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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호 작가 Jan 31. 2023

대출금 상환 작전

고금리 시대 대출압박 탈출기

평범한 40대 외벌이 가장입니다.

똘똘한 한 채가 답이다 할 때 집을 마련했다가 층간 소음에 마련한 집 당시 시세 1억 5천 정도 손해 보고 급매로 팔고 방배동 신축 빌라에 들어왔습니다.

20년 빌라 계약할 때 3억 원 대출받으면서 고정 금리로 한건 신의 한 수였다는 걸 21년 사당동 다가구 건물 신용 대출로 계약금 내면서 깨달았습니다. 대출이자가 자고 일어나면 오르고 또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게 매번 금리가 '조정'된다(고 쓰여있지만 오른다는 문자)고 오는 문자를 받는 것도 주기적인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방배동 들어올 때 급매로 아파트를 처분했더니 취득세등이 모자라서 신용대출로 4천만 원 대출받고, 자동차 바꿀 때 3천만 원 신용 대출받은 게 있었습니다. 다들 2~3% 저리로 받아 둔 거라 별 신경을 안 썼습니다. 그리고, 사당동 다가구 투자로 계약금 1억 원을 추가로 대출받았습니다. 원래는 한두 달만 쓰려고 급하게 받은 신용 대출이었는데.. 그래서 이자도 높았지만 별생각 없이 받았는데 그게 평범한 가정에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습니다.


금리가 슴풍슴풍 오르더니 이자(원금상환포함) 총액이 월급의 절반이 되었습니다. 한두번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이런 상황이라면 가정을 꾸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든 1억 계약금 때문에 받은 신용대출부터 갚아야 했습니다.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태어나 처음으로 어머니께 돈을 빌려 달라 말했습니다. 용돈도 넉넉히 드리지도 못하는데 돈을 빌려 달라는 말이 안 나올 것도 같았는데 절박해지니까 생각보다 담백(?)하게 말씀드리고, 3천만 원을 무이자로 올해 9월까지 빌릴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돈 빌려 달라는 말 못 하는 게 자존심에 문제였다는 생각도 한편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빌리고 반드시 갚을 수 있는 계획만 있으면 빌려 쓰는 게 현명한 조치 일 텐데 부모님께 손벌린다는 미안함과 힘들다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자존심 때문에 그간 말을 못 했구나 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나머지는 절실하게 집이 나가길 기도 했습니다. 기독교인은 아닙니다. 이건 아내의 영역이었긴 한데 집옆에 성당에 가서 성모마리아상 바라보며 울기도 하고, 주변에 종교에 많이 귀의하신 분들에게 기도를 부탁하기도 하고 저도 마음속으로 집이 매매되거나 전세라도 나가길 정말 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윤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하나 완화 했습니다. 정책 변화의 여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집 근처 부동산에서 전세 찾는 분이 있다고 연락이 왔고, 3월부터 이 근처에서 아이들 학교를 보내고 싶으시다면서 급하게 전세 계약을 했습니다. 전세 계약금이 들어왔네요. 바로 고금리 신용 대출부터 일부 갚았습니다. 대출이자 줄어드는걸 눈으로 보니 마음이 너무 편안해집니다. 숨통이 조금 트인다고나 할까? 사채나 고금리 대출 쓰시는 분들의 마음을 정말 조금 느껴봅니다. 얼마나 힘드실까?


그런데 이번 설 다음날 처가에 가서 있는데 전세자를 맞춘 부동산에서 전화가 옵니다. 전세를 못 들어오는 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급하게 받아 보니 매매손님이 있으시답니다. 집에 사람도 없는데 다짜고짜 집을 보여 달라고 합니다. 집 청소도 못하고 아침 일찍 집에서 나오느라 싱크대며 아이들 침대 위며 정리가 하나도 안되어 있는데 '뭐 집을 본다고 바로 사겠어?' 하는 마음에 쿨하게 집 비번을 알려 줍니다.


설 다음날은 마침 장모님 생신이라 막내 사위인 저는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이벤트 회사에서 파견된 직원 같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중에 부동산 사장님 전화가 울려 받습니다. '사장님 잘 보고 문단속 잘하고 나왔습니다.' 하는 전화인 줄 알았는데 반전~!!!

"사장님 이분이 사신데요~!" 나의 대답 "정말요? 진짜요? 왜요?" 말하고 보니 내가 한 말이 어이가 없어 고개를 허공에 좌우로 몇 번 휘저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그렇게 매매 계약금도 일사천리로 들어왔습니다. 방배동 빌라도 급매로 내어 놓긴 했지만, 시세보다 3억 떨어 트린 금액이라 속은 아프지만, 이때 아니면 탈출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매매를 결심했습니다. 매도금액 떨어 뜨리는 고통보다 매달 매달 대출이자의 공포가 저에게는 크게 느껴졌겠지요. 그러면 이제 뭘 해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나머지 신용 대출을 갚아야 합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중도상환 이자금액을 확인하고 상환하기 버튼을 사정없이 눌러봅니다.


아내와 하이파이브를 합니다~!


이렇게 모든 신용 대출은 청산했습니다. 남은 건 방배동 빌라 잔금 때 주택담보대출만 상환하면 부채는 0원이 됩니다. 다음 달 17일이면 저는 대출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되는 거네요~! 이렇게 생각만 해도 너무 행복합니다. 치솟는 대출이자에 아이들 먹을 것 다 못 먹이고, 학원 못 보내고, 신경이 예민 해져서 아내와 티격태격하다가 아이들 앞에서 언성이 높아졌던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래도 많이 힘들지 않게 잘 헤쳐 나온 것 같아 다행입니다.


전세가 잘 나가고, 매매하신 분도 당장 들어올 집이 아니고 2년쯤 후에 들어 오 실분으로 타이밍 맞게 잘 만난 게 천운 같습니다. 이렇게 부동산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 우리 집이 이렇게 해결되니 감사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네요.


남양주 30평대 아파트 전세를 계약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투자할 수 있는 자금도 생겼습니다. 당분간은 전세로 지내다가 사 남매 잘 키울 수 있는 똘똘한 집 한 채 먼저 사야겠습니다. 어디를 얼마에 살까? 아내와 네이버부동산을 보다가 우연히 20년에 눈물을 머금고 층간소음 때문에 급매로 판 아파트 시세를 보게 됩니다. 이건 뭔 일? 15억 호가를 본 게 마지막인데 10억 실거래가 보입니다. 잘 팔았네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됩니다. 인생 새옹지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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