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창고 아저씨 Jan 17. 2020

1-2 반창고의 시작 용감이

반.창.고 - 반갑다창문밖고양이

생활하면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용감이는 귀가 

들리지 않았다.


처음엔 

무슨 말을 하면 다 알아듣는 듯

행동해서

귀가 안 들린다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


간간히

말썽을 부리거나 장난을 심하게 쳐

컵을 깨거나 

장식장의 유리를 깨거나 했을 때

주의를 주기 위해 혼내면


녀석은

못 들은 척 뒹굴뒹굴.


그건 그냥

고양이들의 특성이라고 생각했다.


울음소리가 

보통 고양이들과 다르게

너무나 큰 건

용감한 성격 때문이라고

넘겨짚어버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날파리를 잡기 위해

우연히

용감이 뒤통수에 박수를 쳤을 때 

귀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걸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싶어

다시 있는 힘껏 박수를 쳐봤다.


용감이는 조그만 미동도 없었다.


그랬다.

태어날 때부터 용감이는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 었다.


때문에 아무리 사납게 짖어대던 개도

웅웅대며 날아다니던 말벌도


음소거된 TV 화면의

동물의 왕국처럼

녀석에겐

심심한 그림이었을 것이다.     


눈 앞에 상대가

어떤 위협을 외치던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용감이는

보이는 그대로만 받아들이며

당당하게 다가가 

앞발로 꽝!     


게다가

자신의 소리도 들리지 않기에,

배고프면, 졸리면, 아프면,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울었던 것이다.     


 "냐~아~옹~!"     


용감한 고양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만들어 진 것이었다.


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삶의 본질.



그랬다.

나는 용감이와 달리

귀가 잘 들렸지만,


유년시절 

몹쓸 환경 때문에

주변의 소리를

못 들은 척하며 살았던 적이 있었다.     


바보 소리도 들었고,

눈치 없다는 소리도 들었고,

그러니까 엄마가 

널 버리고 도망갔다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주먹을 날리지 못했다.     


목청 껏 크게 울지도 못했었다.     

감정을 담아 소리치지 못했고,

주먹을 쥐지 않았고,

눈 앞에 보이는 것 마저

외면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나에게 온 첫 고양이가

내가 못했던 모든 것을

눈 앞에서 매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밖에 할 줄 모르는 고양이와

그것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나.  


그렇게          

나와 같지만 다른

용감이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해갔다.     



내가 크게 울어도 

기꺼이 들어줄 사람이 

옆에 있음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존재가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귀까지

열리게 되었다.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에,

최선을 다해

그것을 들어줄

상대가 나타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외쳐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어디선가 울고 있는

누군가의 

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내가 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용감이를 시작으로 

길에 버려진 고양이와

파양 되는 아이들을 하나둘씩 

마음으로 품기 시작했다.              


용감한 고양이.

용감이.     




용감이는 

우리와 14년을 같이 살다가      

볕 좋은 어느 날

우렁찬 울음 대신

넉살 좋은 눈웃음을 보여주며

먼저 하늘로 떠났다.   




다음 이야기는 꽃님이 할아버지 이야기에요

https://brunch.co.kr/@banchang-go/4

작가의 이전글 1-1 용감한 고양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