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영어 5년째 하는 엄마 어떤데
한 가지를 오래 못하는 엄마가 5년이나 화상영어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니.
5년 한다고 회화 실력이 일취월장하지는 않는다는 것,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지만,
엄마에게는 그 시간이 하루를 정리하고, 상대방의 시각에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야.
엄마처럼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인 선생님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참 금방 가.
엄마가 이렇게 너에게 수능 D-100일 편지 겸 일기를 쓴다는 것도 그 선생님만 알고 있는 것 같아!
부담될까 봐 너에게 보여주지도 않고, 엄마 혼자 그냥 쓰는 것이라고 하니,
언젠가는 꼭 보여주라고, 아이가 부담을 느끼든 어색해 하든 개의치 말고, 꼭 보내주라고 응원을 해주기도 했지.
또 엄마 같은 느긋한 한국 엄마 처음 봤다고, 비슷한 생각 가진 엄마들에게도 공감이 될 거라고도.
아무튼, 이번주는 태풍이 와서 하루는 못하고, 오늘 만났어.
주택에 사는 그 선생님은 몇 년 전에 한번 집 안으로 물이 다 찼던 경험도 있어서
비 많이 오면 늘 긴장이 된대.
태평양 환에 해당하는 지역이기도 하지만, 기후 온난화로 자연재해가 날로 심해지니 더 한 것 같아.
엄마는 사실 서울의 아파트에만 살아서 뉴스로만 봤지 직접 경험은 많이 못해봤는데,
그 선생님과 가족들을 생각하니, 늘 자연재해를 대비해야 하는 삶은 얼마나 무서울까, 싶었어.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한편으로는 외국에서 보기에는 북한과 인접해 있고, 휴전 상태인 우리나라에서 사는 상태보다 더 위험한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나서 이야기했지.
서로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니,
별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그 시간이 헛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엄마는 어린 시절 내내, 어떤 걱정거리 하나만 사라지만 삶이 훨씬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이것만큼은 알아. 골칫거리를 완벽히 제거할 수 없다는 것. 완벽한 상태라는 건 없다는 것을 말이야.
걱정되고 불안하면 불안한 대로,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거더라.
지금의 너도, 그런 연습을 극한의 상황에서 처음하고 있는 것일 텐데,
엄마가 볼 때는 참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고, 느긋한 너의 태도가
엄마는 좋더라. 대견해, 나의 보물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