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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타 Jun 14. 2021

조카딸

- 외국어 욕심








사람도 그러하고 나라도 그러하고 원래 사랑에 빠지면 마땅히 보여야 할 단점들이 보이지 않고 그 단점들마저 내 사랑으로 안온하게 감싸주리니 라는 마음이 들기 마련인지라 읽는 내내 이탈리아 이거 아주 아주 별로구먼 페미니즘 단락들을 읽을 때는 그러했다. 가까이 있는 남자들에게 살해당하는 게 비단 이탈리아뿐만은 아니겠지만 제도 자체가 작정하고 여자들을 집 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마_라고 한다면 여자는 성녀이고 엄마이고 창녀이고_로 테두리 짓고 사방팔방 다 막아버린다면 어쩌겠는가. 외모에 신경 쓰는 건 한국의 체면과 비슷한 맥락에서 읽혔고 근현대사 알지 못하는 이야기 나올 때는 아 알아야 할 게 너무 많다 하고 한숨짓다가 다 읽고 난 후 드는 생각은 그래도 알고 싶고 그래도 가고 싶네_이다. 유럽의 후진국 레벨에 해당되는 것들이 많은지라 가서 속 터져 죽는 건 아닐까 싶다가도 어쩌면 그들의 단점들을 내 장점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고 그들의 장점들을 배워갖고 와 또 내 장점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도 섞여있지 않나. 어제는 도서관에서 이탈리아 관련서를 이것저것 빌려 왔는데 다른 유럽권 국가 책들은 여기저기 그득하게 책장 여러 칸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탈리아는 달랑 두 칸. 그것도 포르투갈 소설들이랑 섞여있는 걸 보면서 이야 놀랍구나 싶었다. 세계문학전집이야 따로 한 곳에 모여 있으니 그러려니 친다 해도 이탈리아 소설이 이렇게나 없나 싶어서. 그 와중에도 소설 코너에서 한 권 빌려왔다. 이탈리아 사람들이라서_ 객관적이고 관찰 어린 시선으로 이탈리아 사회를 낯선 이방인의 눈으로 그렸다. 찬양 일색이 아닌 점 또한 좋았고. 사랑에 빠져 한번 제정신을 못 차리고 어느 정도 콩깍지가 벗겨지면 이런 객관적인 서술이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즐거운 독서였다.



이탈리아 로마에 사는 지인의 지인이 인스타그램에 나 바다 왔어, 가족이랑 하고 올려놓은 영상들을 아침 쓰윽 훑었다. 마치 천국 같구나 싶은 건 그 바다 빛깔 때문이기도 하고 거침없이 비키니를 입고 바다로 뛰어드는 아줌마들의 다종 다양한 체구들도 모두 아름답기만 해서 더 그러한 듯. 스스로 우리는 과거에 묶여 산다고 이탈리아 학자도 그러했다는데 왜 그러한지는 이탈리아 자연을 보면 알 것도. 그 풍족함이 그들을 과거의 영광 속에 묶여 살게 하는 조건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영상을 보면서 홀로 그랬다. 이탈리아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단어가 따로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주말에는 잠깐 동생네 다녀왔다. 조카가 프랑스어를 독학으로 공부하는데 엄마가 바쁘다는 핑계로  가르쳐주니 이모가 알려달라 하면서 자기 방에서 프랑스어 초급 교재를 들고 나왔다. 아니 어쩐 일로 프랑스어에 매력을 느끼셨나요 물어보니 발음이 동글동글해서 귀엽더라, 그래서  혼자 한글 발음 보면서 하는데  이상한  같다, 엄마처럼 발음이  나오더라. 하며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이건 이렇게? 이건 이렇게 하는  맞는가? 물어보아   단어 발음 가르쳐주다가 혹시 이탈리아어는 생각 없으신가? 하니 싫다. 이탈리아어는 스페인어랑 비슷하지 않은가. 스페인어 별로다 그래서 발음이  비슷해 보여도 다른 언어다 확연히. 하고  프랑스어 단어는 이탈리아어로 이렇게 말한다,  프랑스어는 이탈리아어로 요렇고_ 하니 아니 무슨 발음이 그렇게 귀여운가?! 해서  언니랑 이탈리아 여기를 가려고 알아보고 있는데 동영상 한번 보겠나? 했더니 고개를 끄덕거려 영상을 보여주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오오오!!! 하더니  엄마를 쳐다보며 엄마,  이모랑 언니랑 이탈리아 갈래! 보내줘! 하더니 프랑스어 그래도 예쁜데 버리기 아깝다, 이제  시작했는데 하고 욕심을 보여서 이탈리아 가면 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공부하면 된다_ 하였더니 오오오오!!! 그럼 이탈리아어도 공부하고 프랑스어도 공부하는 것인가? 영어도 해야 하는데_ 해서 영어도 공부하게  것이다 했더니 갑자기 내천자를 이마 한가운데 그리더니만 근데 이모 내가 한국 사람인데 한국어를 못하면 말이  되지 않는가 그래서 걱정하지 마라, 언니랑 이모랑은 한국어로 대화할 것이다 했더니 그렇다면 좋다, 내게 이탈리아어 교재  사달라 혼자 이탈리아어 공부하고 주말마다 이모랑 언니 만나서 복습하겠다 해서  동생도 놀라워하며 아니 공부 하나도  하는 네 갑자기 공부를 하겠다고 그러나?. 네 피가 있나 보지. 너도 프랑스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영어는 공부 하나도 안 하고 프랑스어만 고딩때 주구장창 하지 않았나. 프랑스어 선생님이 너만 예뻐하지 않았나. 그랬더니 깔깔깔 웃으며 그렇다, 그래서 불문과 갔는데 학교 들어가니 프랑스어 그때부터 싫어지더라. 하여 이탈리아어 기초부터 공부해야 하니 여기로 들어가서 이탈리아어 발음을 먼저 익히고 하루  강씩 공부를 하고 노트 정리해서 이모에게 보내고 발음 공부와 복습은 이모랑 줌으로 하도록 하자 하니 알겠다! 그리고 이탈리아어 알파베또를 공부하겠노라고 책상에 앉더니 40 동안 꼼짝도  하고 공부를 하고 나와서 발음 체크해달라 해서 발음 체크해주고 기특하다 우리 아가 했더니 이탈리아 가서 실컷 놀아야겠다, 공부는 아주 조금만 하고 라고 대꾸.  놀순이 셋이 이탈리아 가면 공부를 얼마나 하겠는가 놀기만 실컷 놀겠지!라고 동생이 이야기해서 이탈리아 가서  놀면 그것도  인생 경험이다 그걸 알아야지 하니까 하긴 언니 말도 맞긴 하다. 그리고 아니 너는 엄마 아빠 동생  두고 혼자 이탈리아 가면 좋을  같나? 거기 갔다가 엄마 아빠 동생 보고 싶다고 난리 부르스 춰도 금방   있는 거리가 아니다 라고 이야기했더니 이모랑 언니랑 같이 가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인가, 가서 공부 열심히 해갖고 와서 내가 엄마 아빠 호강시켜줄게.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니 연수가 눈물 글썽글썽 아니 누나 나도 가고 싶은데! 하니까 그럼 너도 가자! 가고 싶은데 엄마  가면   간다 울먹거리더니 자기 엄마한테 안겨서 우리도 이탈리아 가자 엄마 하니까 그럼 아빠 혼자 한국에 있어야 하는데. 하니 눈물 글썽글썽이며  엄마 아빠랑 한국에 있을래, 누나는 1년만 있다 . 하고 울먹울먹. 그렇게 조카딸은 이탈리아어와 사랑에 순식간에 빠져들어 어제도 이모  이탈리아어  시간 공부했어요! 들떠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끊고 난 후, 어쩐지 중딩 셋이 이탈리아 가는 기분인데 이건 뭘까 싶어 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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