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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 도황리 Jun 17. 2024

유별나게 무식하다

공자 사원에서 생긴 일 (1)

[공자 사원에서]

첫날 일정에 넣었다가 못 갔던 공자사원을 가게 된 것은 우연이였다.

전날 일일투어에서 만난 대구아가씨가 온천을 추천했지만, 아가씨가 추천한 곳은 외곽에 있어 오고 가는 데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일단 일기예보를 확인했다. 여행 동안 일기예보는 한 번도 맞은 적이 없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일정을 짜는 데 기준이 되긴 하니까.

예보는 구름이 많고 흐림으로 떴다. 경험한 바로는 비올 가능성이 80% 이상은 될 거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 개의 일정을 짰다.

첫 번째 아침에 비가 오면 베이터우 온천을 간다.

두 번째 아침에 비가 오지 않으면 단수이에 가서 홍마우청을 보고 노을을 본다.


아침에 눈을 떴더니 잔뜩 흐리긴 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잘 맞진 않지만 다시 일기예보를 검색했다. 강수량이 50% 미만. 

두 군데 다 MRT 한 번만 타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인스타친구가 추천한 단수이를 갈 것이냐?

어제 만난 대구아가씨의 말을 듣고 온천을 갈 것이냐?

아주 잠깐의 고민 끝에 단수이로 결정을 내렸다. 일찍 서둘렀더니 여유가 있어서 단수이를 가는 길에 다롱동 바오안 궁을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구글맵을 켜서 바오안 궁에 도착했다. 한 번도 헤매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입구 외관 모습이 어제 보았던 여행책 사진과 달랐다. 그제야 바오안 궁이 아니라 공자 사원에 온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혼자라서 내 맘대로니까 바오안 궁은 패스하고 공자 사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지 곳곳에 한국어 설명이 있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공자 사당이 두 개나 있을 정도니까 이해가 되긴 했다.

[너무 웃겨서 캡처]

사당 안에 현판이 있어서 구글번역기로 들이 되었다.

번역기에서 ‘유별나게 무식하다’가 떴다.

공자가 누군가? 성인(聖人) 아닌가.

속으로 '이게 뭐지? 내가 잘못 찍었나?' 그래서 다시 찍었다.

다시 찍어도 ‘유별나게 무식하다’에 웃음이 빵 터졌다. 정말 거짓말처럼 이제까지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던 신경의 끈이 웃음으로 툭하고 끊어지면서 이제까지 신경을 곤두세운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아침부터 공자 사원에서 한국 아줌마 혼자 웃었으니,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실성한 사람으로 봤을 거다.  다행이라면 근처에 아무도 없어서 굳이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지 않았다.


그렇게 공자묘를 한 바퀴 돌고, 긴장도 풀렸겠다 계단에 걸터앉아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있는데 외국인이 슬쩍 보더니 “원더풀”이라고 한다. 우리가 누군가 인의예지를 배운 민족이 아닌가.

 “땡큐 베리 마치.”라고 활짝 미소 지었다.

그녀의 가족들이 떠나고. 30분 동안 그렸던 그림도 끝이 났다.

이왕이면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  스탬프까지 찍고 싶었다. 일단 물통 물을 버리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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