음악 에세이 책을 많이 읽었는데, 

주로 클래식 관련 책이어서 어제가지는 클래식 음악만 틀어놓았다가, 너희들한테 야유를 받았었지 ㅎㅎ 

오늘은 "노래가 필요한 날"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가요랑 팝으로 추억여행을 하고 있어.  


책은 옛날 발라드 그룹인 <동물원> 멤버였던 김창기 님이 쓰신 건데, 신문에 매주 칼럼 냈던 것을 엮은 것 같아. 가수였지만 정신의학과 의사이기도 해서, '음악 상담소'라는 주제로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야. 한 글에 한 곡씩. 


동물은 엄마가 대학 때 정말 좋아하던 그룹이었어. 서정적이고 착한 노래들. 참, 그 유명한 김광석도 동물원 출신이라니까. 책에도 '키 작은 광석이' 이야기가 몇 번 나와. 


죽 읽다 보니, 딸바보라고 자칭하는 저자의 글에는 딸에게 쓰는 편지도 몇 편 있었거든. 이 칼럼을 연재할 때 딸이 고등학생이어서 힘들었나 봐. 중간고사 준비를 하느라 밤새 공부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아빠의 마음, 응원하는 마음도 보이고, 글로 추측하기에는 그 후에 자퇴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친 딸과 함께 고민해서 자퇴는 하지 않고 수능은 보지 않기로 결정한 내용이 나와. 그 글의 제목은 '너는 잘 살아갈 것이다', 함께 추천한 곡은 'I will survive' 였어.  


고등학교 다니는 딸에게 보내는 아빠의 편지 글을 읽으니 반갑고, 힘든 시절을 거친 학생의 상황과 부모의 절절한 마음이 느껴져서 특히 공감이 많이 되었지. 자신을 패자라고 말하는 딸에게 '고통을 견딜 힘이 지금은 없으니 조금 더 힘을 기르고 다시 전쟁터에 나가라'라고 말해 주고, '인생의 여정에는 수많은 관문이 있고, 필요한 과정을 한 단계씩 잘 통과하면서' 너의 삶을 살아가라고 조언하는 내용이란다. 


엄마는, 엄마도,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꼰대 스피릿 발현되어 이런저런 바램을 이야기 하지만, 

어른으로서 케케묵은 조언은 안 하고 싶어. 

엄마 경험상, 내가 직접 깨닫기 전에는 그런 조언이 하나도 안 들어오더라고 후훗. 


엄마의 생각은 이래. 

친구나 후배들에게는 종종 얘기했는데, 너희들에게는 얘기한 적이 없는 것 같네. 


"자식 자랑은 (하고 싶다면) 그 자식이 40살 됐을 때부터 하자"

"아이들은 (나보다) (훨씬) 잘 살아갈 것이니, 나나 잘 살면 된다" 


엄마가 스스로 잘 살아가고, 

가능하면 너희들에게 자랑이 될 수 있는 엄마가 되도록 더욱 노력해 볼게 ^^   


매우 교훈적인 연휴 마지막 날 편지,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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