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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진 Yejin Lee Feb 28. 2024

내가 스위스 대학원을 추천하는 이유

세계 100위권 안에 들어가는 ETH 취리히공대, 로잔공대 + 제네바대학

이전 글에서 스위스는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학생으로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스위스에서 유학을 하면 좋은 점도 있다. 내가 스위스 대학원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스위스 국립 대학교의 저렴한 학비와 높은 수준의 교육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나라이니 학비도 비싸지 않을까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 기준, 1년 학비는 학사와 석사 그리고 박사까지 모두 1000프랑 정도 (약 15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학비가 이렇게 저렴할 수 있을까 싶지만, 유럽 여러 나라들은 정부에서 대학교 학비를 지원해 준다. 그래서 스위스의 국립 대학교는 학비가 굉장히 저렴하다. 이는 스위스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 유학생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더 놀랍지만 말이다.


물론 스위스 물가를 고려하면 생활비가 많이 들 수 있지만, 학비가 비싸서 학교를 다니지 못할 일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지 않을까. 영국과 미국만 해도, 외국 유학생은 경우에 따라 현지 학생들에 비해 몇 배 비싼 학비를 내야 하는데, 스위스는 외국인이라고 차별하지 않는다. 정말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몇 만불씩 하는 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대출을 받아 공부를 하는 미국인들도 있는 것에 비하면, 스위스에서 학비 때문에 대출을 받을 스위스인은 거의 없다.


스위스 대학의 입학 기준도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은 입시를 통해 4년의 대학 생활을 어디서 할지가 결정된다. 하지만, 스위스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을 통과해서 졸업장을 받고, 독일어나 프랑스어 등 현지 언어 기준만 통과하면, 스위스 내에 국립 대학교 중 어디든 지원해서 들어갈 수 있다. 스위스 전역에 총 12개의 국립 대학교가 있는데, 그 중에 한 곳을 지원해서 입학할 수 있다.


문제는 입학은 쉽지만, 졸업은 어렵다는 것이다. 스위스 대학교는 1학년 입학생으로 대학교 2학년 정원의 몇 배가 입학한다. 즉 대학을 다니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모두 다 같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지만, 졸업을 할 수 있을지는 개인의 학습 능력과 학업 성취도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의대까지도 누구나 입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1학년 시험 성적에 따라서, 2학년에 올라갈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된다. 혹시 1학년 시험에 입학한 그 해에 바로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1년간은 다시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는 한다. 하지만, 두 번째도 성적이 안돼서 2학년에 올라가지 못한다면 더 이상 대학교에 재학할 수 없다. 같은 학교나 다른 대학교에 가서 1학년을 다시 다녀야 한다. 물론 여러 대학에서 도전을 했음에도 2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한다면, 공부가 아닌 다른 길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더 높겠지만 말이다.


한국이나 외국 학생들의 경우, 현지 언어를 요구하는 학사 프로그램과는 달리, 석사나 박사 프로그램들은 영어만 하더라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여럿 있다. 대학교 졸업장과 토플과 같은 영어 성적이 있다면, 다른 영미권 대학의 대학원 과정처럼 스위스 대학원도 지원해 볼 수 있다. 특히 영국이나 미국의 비싼 대학원 학비 때문에 유학을 망설이고 있는 경우에는 저렴한 학비의 스위스 대학원 과정은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세계 100위권 안에 들어가는 유명한 스위스 공대들도 있다. 아인슈타인이 나온 취리히공대(ETH)나 로잔공대(EPFL)에 지원해 볼 수 도 있고, 혹은 내가 현재 박사 과정을 하고 있는 제네바대학교에 지원해 봐도 좋다. 국제기구나 여러 비정부기구에 관심이 있다면, 제네바대학의 석박사 과정을 하면서 제네바에 위치한 유엔 등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인턴십을 해 볼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른 나라와 또 다른 스위스의 특이한 교육 시스템은,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는 게 필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대학을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반면, 스위스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 고등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빠르면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스위스 아이들은 자신이 직업학교로 갈지 고등학교에서 대학교 진학을 준비할지 결정을 하게 된다. 전체 중학교 졸업생 중에서 20% 정도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그 외에 학생들은 다양한 전문 직업학교에 가서 직업 훈련을 받고 빨리 취업을 하게 된다고 들었다. 행정직, 판매직, 전기공, 우체부, 요리사 등 다양한 전문직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대신, 전문 직업 훈련을 마치고 바로 취업을 한다.


직업 훈련을 받는 아이들은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들보다 더 빨리 취직해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스위스는 서비스 업종 심지어 슈퍼마켓에서 계산원으로 일해도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을 한다면 먹고사는데 큰 문제는 없다. 스위스 미그로라는 슈퍼마켓 체인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일반 계산원의 최저 임금이 한 달에 4100프랑 (620만 원)이다. 물론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을 찾으면 월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겠지만, 그만큼 몇 년의 시간 동안 공부를 더 해야 하고, 대학을 들어가기는 쉬워도 졸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마음고생만 할 수도 있다.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고 빨리 취업을 해서 돈을 벌고 싶은 경우에는, 직업학교에 가는 걸 선택하는 게 스위스에서는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에 맞는 교육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곳, 스위스.


생각보다 스위스 유학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고,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석사나 박사의 경우 영어만 해도 지원해 볼 수 있고, 양질의 교육을 거의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스위스 대학교도 좋은 유학지 중 하나이지 않을까. 물론 대학교 학부 과정은 대부분 독어나 불어와 같은 현지 언어를 구사해야 지원해 볼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주변에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스위스의 공립 유치원, 초등학교, 중,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공교육이 너무 좋다고 들어왔는데 앞으로 리암이를 키우면서 직접 경험하고 글로 남겨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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