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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승 Feb 13. 2020

명문대 나왔어?

능력보다 간판

지난번 글 "꼴랑 차장이"에서 이야기 한 그 상사, 차장 주제에 감히 결재받으러 왔다고 기관장이 노발대발했을 때 "내가 당신에게 보고 들어가라고 한  기관장에게 말했어 안 했어?"라고 물어서 내가 안 했다고 하자 "정말 잘했어"라며 칭찬했그 상사는 요즘 말로 하면 세계 꼰대협회 회장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기관장 회의가 열리 날 밤, 그가 저녁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간 후 11시가 다 되어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왔다.  회의자료  인쇄를 책임진 거래처 사장님은 8시부터 와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인쇄자료를 넘겨야 인쇄소 직원들도 일을 마치고 퇴근할 수 있었다. 

자료 내용은 이미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확정된 것이어서, 파워포인트 자료만 확정되면 그대로 인쇄를 하려는 생각이었고, 자료를 인쇄소 사장님에게 넘 후 밤중에  회가 열릴 지방으가야 했다.

 

그런데 그는 술냄새를 풍기며 의자에 드러누운 후 다리를 책상에 올려놓았다.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는 신호였다. 인쇄소 사장님이 안절부절못했다. 인쇄소 직원들을 일단 퇴근시키고 새벽에 나오도록 해야 할지 좀 더 기다리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자료 검토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려달라 독촉했다. 하지만 누가 그 꼰대의 마음을 알 수 있으랴.

의자료라고 해도 겨우 300부 정도 인쇄하는 것인데, 인쇄소 입장에서 귀찮고 돈되는 일도 아니었다. 그저 평소 안면 때문에 우리 사정을 봐주는 입장이었다.

 

결국 우리는 전부 밤을 새웠다. 파워포인트의 아우트라인, 글씨체, 컬러까지 그의 잔소리는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인쇄소 사장님과 그곳의 직원들까지 모두 밤을 새워야 했다. 새벽길을 달려 지방에 있는 회의장에 도착해 서둘러 회의 준비를 하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런데, 회의가 시작되고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사업방향 보고가 진행되는 동안 그 상사는 회의장 맨 앞줄에 앉아 마냥 졸고 있었다.  

 

그는 회사에서 미스터 "삼무"직원들 입에 오르내렸다. 삼무는 세 가지가 없다는 것으로 무책임,  무능력, 마지막이 눈 앞에 뵈는 것이 없다는 (안하) 무인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끼는 후배 한 명이 그 상사에게 한 가지가 더 없으니 "사무라이" 해야 맞는 것 아니냐고 다.

"뭐가 또 없는데?"

"아침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분께 인사를 했는데요.. 못 본 척하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그분 에다 대고 인사를 했더라고요"

"그게 뭔 소리야?"

"그분이 머리카락이 없어서 얼굴과 뒤 퉁수를 알아볼 수 없잖아요. 거기다 거짓말도 잘하시니까 영어로 거짓말이 라이,  사무라이" 그 직원이 깔깔 웃었고, 나와 동료들도 배꼽을 잡다.


그는 또 명문대 출신에 대한 집착이 장난이 아니었다. "SKY 출신이 아니면 우리 부서에 들어오지 못해" 그는 늘 그렇게 말하고 다녔고, 실제 그렇게 했다. 일을 잘하거나 못 하거나 그런 것 보다, 명문대 졸업생인지 여부가 중요했다. 한 번은 명문대 출신이 그 부서에 새로 발령받았다. 성실하고 일도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얼마 후 그 직원이 명문대를 졸업한 것은 맞는데, 지방캠퍼스 출신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난리를 쳤다.


그는 인사부에다 출신 대학교와 함께 본교와 지방캠퍼스 출신을 구분할 수 있는 자료를 관리하도록 주문을 넣기도 했다.  나는 왜 그가 그렇게 명문대에 목말라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그 자신도 명문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명문대 출신을 강조해서 소위 스카이 출신들을 모아 놓으면 그 직원들 간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 그중에도 더 명문이 있고, 덜 명문이 있어서 덜 명문대 출신들은 보이지 않는 열등감을 가지고 일을 했다. 회사일은 혼자 또는 한 부서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서 항상 협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출신 학교를 가지고  따지는 분위기에서는 팀원간 또는 부서간에 흔쾌한 협업이 제한되는 것으로 보였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직원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많다. 일에 궁합과 적성은 분명히 있어서 어떤 일을 힘들어하던 직원도 다른 일에서는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을 수 없이 보았고, 출신 학교에 따라 업무 성과 차이가 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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