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새벽 혼자 잠이 깹니다.
창가 사이로 찬 기운이 들어오는걸 보니 바깥날씨가 꽤 추운것 같습니다. 순간 미국 본사는 여기 보다 더 춥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옵니다. 일어나 처음으로 들어오는 생각은 미국 이민 고민입니다.
작년 말에 늘어나는 대출이자가 가계부담으로 다가 오자 아내가 아이들 학원비 걱정을 했습니다. 아이들 학원을 줄여야겠다고요.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없는 교육제도와 한국의 서열사회에 대한 이야기 끝에 미국을 가면 다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말을 저에게 던졌습니다.
11년 전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로 저는 줄곳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아내의 결론이 저를 살짝 흔들었습니다. 저는 반신반의하며 "정.. 정말 갈 생각이 있는 거야?" 아내는 좁은 서울의 집을 벗어나 아이들 방 하나씩 주고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녀의 눈은 벌써 미국의 집을 그리고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키우고 싶어 하는 강아지도 키울 수 있고~!" 이 정도면 말 다했습니다. 실행해야지요!
며칠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 네 명을 데리고 무작정 미국을 가는 건 가장으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로써는 말이 나왔을 때 가야 하기에 한국에 있는 모든 걸 정리하고 빨리 가는 방법을 찾은 것이기도 한데 스스로 물어도 너무 무모합니다.
그래서 미국 본사에 혹시 미국으로 가서 근무할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물어본 지 한 달 남짓 답변이 왔습니다. Welcome to USA!
미국본사에서 답변이 있은 후에 아내와 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정말 미국으로 가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정작 하라고 하면 망설여지는 그런 마음 있잖아요?
금전적인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를 찾는 것은 아닌가? 그런 도피처라도 찾을 수 있는 건 능력이 아닌가?
미국을 간다고 아이들이 잘 클까? 본사 위치가 3만 명 남짓 사는 너무 작은 시골이라 아이들 교육은 괜찮을까? 아이들은 놔두면 그냥 큰다는데 정말 미국에 풀어 두면 잘 클까?
1인지사장으로 재택근무 하며 자유로운 근무시간으로 지내는 생활을 10년을 넘게 했는데 미국에 가서 7시 출근 4시 퇴근하는 일을 하면 괜찮을까?
미국 살며 동남아, 한국, 중국 출장이 잦을 텐데 내가 없는 가족은 평안할까?
한국 연봉의 두세 배는 받아야 미국 생활이 가능하다던데 과연 연봉을 그렇게 올려 받을 수 있을까?(미국 거지되는 거 아님?)
눈앞의 불확실성이 불안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아내도 결국 미국행을 거부했습니다. 본인의 성향을 살펴보니 미국에 가서 잘 지낼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냈다고 합니다. 속이 좀 상합니다. 잔잔한 호수에 돌덩이를 던져 미국에 대한 그림을 그리게 해 놓고선 생각해 보니 아니라고 하는 게 저를 허탈하게 만드네요.
저도 곰곰이 며칠 더 생각해 보았습니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 가족전체에게 좋은 방향은 무엇인가? 고민 끝에 적어도 1년은 저 혼자라도 미국에 가서 근무를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습니다. 본사로 이직해서 1년 정도 있어보면 정말 회사에서 제가 어떤 위치까지 있을 수 있을지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고, 무엇보다 회사일에 발전적인 기술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그러고 나면 미국에 더 있어도, 한국에 돌아와도 더 성장한 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동안 가족의 안위인데... 아내는 기약이 있는 미국행은 기러기여도 가능할 거라 말합니다. (매일 글쓰기로 저를 연결해 두겠다고 하는군요~!)
아이들 방학이면 미국에 와서 같이 생활도 해보고, 미국간지 1년쯤 후에 가족회의를 통해서 가족이 전체다 미국으로 이민을 갈지, 저만 한국으로 돌아갈지를 결정하려 합니다.
어떤 미래가 펼쳐 질지 저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