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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승 Jan 17. 2020

어서 와~ 갑질은 처음이지?

추풍령 회군

연초에는 인사치레가 한 달가량 이어졌다.

공공기관인 우리 직장에선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 인사를 잘못해 찍히면 일 년 내내 시달 수 있어 꼭 해야 할 일로 여겼다.


그 해에도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새 해 인사를 가기 위해 여러 차례 일정을 조정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는 출장이나 회의가 없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간을 잡아야 했다


인사를 해야 할 그 공무원은 요즘 산하기관 군기잡기 재미에 빠져있었다.

산하기관끼리 비교하면서 어디는 이사들이 인사를 오는데 그쪽은 왜 실국장만 오느냐?

어디는 식사 같이하자고 허구한 날 와서 이야기하는데 거기는 예의가 없다. 그런 식의 갑질은 끝이 없었다.


그들에게 밉보이면 공공기관은 예산이며 인력, 법령작업 등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 일이, 기관장은 그런 직원들을 일 못하고  인간관계 관리 못하는 사람으로 몰아붙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에게 잘 보여야 했다


그 공무원이 시간이 난다고 연락이 온 날 회사 실국장들이 모두 소형 버스를 타고 세종시로 향했다. 울산에서 세종시까지 버스로 이동하려면 세 시간 정도가 걸렸다.


울산을 떠나 한참만에 칠곡휴게소에 들러 차 한잔씩 하고 다시 세종시를 향해 출발했다.


실국장 들은 해당 파트의  세부 사업계획을 만들고 점검해야 해서 몹시 바쁜 시기였지만 잠깐의 인사를 위해 하루를 는 일에 대해 불만을 입밖에 내지는 못했다


인사치레를 잘해서 한 해동안 중앙부처와 별 탈 없이 지내면 다행이라 여겼던 것이다.


버스가 추풍령을 넘고 있을 때 세종시 공무원이 전화를 했다.


"과장님께서 인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시니 그냥 돌아가세요"


"아니! 울산에서 일찍 출발해서 거의 다 왔는데 인사는 드리게 해 주셨으면 싶습니다."


"과장님께서 연초에 사람들 몰려다니며 인사 다니는 거 비효율적이라고 돌아가시랍니다"


전화를 끊고 국장들에게 말하니 버스 모두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신호등 빛같이 되어 말이 없었다


갑질을  익숙한 사람들이었지만 연초에 바쁜 사람들 불러서 몇 시간을 달려 코 앞까지 왔는데 이리 모욕을 줘서 돌려보내다니...


추풍령 회군 사건은 그리 일단락되었다. 그 날  허름한 주점에서 갑질에 마음 상한 국장들의 한탄이 오래 이어졌고, 술집 주인은 돈을 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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