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창고 아저씨 Jan 13. 2020

반.창.고.

반갑다 창문밖 고양이

고양이와 살기로 마음먹다.

시작하는 글


내가 아내와 결혼하면서 

한 다짐이 있었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생각.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방치된 삶을 살았던 나는

나의 아이에게도 

혹시라도 같은 잘못을 할까 두려웠다.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가위에 눌렸던 악몽이


학교 가는 길 

한가운데 의자가 놓여있고,

갑자기 나타난 새엄마가 

그 의자에 앉아 

뽀글 머리의 화장 짙은 눈으로 

나를 따갑게 노려보던

꿈이었으니....


이후 나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는 

더 말하지 않아도 

어떤 시절을 보냈는지

짐작할 것으로 생각한다.


여하튼 결혼 후 나는

새어머니에게 아버지와 

이혼할 것을 권했다.


물론 새어머니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새어머니가 데려왔던 누나들

그들이 내 아내의

시누이가 되어

말도 못 할 모함을 

계속하는 걸

지켜볼 자신이 없었다.


새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두 누나와 함께

정리하고 떠났고


그들이 떠난 후에도

삶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마찰은 없었으나

후유증은 남아있었고

눈 앞에서만 사라졌을 뿐

그들이 내게 남겼던 기억이 

같이 날아간 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아내가 말을 꺼냈다.


"우리 고양이 키우는 거 어떨까?"


...



고양이라면 떠오르는 

유년시절 기억.


학교는 이미 끝나고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는데도


새엄마와 누나들의 잔소리

아버지의 의도적인 무관심이 싫어 

늦도록 집에 안 들어가고

낯선 집 처마에 쪼그려 앉아있는데


서서히 젖어드는 하늘

아마도 장마의 첫날이었던가 

그랬다.


그때 갑자기 나타나

내 무릎 위로 올라와

한참을 체온을 나눠주며

무심하게 한 잠을 자고 내려간 

고양이.


그때

잠이든 고양이를 어쩌지 못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바지 자락이 

빗물에 모두 젖어 버렸고,

아니나 다를까

집에 들어가자마자

모진 된 소리를 들어야만 했지만...


아내의 말에

난 그때 그 따스함이 떠올랐다.

 

 "그래! 고양이 좋아!"



아내의 말에

나는 곧바로 답을 하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요.


그렇게 몇 시간을 살펴보다

눈에 들어온 한 녀석.


이름이 용감이라 불리는 

유기묘였다.





다음 편에 계속

https://brunch.co.kr/@banchang-go/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