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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타 May 11. 2021

아직은 봄,

사랑이 오는 계절




 



아직은 봄이다. 드디어 딸아이가 사랑에 빠졌다. 봄이 드디어 시작되었구나 새삼 느끼는 요즘. 묵직한 커튼을 옆으로 챠라락 치고 끈을 묶을 적마다 곧 여름이 다가올 텐데 얼른 얇은 천으로 바꿔야 할 텐데 하면서도 게으름을 부린다. 봄은 게으름을 마음껏 피워도 괜찮은 계절이 아닌가. 여름은 뜨거워서 또 게으름을 부리기 딱 적당하다고 나름대로 타당한 변명을 할 테지만. 그래도 아직은 봄이니 게으름을 부려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자비를 허용하다가 어느 순간인지도 모르게 헉 여름이로구나 하고 자신을 탓할 날이 멀지 않았다. 딸아이와 나는 손발이 차가운 여자들이다. 수족냉증을 갖고 있다. 아직은 봄이라지만 손발 끝이 차갑기 때문에 겨울의 끝자락에 머물러있는 착각을 느끼기도 한다. 갓난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줄 적마다 손을 데피려고 해 봤지만 급할 때는 손 데필 시간도 없는지라 차가운 손으로 엉덩이를 톡톡 두드릴 때마다 딸아이는 흠칫흠칫 놀라곤 했다. 손발이 차가운 엄마를 만나서 우리 딸아이도 손발이 차가운가. 앗 하지만 우리 엄마는 손발이 사시사철 뜨겁기만 한데.  손발이 차가우니 뜨거운 남자를 품으면 만사 해결된다고 어느 사주쟁이가 말했던 옛 기억이 떠오른다. 뜨거운 남자를 핫팩처럼 수시로 품고 다닐 수 없으니 안타깝다. 차가운 손발도 녹여주는 뜨거운 남자의 뜨거운 사랑이 평생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그 영원할 것 같은 뜨거운 사랑도 겪어 보니 한철이다. 아줌마라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뜨끈뜨끈한 몸에 차가운 손발을 녹일 수 있는 뜨거운 사랑 타임이 한철이라는 소리다. 사랑에도 사계절이 있는가 궁금하다. 새싹 돋는 봄에 맞춰 사랑이 시작되고 파도치는 시원한 바닷물에 뜨거운 두 몸을 담그며 물장구를 치는 한여름에 사랑은 농익고 소슬한 바람 부는 가을이 다가오면 연인들의 사랑도 안정기에 접어들고 만물이 잠드는 겨울이 되면 두 사람의 사랑도 냉각기에 접어드는가 아 이런 사랑 설명은 별로다. 냉각기는 좀 심한 표현인가 그렇다면 안정기를 지났으니 권태기라고 해두자. 만물이 잠드는 시기이니 겨울을 맞아 연인의 권태기도 오는 거라고. 그리고 다시 또 봄이 온다. 권태기에 접어든 연인들은 갈등하리라 봄을 맞아. 봄이 왔으니 이 사랑을 어찌해야 할지 그것도 곰곰 생각해봐야 하리라. 우리는 사랑을 더 할 것인가, 아니면 이쯤에서 새로운 사랑의 새싹을 돋게 할 것인가 곰곰. 사람 마음이라는 건 참 신기해서 이 사람을 한평생 사랑하겠노라고 다짐해도 어느 순간 마음이 홱 돌아서 사랑 안 해주고 싶을 때 있다. 치사하다. 내 마음도 이렇게 치사한데 내 연인의 마음이 치사해지지 않는 순간 절대 없으리라고 어떻게 자신하겠는가. 그래서 마음은 돌보고 또 돌보는 것인가. 갓난아이 돌보듯 어린 자식 밤바다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부르듯 그렇게 내 연인 마음도 돌보고 또 돌보아주어야 사시사철 뜨거울 수 있을까. 딸아이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타인에게 빠져드는 경험을 하고 있다. 누가 보아도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말과 행동. 두근거린다. 그 사랑을 어떤 형식으로 자신에게 적용시킬지 또한. 어미 된 마음으로서는 적당히 하면 좋겠다만 사랑이 어디 그렇게 함부로 미리 재단이 되는 건가. 지켜보며 귀를 열고 이야기를 들어줄 따름이다. 여름이 되면 딸아이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랑의 봄이니 아직은 봄이니 너무 간섭하지 말고 꼰대처럼 잔소리하지 말고 지켜보도록 하자.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랑이나 잘 돌보도록 하자. 만물이 싹트는 사랑이 오는 계절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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