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기원 선물들에 부담을 느끼는 I
수능이 다가오자
엄마와 친한 사람들이 선물을 보내오기 시작한다.
오늘만 해도 아래와 같은 일들이 있었다.
1. 초콜릿.
작년에 자녀 입시를 치른 친구가, 합격, 수능 응원 이런 귀여운 글씨가 하나하나 붙은 귀여운 초콜릿 세트를 보내왔다. 먹지도 않고, 냉동실 행이다.
2. 오늘은 회사 후배 한 명이 생딸기 모찌 세트를 선물했다. 겉포장에 합격 이런 게 없길래, 퇴근 후 슬며시 아이에게 내밀었다.
처음엔 먹는 거라고 좋아하며 환하게 웃더니
상자 열자마자
저 ‘찰떡 처럼 찰싹 붙어라’를 보더니 부담스럽다고
꺼내보지도 않고 방에 들어가 버렸다.
그건 네가 아닌, 엄마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라고 말해도 소용없다.
엄마가 시험 치는 것도 아닌데 왜 엄마한테 주겠냐며,
어딜 찰싹 붙으라는 거냐며 ㅎㅎ
3. 부산에 사는 후배는 "열두 번 고민하고 보낸다"라고 메시지와
카카오톡 선물로 이뮨 영양제를 보냈다.
올해 남편이 가장 많이 받은 선물 종류라 이미 집에도 많이 있지만,
고민한 마음을 생각하니, 물릴 수가 없다.
4. 오늘 저녁에는 또 한 명의 후배가 내일 회사 앞으로 찾아오겠단다.
20년 넘게 봐 온 막역한 사이라 뭐 줄 생각 말라고 했지만, 이 친구가 빈 손으로 올 것 같지가 않다.
정작 수험생인 너는 부담스러워하는데,
주변인들이 점점 뭐를 주려고 할까 봐 걱정이다.
먼저 주변인들에게 그런 마음 있으면 정중히 사양한다고 말해야 하나?
떡 줄 사람 생각도 없는데 오버하는 건가?
이래저래 오후 반차 많이 내느라 본의 아니게 고3 엄마라고 떠들고 다닌 것이 살짝 후회된다.
이런 생각과 함께,
네가 손도 안 댄 찹쌀떡을 냉동실에 넣을까 고민하는데,
마음이 풀어졌는지, 내일 그 떡을 먹겠다고 한다. (아.. 수험생의 갈대 같은 마음이여 ㅎㅎ)
아, 나는 또, 네가 너무 부담스러워하면,
선제적으로 메일이든 카톡이든 단체로 '혹시 이런 마음이면 정중히 사양할게요'라고 보낼까 고민했다고 하니, 네가 한 말, "엄마 그건 너무 꼴값 아냐?"
졌다 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