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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호 작가 Jan 26. 2023

전세가 나갔어요!

사 남매 아빠의 강남 정착 실패기 또는 탈출기

어릴 적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고 들었다.

나이 들어서까지 큰 꿈을 가지고 있으면 사람이 현실 감각이 없다거나(메타인지부재) 허황된 꿈을 가졌다고 한다.


과연 큰 꿈은 언제까지 꾸어야 할까? 어른이 되고 나이가 사십이 넘어서 꾸는 큰 꿈은 잘못된 허황된 비현실을 쫓는 것인가?

 

나의 꿈은 서울 남자가 되는 거였고, 미국에 가서 화끈하게 살아 보는 거였다. 과연~!?


10년 전 남양주에 터전을 잡았다. 그 동네에서 월세, 전세, 자가로 세 번의 이사를 하며 지내다가 동대문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층간소음이 또 다른 이사의 주된 이유이긴 했지만, 강남에서 아이들 교육을 하면 좋겠다는 아내의 선택에 따라 삶에 터전을 옮겼다.


이러한 이사가 아이들도 성장 중이라 결과를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맹모삼천지교를 따라 사는 곳을 2년에 한 번씩 이동한 것은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얻은 것보단 잃은 것이 많았다고 생각된다.


우선 우리 아이들에게 하고자 했던 제대로 된 강남 교육을 시켜 주지 못했다. 사남매를 강남교육의 해택을 받게 할 금전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두명에게 겨우 쓸 수 있는 금액으로 네명이 나누어 쓰는 형국이랄까? 외벌이 월급쟁이로 벌어오는 돈의 한계를 여실히 확인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좋은 학군으로 이사를 했다고 처음에는 자부했지만, 2년 6개월의 시간은 코로나와 함께 비대면으로 학교를 가지 않으니 학군의 혜택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주변에 학생들은 사립학교에 등교하는 것처럼 보였다. 상위층은(동네부자들) 우리 아이들과 교류가 거의 없다는 말이다. 한 강남 교육이 정말 우리 아이들이 잘 크는데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아직까지 내 마음속에는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금전적인 이유인데, 사남매를 적정한(?) 공간에서 키울만한 크기의 집을 구하지 못했다. 만약 대출이자가 그렇게 많이 나가지 않았는 다면 이사를 가지 않겠냐는 질문에 나는 그래도 이사를 생각했을 것 같다. 20평대의 빌라에서 네명의 아이들과 지내는 건 쉽지 않았다. 우리집은 3인 가족이 살기에 좋을 집 사이즈다. 공간이 작으니 아이들은 더 방방 뛰는 걸로 느껴지고, 나의 스트레스 지수도 덩달아 높아졌다.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 뛰지 마라 떠들지마라고 말하는 게 결국 내가 공간을 이렇게 좁게 만들어 놓고 죄 없는 아이들에게 벌을 주는 일이 잦아지니 이건 백프로 부모의 잘못이다.


아내가 강남으로 이사하자고 했을 때,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나 최소한 판단이 서지 않아 결정 내리기 힘들면 멈추어야 했었는데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아내의 의견을 수용한 것 또한 동의를 한것이라는 생각이 이제는 든다. 당연하지~! 남도 아니고 내 가족과 내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뒷짐지다가 할말을 하지 않은 내책임도 크다.  


결국 우리는 다음달 처음 시작 했던 남양주로 다시 이사를 하게된다. 최근 각종 규제가 풀려서인지 작년1년간 집을 보여준 횟수만 수십이였던것 같은데 전세고 매매고 움직이지 않던 집이 규제가 풀리고 처음 우리집을 방문한 분이 전세 계약을 바로 했다. 물론 전세 시세를 기대보단 많이 깎아 주었어야만 했지만, 거의 1년 6개월을 세입자든 매수자든 만날수가 없었다가 찾아온 귀인(?)이기에 홀가분 하다. 문에 전세가를 낮춰주는 대신 대출 이자나 월세를 집주인이 세입자를 대신해서 내어주는 집이 생긴다는 걸 보니 전세도 딱히 낮게 계약 한것도 아닌것 같아 마음을 다 잡았다.

 

동네를 막상 떠날려니, 동네가 다시 보인다. 옛날 대문 아파트 분양 받아 들어 갔을때 탑층을 뷰 맛집이라면서 계약 하고 사는 동안은 뷰를 잊고 살다가 매도 하는날 창문 앞에 서서 내가 살았던 집이 뷰 맛집이였다는게 떠올라서 놀랍고도 아쉬웠던 기억이 소환 되었다. 동네의 좋은 점이 보인다. 할말많지만..말하지않는...ㅋ


살던곳으로 돌아 간다는게 실패해서 가는 느낌이라 꿈을 포기는 것만 같다. 서울에서의 두번의 이사와 투자 실패는 억대의 빚만 남겼고, 은행 돈을 내돈인것 마냥 가져다 쓴 결과는 대출이자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더니 가계생활비를 야금야금 먹으며 생활의 근간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었다. 그래서 좀 쉬고 싶었고, 편안한 곳으로 돌아 가고 싶었다. 살던 집을 전세를 주고 남양주에 30평대 전세를 얻었다. 남은 금액으로 대출금을 4억원을 전액 상환 할수 있다. 갚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안간 딴소리지만 강남 빌라 한채 전세금으로 남양주 아파트 전세 셋채를 계약할수 있는건 또 얼마나 회괴한 현상인가? 더 큰평수로 가면서 말이다. 한국의 집값이야말로 비현실적이다!

  

앞서 강남에서의 생활은 잃은게 많다고 했지만 그래도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더 현실적인 사람이 되게 만들어 주었다. 가짓수로 치면 잃은게 많지만 깊이와 성장의 측면에서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된거다.


시작한 곳으로 돌아가지만 그곳을 떠나오던 그때의 나와는 많이 성장 했음을 스스로 느끼기에 실패는 아니라 생각된다. 실패와 성공은 한끗차인데 더 발전하고 성숙한 내모습을 보니 성공이라 말해주고 싶다!


고생하셨습니다! 일호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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