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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겨울 Aug 02. 2021

<없는 것> 下

단편소설

5


   모든 방도를 다 써 보아도 알 수 없는 것들이 가끔은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친구의 부음을 들은 때였다. 놀랍게도 그는 그 소식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주변의 누군가가 죽는다면 그것은 바로 그 친구일 것이며, 사인(死因)은 자살이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언제고 한 번은 했었던 까닭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전적으로 그 때문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것은 그가 상상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이야기 중 가장 그럴듯한 사건이었다. 친구는 우울증에 시달렸고,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었으며, 원치 않았지만 의사의 권유로 때론 약을 먹기도 했다. 약을 삼키는 친구의 안에는 영원히 뱉어낼 수 없는 고독이 있을 거라고 그는 추측했었다. 고독의 깊이가 너무도 지독한 탓에 주변의 웃음이나 작은 관심 같은 것으로는 결코 덜어낼 수 없는 분량이었다고, 그는 생각에 살을 덧붙였다. 그는 블랙홀을 생각했다. 모든 것을 삼켜내고, 대신에 다른 무엇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 고독이었다. 그랬기에 친구의 사인이 교통사고라는 말을 들은 이후에야 그는 비로소 놀랄 수 있었다. 교통사고라니. 친구가 스스로 차도에 뛰어든 것은 아닌가 하는 터무니없는 의심마저 들었다. 죽은 그의 친구에게 미안할 일만은 아니라고, 그는 자신의 의심을 위로했다.


   친구의 빈소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죽음을 기억해 줄 많은 사람을 만나기에는 꽤 이른 나이의 죽음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인상을 쓰며 애를 썼지만 노년이 된 친구의 모습을 그리는 데에는 정작 실패하고 말았다. 친구에게는 늙음이 어울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부러운 일이었다. 올라가 절을 하고 고개를 들자 무표정한 얼굴의 영정 사진이 시야에 들어왔다. 얼굴이 차가웠다. 멍하니 보고 있노라니, 사진 속의 친구가 웃음 짓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비웃기라도 하듯 입 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가 있는 것만 같았는데, 평소 친구에 대한 자신의 인상이 반영된 환상이라고,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밥을 다 먹어 가는데도 그는 빈소에서 아는 이를 만나지 못했다. 다만 편육을 씹으며, 친구의 대학 동기로 보이는 이들이 저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인 것이라고 했다. 시시하게도 뺑소니를 쳤던 범인은 다음 날 아침 술이 깨자 경찰에 자수했다고 했다. 친구가 가졌던 고독에 비하면 이것은 꽤나 심심한 죽음이라고, 잇새에 낀 고기 조각을 혀끝으로 덜어내며 그는 생각했다. 심심한 죽음. 그 표현이 그의 마음에 들었다. 홀로 소주병 마개를 돌렸다. 친구와 마시던 술잔이 생각났다. 아마도 마지막으로 그를 보았을 때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렇게 기억했다. 소주를 따르며 그가 친구에게 물었다. 시간이 지나 인턴 딱지를 떼고 정규 사원이 되었다고 한 턱 내던 자리였다. 유부녀는? 친구가 웃었다. 입 꼬리를 슬쩍 올리며 뜸을 들였다. 조바심이 난 그가 되물었다. 어이, 정직원님. 그 여자랑은 어떻게 되었어?


   어떨 거 같은데?


   되묻는 모습이 득의양양해 보였다. 너 설마?

   설마?

   설마?

   설마?

   아, 장난치지 말고.

   아니, 사실 잘 될 수도 있었는데, 노력도 꽤 많이 하고 그래서 많이 넘어온 것 같았는데, 그런데, 친구 말인즉슨, 회사의 야유회 때 그 여자의 아들내미를 보았다고 했다.

   아들?

   자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막상 얼굴을 보자 친구는 얼어붙어버렸단다. 막 걸음마를 떼어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헛헛해졌다는 것이다. 그 여자를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되려나? 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친구가 잔을 들이켰다. 못내 싱거운 이야기라고 그는 생각했다. 친구가 위험한 길을 포기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알 수 없는 아쉬운 마음이 생겼다. 잘했다. 잘했어. 맹자가 따로 없구만. 맹자가 따로 없어.


   검은 넥타이를 추스르며 그가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잘했다. 잘했어.


6


   그리고 친구의 부음을 듣기 꽤 오래전에, 혹은 오래가 아닐 수도 있겠는데, 그는 미술관 입구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 스스로 생각해도 이유는 황당했는데, 그것은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일전에 사진전에서 만났었던, 바로 그 [여자]를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벤치에 반쯤 드러눕듯 기대어서, 그는 오가는 이들을 쉴 새 없이 관찰했다. [여자]의 얼굴이 분명히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다만 그날의 차림새가 잔상처럼 떠오를 뿐이었다. [여자]는 흰 피부에, 물결 진 머리를 뒤로 한 데 묶고 있었다. 검은색 뿔테 안경을 썼다. 어둠 속에서 작은 귀걸이가 촌스럽게 빛이 났던 것을 그는 기억했다. 차림새는 도리어 분명히 기억했다. 재킷에 달라붙는 청바지, 그리고 굽이 그리 높지 않은 구두를 신었었다. 다큐멘터리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던 [여자]는 [여자]를 바라보는 그를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으므로, 그는 [여자]의 옆얼굴 밖에 볼 수가 없었다. 그런 [여자]를 만나기 위해 그는 사진전이 끝나고 어느 일본인 작가의 작품 전시를 준비하는 공연장 앞에 나와 한없이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여자>를 만났다. [여자]를 만난 것도 만나지 않은 것도 모두 옳았기에 기왕이면 만났다고 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전시장에서 <여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고, 동행이 없음을 확인한 그가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여기에서 지난달에는 사진전을 했었죠. 그리고 이번 달에는 추상 작품을 전시하네요. 사진전에 갔었느냐고는 일부러 묻지 않았다. 이는 그가 기대한 바였기에, 그렇게 그는 그의 상상을 완성할 수 있었다. <여자>는 잠시 당황했다. 그날의 기억을 되짚으며, 이후에 <여자>는 그가 그때 말을 걸었던 이유를 몇 차례 묻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적당히 둘러대었을 뿐 단 한 번도 사진전의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날의 <여자>는 그를 경계했으나 완전히 경계하지도 않았다. 바로 커피를 마시자는 그의 말은 튕겨냈으나 다음을 기약하는 그의 약속마저 밀쳐내지는 않았다. <여자>가 보기에 그는 어딘가


   모자라 보였다. 하지만 그러한 일면이 <여자>에게 크게 감점 요인이 되지는 않았다. 도리어 빨리 마음을 열게 하는 하나의 요소가 되었다고, 시간이 지나 <여자>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지나가는 듯 잡았던 다음번의 만남에서 그는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사진전에서 [여자]를 만난 지 열하루가 지났고, 전시장 입구에서 말을 건 지 여드레만이었으며, 그가 이별을 맞은 지는 두 달 하고도 십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는 그의 말이 진심이라 생각했고, <여자>는 그 말 너머의 진의를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7


   그와 <여자>의 시시콜콜한 연애사는 전부 적지 않도록 한다.


8


   후회할 것 같아, 하고 그녀는 말했었다. 후회하면 어쩌지?라고도 했었던 것 같다. 그는 한참을 말을 고르다 세상에 후회가 따르지 않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기억을 몇 번이고 되감아 보았으나 어느 틈에 오고 갔던 대화인지를 그는 밝혀내지 못했다. 그저 이런 식의 대화가 침묵 가운데 몇 번, 적어도 서너 번은 오갔었던 것을 그는 기억했다. 대화의 양상만을 고스란히 놓고 본다면 그가 꽤나 매정한 태도로 일관한 것처럼 보이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다고 그는 스스로를 변호했다. 둘의 문제는 그 둘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거니까, 하는 식으로 친구는 그를 감싸 주었다. 그는 전부를 말하지 않았지만 친구는 전부를 아는 것처럼 반응했다. 말이 나온 김에 그는 눈을 감고 그 순간을 되짚어보았으나, 그 짧은 틈에 어느 순간에 침묵이 있었고 어느 순간에 대화가 있었는지조차 불분명하다는 결론에 닿을 뿐이었다.

   대화가 전부는 아니라고 친구는 말했다. 말의 내용이 전부가 아니고, 어휘 선택 하나하나가 전부가 아니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표정이나 몸짓, 목소리와 같은 비언어적인 표현이라고 거들었다. 친구가 좋아하는 뇌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우리나 백인이나 파푸아 뉴기니의 원주민들이나 행복, 분노, 공포, 혐오, 놀람, 슬픔을 나타내는 표정은 동일한데, 이것은 표정이라는 것이 문화적인 학습의 결과물이 아니라 타고 나는 생물학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친구가 말했다. 뇌에서 보내는 신호가, 인간이라면 모두가 동일하게, 동일한 감정에 동일한 표현으로 얼굴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감정 역시 뇌의 한 기능이며, 따라서 흔히 생각하듯 사고체계와 엄밀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것이라고, 과거의 상태는 그래서 과거의 감정과 함께 저장되며, 그렇기에 감정의 형태로 저장된 과거의 지속적인 경험은 결국 미래의 어느 순간 인간의 선택을 결정하게 되는 기호가 되기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잘 알아듣지 못하자 친구가 예를 들었다. 비가 오는 날에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 슬픈 감정에 사로잡히는 거지. 비가 오던 그 이별의 순간을 추억하면서. 나도 비가 오는 날이면 애상에 젖기는 하지만 비 오는 날에 대한 딱히 나쁜 기억이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가 반박하자 친구는 우물거렸다. 너는 인마, 그게 문제야. 쓸데없이 꼭 이겨먹으려고 들어. 정도의 차이가 있던 뭐가 있던, 아무튼 뭐가 있어도 있겠지.


   그는 둥둥 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으로 친구를 기억했다. 장소는 여전히 친구의 빈소였다. <여자>에게 진심을 담아 사랑한다 고백한 순간부터 그 진심이 시들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을 한다면 친구는 무어라고 반응했을까. 그가 아는 친구라면, 그런 문제는 한 번은 자고 나서 생각해보아야 하는 종류라고 능청을 부렸을 터였겠지만, 글쎄. 좋아하던 문학을 때려치우고, 차선책으로 선택한 법 공부마저 던져버리고는 중소기업의 경영 관리팀에 입사한 친구는 어느 날부턴가 부쩍 뇌 과학에 관심을 가졌었다. 아마도 첫 월급을 받고서 한 턱 낸다고 불러낸 자리에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으로 그는 기억했다. 친구는 예술이 어떠네 사랑이 어떠네, 생난리를 쳐도 결국은 다 뇌의 ‘물리적인 화학작용’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씨발. 비유니 상징이니, 다 떡이나 치라고 해. 씨발. 그는 ‘물리적인 화학작용’이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친구가 대단한 실의(失意)에 빠져 있다는 사실만큼은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었다. 천재니, 하늘이 준 영감이니 암만 떠들어대도 다 뇌의 작은 부분에서 빚어진 일이야. 종교적인 환영이나 환상도 마찬가지지! 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친구는 득의만면했고, 그는 성자(聖者)를 모시듯 친구에게 술을 따랐다. 그래도 조금은 억울해.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고, 글이고 그림이고 아무리 연습해도 타고난 것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말이니까. 작당인지 섭리인지 모르겠지만 이쯤 되면 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되지, 아무렴. 지난번 없어진 팔에 대해 이야기할 때처럼, 친구는 왼손에 힘을 주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마치 팔이 없어진 것은 아닌지 확인이라도 해 보려는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그는 오래도록 기억했다.


9


   미안해요. 아직 나는 잘 모르겠어요. 한강에서 뺨 맞고 종로에서 화풀이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더 면목 없기는 한데, 그곳에 앉아 있는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었다는 말은 진심이에요. 당신의 이름도, 나이도, 성격도, 직업도,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그저 당신의 모습을 보며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생각했었어요. 묶은 머리부터, 굽 낮은 신발까지, 모든 게 다.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사랑이 무언지를 모르겠다는 말이에요. 나는 왜 당신을 보며 사랑한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순서가 바뀌었어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에요. 왜 종로고, 또 왜 한강인지 알아요? 옛날 종로는 나라에서 허가를 받고 물건을 팔던 시전들이 즐비하게 있었던 자리예요. 이 중에서 주요한 품목에 대하여 독점적인 판매권을 인정받았던 가게들을 육의전이라고 해요. 아마 학교 다닐 때 역사 시간에 들어는 봤을 거예요. 한강에는, 그러니까 지금의 노량진이나 마포 일대에는, 난전이라고 하는 비공식적인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어요. 불법이었으니까, 지금의 노점상 같은 거였으니까 당연히 단속에 들어가면 다 쫓겨났죠. 위세가 높은 시전 상인들한테 맞은 화풀이를, 그들한테는 찍소리도 못하다가 애꿎은 난전에 와서 행패 아닌 행패를 부린단 말이에요, 속담이 가진 뜻은. 정리하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경우가 되겠죠? 그런 건가 봐요, 지금 당신이 이야기하는 건. 그것이 사랑이든 뭐든 간에.


10


   그는 소주 한 병을 다 비우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역시나 그때까지 아는 이를 만날 수는 없었다. 비유니 상징이니 다 떡이나 치라고 해, 씨발, 중얼거리며 짐짓 친구의 흉내를 내 보기도 했으나 누구도 그것이 생전 친구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문득 그는 거울이 보고 싶었다. 그의 뇌는 지금 그에게 어떠한 신호를 보내고 있을까? 분노? 혐오? 공포? 슬픔? 행복? 저도 모르게 제 얼굴에 드러나는 것이라면 그것에 감정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인가 의뭉스러웠다. 얼굴이 뜨거웠다. 거울을 보면 온통 붉은색이 되었을 것이다. 술이 확 오르는 기분이었다.

   훅 더운 김을 내어 뱉으며 계단을 오르는데, 검은 양복을 입고서 친구의 빈소로 내려가는 무리와 마주쳤다. 계단이 좁았으므로 그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서야만 했고, 무리가 일렬로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덕분에 그는 그의 눈께를 지나가는 이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살필 수 있었다. 그들의 차림새와 말투, 사용하는 단어에서 어렵지 않게 친구의 직장 동료들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들은 무표정했다. 친구가 이들과 함께했던 시간 역시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들이 그의 곁을 다 빠져나가고 나서야, 외디푸스처럼 패악을 부리며 길을 막지 않은 것을 그는 후회했다.


   중년의 남성, 또 중년의 남성, 삼십 대 후반의 남성, 이십 대 후반의 남성, 중년의 남성, 삼십 대 중반의 남성, 이십 대 초반의 여성, 삼십 대 후반의 남성. 계단을 모두 오른 후에야 친구가 말했던 그 여자의 후보가 될 수 있는 얼굴이 저들 사이에 있지 않음을 그는 기억해냈다. 친구가 마지막에 사랑했을 그 여자는 결국 빈소에도 오지 않은 것인가, 생각했다가, 혹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가공의 인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한 번 들자, 그가 아는 친구의 모습들이 살이 되어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친구는 유부녀이기에 그 여자를 사랑한다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틀린 표현이었다. 그 여자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친구는 사랑할 수 있었다. 그는 채 장례식장에 들어서지 못하고, 주차된 승합차 뒤의 좁은 공간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아이를 꼭 끌어안은 채 펑펑 울고 있는 한 여자를 보지 못한 채로 비적비적 걸음을 옮겨 큰 길가로 빠져나왔다. 가로수에 기대 비틀거리는 몸을 지탱하다가, 손을 들어 택시를 잡아탔다. 집 주소를 부른 채로 그는 눈을 감았다. 지갑의 현금이 얼마나 있는지, 카드로 계산해야 할지를 가늠하며 그는 그녀를 생각했다. 웃기지도 않은 일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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