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대구까지 간 것은 태국에서 온 친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친한 후배가 올 초에 10월에 대구에서 결혼식 한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는
그 때가 오려나, 그 때 엄마가 갈 수 있으려나 했는데,
가장 친한 후배이기도 해서, 수능 전 마지막 나들이라고 생각하고 가기로 했어.
식이 오후 4시니까 아침은 챙겨주고 나올 수 있고, 저녁은 아빠가 교대로 해주기로 했으니
식사 부분은 해결!
너는 늘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하지만, 인기척이라도 느낄 수 있게 집 어딘가에 있으려고
엄마가 나름 노력 중이거든.
결혼식장이 한옥 야외였는데, 날씨까지 좋아서 그 공간에 있는 것 자체도 좋았는데,
엄마 후배가 신부 대기실을 아예 쓰지 않고, 앞에서 씩씩하게 인사하고, 하객들 모두와 사진 찍고 즐기는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서 콘서트처럼, 공연처럼 준비해서, 박수도 많이 치며 함께할 수 있었어.
축가는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선곡해서 신랑이 노래 부르고, 신부가 춤을 췄는데,
신해철 사망 10주기인 해여서 의미가 있기도 했고, 어린 친구들도 신해철을 아나 싶어서 반갑기도 했지.
많이 웃게 했고, 또 많이 설레게 한 결혼식. 멀리까지 간 수고가 아깝지가 않았어.
올해 주말이나 휴일은 어디 놀러 가지 못하니까 반경이 제한된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은근히 여기저기 다 다니고 있어서 조금 머쓱하기도 하네.
오늘은 엄마 회사의 대만 지점에 일하는 동료도 참석했는데,
식 마지막에 퀴즈 코너에서 가장 멀리 오신 분? 했더니 대만 친구도 아니고 태국 방콕에서 온 여자분이었어.
교환학생 때 만난 이 친구 결혼식 참석하느라 오전에 도착했다고.
한국에 살아도 열린 마음만 있으면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게 되었어.
편견 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책들에 자신을 놓는 경험을 꼭 하기를.
그것은 필연적으로 너의 세계를 확장하고, 한층 더 여유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