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창문밖 고양이
내가 아내와 결혼하면서
한 다짐이 있었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생각.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방치된 삶을 살았던 나는
나의 아이에게도
혹시라도 같은 잘못을 할까 두려웠다.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가위에 눌렸던 악몽이
학교 가는 길
한가운데 의자가 놓여있고,
갑자기 나타난 새엄마가
그 의자에 앉아
뽀글 머리의 화장 짙은 눈으로
나를 따갑게 노려보던
꿈이었으니....
이후 나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는
더 말하지 않아도
어떤 시절을 보냈는지
짐작할 것으로 생각한다.
여하튼 결혼 후 나는
새어머니에게 아버지와
이혼할 것을 권했다.
물론 새어머니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새어머니가 데려왔던 누나들
그들이 내 아내의
시누이가 되어
말도 못 할 모함을
계속하는 걸
지켜볼 자신이 없었다.
새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두 누나와 함께
정리하고 떠났고
그들이 떠난 후에도
삶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마찰은 없었으나
후유증은 남아있었고
눈 앞에서만 사라졌을 뿐
그들이 내게 남겼던 기억이
같이 날아간 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아내가 말을 꺼냈다.
"우리 고양이 키우는 거 어떨까?"
...
고양이라면 떠오르는
유년시절 기억.
학교는 이미 끝나고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는데도
새엄마와 누나들의 잔소리
아버지의 의도적인 무관심이 싫어
늦도록 집에 안 들어가고
낯선 집 처마에 쪼그려 앉아있는데
서서히 젖어드는 하늘
아마도 장마의 첫날이었던가
그랬다.
그때 갑자기 나타나
내 무릎 위로 올라와
한참을 체온을 나눠주며
무심하게 한 잠을 자고 내려간
고양이.
그때
잠이든 고양이를 어쩌지 못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바지 자락이
빗물에 모두 젖어 버렸고,
아니나 다를까
집에 들어가자마자
모진 된 소리를 들어야만 했지만...
아내의 말에
난 그때 그 따스함이 떠올랐다.
"그래! 고양이 좋아!"
아내의 말에
나는 곧바로 답을 하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요.
그렇게 몇 시간을 살펴보다
눈에 들어온 한 녀석.
이름이 용감이라 불리는
유기묘였다.
https://brunch.co.kr/@banchang-go/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