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r Kwak Feb 23. 2024

육아 2주차. 덕대디는 모르는게 너무 많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아내에게도, 아기에게도 미안하기만 한 한주.

동분서주. 하지만 덤벙대기만 할 뿐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첫 한주였다. 독일에서 아이를 출산 후 서류 준비 및 제출도, 한국처럼 조리원 시스템이 없는 독일에서 와이프 케어도, 그리고 아기를 돌봄에 있어서도 모든 게 부족하기만 함을 느끼는 첫 주였다.


결국 와이프는 섭섭함의 눈물을 보이고. 아이는 여전히 칭얼대고.

덕대디의 2주차는 좌충우돌 우당탕탕. 말 그대로 고군분투였다.




2월 8일 목요일 오전 9시 45분. 아이 출산 후 2월 11일 일요일. 4일만에 와이프와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어느새 2주가 지난 금요일. 우리 아이가 태어난지는 어느덧 15일차. 2.67kg으로 태어난 우리 아이는 2.5kg까지 살이 빠졌다가 어느새 3kg가까이 살이 붙었다. 약하게 태어난 우리 아가가 살이 찌고 힘이 붙는다는 것은 그 어느 소식보다도 기쁜 소식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도 쉽지 않았다. 초반에 모유 수유를 거부하고, 실리콘 젖꼭지를 사용했더니 실리콘 젖꼭지 없이는 자지러지게 울면서도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모습에 엄마도 아이도 너무 힘들어보여 이만하면 되었다. 분유를 타올까라는 질문에 아이 엄마는 서운해했다. 갑작스럽게 퉁명스러워진 그녀의 모습은 통잠을 자지 못하고 쪽잠으로 2주째 지내며 체력적으로도 꽤나 힘에 부친 나에게도 불편함을 넘어 서운함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도 다 있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몰래 화장실에서 서운함과 아쉬움을 담아 깊은 한숨과 짧은 마음의 재단장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왜 분유를 먹자고 이야기를 했는지, 그것이 모유수유를 방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힘들어하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에, 어떻게 할 수 없는 남편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이를 불편하게 받아들였다면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신혼 초도 물론이겠지만, 이렇게 육아를 처음 시작하는 부부의 관계에서 부딪힘과 사소한 다툼은 비일비재하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왔기에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자 처음에는 그저 듣고만 있던 아내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내가 분유를 먹이자고 한 이야기가 왜 서운하게 다가왔는지. 자기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지 등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고, 실질적으로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나에게 새로운 시각과, 내가 간과했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대화를 통해서 풀어나갔다.


이렇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빠가 된다는 것은,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리고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배앓이를 하는지 영아산통을 하는지 갑작스럽게 야심한 밤에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보는 것도, 모유 수유를 하지 않으려고 떼쓰는 아이를 보는 것도, 트림을 제대로 시키지 못해서인지 자다가 토를 하는 아이를 보는 것도.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잘못인 것 같고, 내가 부족해서인 것 같고, 미처 챙기지 못한 나의 잘못인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부부끼리, 아내와, 남편과 의견 충돌이 생기고 서운함이 쌓이고, 이러한 감정을 어떻게 소모하고 어떻게 풀어나가는 지도 무척이나 중요하고 어렵다. 아이가 우리에게 온 것은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고 축복이고 사랑이 가득한 일임을 분명하지만, 아이가 우리에게 오고나서부터 우리의 삶은 너무나도 달라졌다. 모든 일에 아이가 우선이 되고, 보름이라는 기간동안 통잠을 자본적이 언제인지, 마음놓고 밖에 나가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나만의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지 등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육아 선배님들이 계시겠지만, 육아 2주차 불혹의 초보 아빠가 느낀 한 가지는 무엇 하나 쉽게 가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부딪혀야 하고, 무너져야 하고, 한번쯤은 혼쭐이 나봐야 한다. 그래야 그 소중함을 알고, 당연함이 당연하지 않음을 알고, 서로의 어려움을 알고, 서로의 입장과 견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번 2주차는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렸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이 없었다면, 함께 아이를 보살피는 이 첫 시간이 없었다면, 아내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이만큼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고, 퇴근을 하고 나서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것에 서운함이 쌓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렇기에 재택근무와 짧은 휴가가 끝나고 다시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 하는 다음주가 되더라도, 퇴근을 하고 왔을 때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 집에서 아내와 아이가 나를 반기더라도.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 2주라는 시간은 나에게 이런 이해와 공존을 헤아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앞으로도 많이 부딪힐 것이다. 수 많은 서운함이 쌓일 것이고, 수 많은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에, 기꺼이 부딪혀 볼 것이다. 그 수 많은 부딪힘이 모여 결국에는 더 단단해진 우리 세 식구의 환한 웃음이 만들어지길 바라며.




2주차 찌니의 일상은 아래 링크에서 짧은 SHORT영상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D-Day] 응애응애 세상에 태어났찌니 #용띠아가 #신생아 (youtube.com)


[D+03] 아빠품에서 잠들었찌니 #용띠아가 #신생아 (youtube.com)


[D+06] 신생아 3대 과업 수행하고 있찌니. Step#1. 숙면 #용띠아가 #신생아 (youtube.com)


[D+06] 입  오므리고 잤찌니 #용띠아가 #신생아 (youtube.com)



매거진의 이전글 2024년 02월 08일. 덕대디로 새롭게 태어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