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은 또 눈빛을 교환 한다. "얼마나 걸려? 30분후?오케이? 장소는 거기? 오케이?" 아이들 돌밥돌밥이 방학을 기점으로 시작되었다. 사남매 방학이라는 힘든 여정을 떠나기 전에 아내의 격려차 회식을 제안 했다. 아이들에게 "오늘 저녁은 볶음밥 해먹어~! 할수 있지?" 둘은 도망 치듯이 집을 빠져 나온다. 예전에는 이럴려면 애를 왜 네명이나 낳았냐고 서로 자책 하곤 했는데 이젠 그것조차 없다. 사남매 아빠, 엄마가 함께 하는 유일한 탈출구이기에 당당해 졌다. 둘째는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데요? 같이 가면 안되요?"하며 따라 붙고 싶어 하고, 셋째는 "형~! 엄마 아빠도 둘이 시간이 있어야지~! 두분이서 좋은시간 되세요~!" 하며 자기 형을 잡아 끈다. 데리고 가고 싶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말려 주는 셋째가 기특하면서 고마우면서 또 미안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둘은 현관에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쓩~!
집에서 300미터 거리에 딱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스타일에 술집을 발견했다. 지난 여름 돈을 벌어 보려 대리운전을 시작하고, 얼마 안되었을때 집 책상에 앉아 대리기사 앱을 키고 '갈까 말까'를 연신 고민 하고 있을때 정말 집앞에서 콜이 떠서 나도 모르게 콜을 잡아 300미터를 걸어 갔었다. 사무실 같은 곳에서 아가씨 두분이 나와 차에 타더니 방금 자기들이 나온 술집에 대해 극찬을 하는게 아닌가? 평소 일식을 안주로 제일 좋아하는 나로써는 안가볼수 없었다. 대리운전은 지난 여름철 폭우에 우산3개를 버리고, 신발도 하나 버리고, 밤늦게 까지 흔들리는 차에서 콜을 잡기위해 앱을 뚫어져라 보느라 눈도 버렸지만, 이 술집 하나 건졌다.
술집의 자동문이 열리자 조용하던 식당 앞이 사람들의 대화소리에 분위기가 확~ 전환된다. 나도 같이 목소리가 커지며 분위기에 동승해본다. 술집에 들어서자 마자 기분이 업이 되는거다. 참 신기하다. 아직 술 한방울도 안먹었는데..
아내가 "이집도 이제 마지막이겠다 그지?" "응, 아무래도 오늘이 마지막이겠지?"나는 대답했다. 우리는 설이 지나고 보름 후면 남양주로 이사를 간다. 힘들때 좋을때 둘이 집에서 빠져 나와 킥킥 거리며 오르막을 올라 원하는 안주에 배를 떵떵 거리며 푸지게 먹었던 집이라 많이 아쉽다.
9시가 넘으니 주변이 정리가 되고 사람들도 하나둘 빠져 나간다. 음식 맛만 쫓던 우리도 진지해 졌다. 아내는 내가 최고라 말해 준다. 너무 고맙다고도 한다. 나는 평소처럼 해왔던 대로 하고 있는데 갑자기 고맙다고 말하는건 상대의 심경의 변화가 있기 때문일 거다. 아내의 인정에 기분이 날아 갈것 같다. 이세상 모든 남편들은 아내의 칭찬과 인정에 목말라 한다. 그 칭찬과 인정이 존경의 의미로 남자들은 받아 들이게 된다. 물론 한번의 인정이 남편의 삶 모두 다 그렇다는걸 인정하는게 아니기에 남편은 아내의 감사한 표현을 삶에 원동력 삼아 하던데로 또는 조금더 열심히 가정을 위해 힘써주면 된다. 꼭 한마디 해주면 자기가 다했다고 기고만장하는 사람들이 있기마련이라 노파심에 한마디 했다.
그래도, 자기만 채우려는 아내에게 13년을 헌신 하며 "그대가 최고요~!!" 하며 살았는데 그래도 좀 채워 졌나 보다. 주변도 둘러 보고 자신이 그렇게 독단적인 사람이 였다는걸 깨달았다 고도 하고, 남편 고생 많았다며 이렇게 크~은 얼굴도 고사리 같이 작은 손으로 쓰다듬어 준다.
둘이 손을 꼭 붙잡고 올랐던 고개를 내려 온다. 집 현관문을 열면 또 다시 일상이지만 가끔 아내와 함께 탈출 할수 있는 장소가 있어서 감사하다. 술은 한잔도 못하지만 얼음 글라스에 콜라를 부어 내가 잔을 들때 마다 건배를 해주는 아내가 있어 감사하다. 엄마 아빠 외출 했다 돌아오니, 쪼로로 달려와 강아지 새끼들 마냥 머먹고 왔는지, 무슨 이야기 했는지 다 알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어 너무 감사하다. "우리 강아지들 집 잘지키고 있었어? 밥은 먹었어?" 아내가 하는 말이 정말 강아지들 한테 하는 말과 꼭 같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