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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y Carraway Apr 29. 2021

두리와 산책하다 겪은 난처한 상황

언제나 조심해야 하는 산책 과정


 우리 동네는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이다. 그렇다 보니 근처에 공원, 놀이터 같은 주민 공용 공간도 꽤 있는 편이며, 그 주변에서 산책하는 강아지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두리가 집에 오기 전에는 멀리서 보고 귀엽다고 생각했던 강아지들이 이제는 2, 3배로 더 예뻐 보인다. 날씨가 많이 풀리고 두리가 어느 정도 자라 산책을 나가기 시작했을 때, 두리가 아직 어리기도 하고 경계가 많아 다른 사람들, 강아지와 바로 어울리지는 않았다. 많이 자란 현재도 두리는 혼자서 여기저기를 탐색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꽤 오래 머문다. 새로운 길을 가보려 도전했을 때, 많이 불안해하고 계속 안겨 있으려 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현재의 산책 코스는 집-동네 공원/놀이터-주택가 길 탐방-집 정도로 간단한 편이다.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진 이후로는 산책을 더 자주 나가게 된다. 당연히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겪게 되는 시추에이션도 많아진다. 두리와 산책했을 때 겪은 황당하고 곤란했던 일들에 대해 몇 가지 써보려 한다. 나 역시도 주의해야 하고, 남들도 주의했으면 하는 것들이라 보면 좋을 듯하다.


공원 화단에서 풀 냄새를 맡는 두리.
자기 강아지의 배설물이라면 당연히 치워야지!


 두리가 산책을 막 시작했을 때 생긴 일이다. 이때 두리는 병원이나 친척집 방문을 제외하면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을 때라 모든 것이 신기하고 호기심이 더욱 가득했던 시기였다. 당시 산책이 처음이었다 보니, 가족들도 돌발상황에 더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산책 초기에는 꼭 두 명씩 다니게 되었다. 나는 회사 근무 때문에 다른 가족들이 계속 데리고 나가다, 주말이 되었을 때 산책을 시키게 되었다. 그렇게 두리를 산책시키러 동네 공원으로 나가게 되었다. 집에서 가슴줄을 매고 열심히 적응을 했어도, 밖에서는 상황이 또 다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상태였다.


 두리는 실외 배변을 전혀 하지 않는, 집의 배변패드에서만 하는 타입이다. 그러나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여 늘 물티슈와 배변봉투를 챙겨 다닌다. 또한 중간에 목이 마르거나 허기가 질 수도 있으니 물과 작은 그릇, 소량의 간식거리도 함께 챙겼다. 집 근처를 가는 간단한 산책이어도 두리가 원하면 더 오래 있을 수도 있었다. 말 그래도 산책을 처음 하는 시기였으니 모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다.


 공원에는 마침 사람이 많이 없었고 강아지나 길고양이도 없었다. 사람들이 없는 쪽에서 두리를 산책시키기 시작했다. 두리는 공원에 조성된 풀과 꽃밭 냄새를 맡는 것을 특히 좋아했다. 겨울철이라 무성하진 않았지만, 바닥에 깔린 흙냄새도 열심히 맡으며 호기심을 채워갔다.


 그런데 화단 바로 앞에 아무리 봐도 강아지의 것으로 추정되는 대변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떠돌이 강아지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장소나 위치로 봤을 때 강아지들이 산책 코스로 다니는 곳이었으며 대변을 본 지도 얼마 안 된 듯했다. 여러 정황상 가정견의 것일 확률이 컸었다. 하필 두리가 그쪽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통에 통제하느라 애썼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산책 중 강아지가 본 배설물을 견주가 치우지 않는 것은 매우 매너 없는 행동이다. 정말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도, 우리가 가는 공원에는 공중화장실이 함께 있어서 휴지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장소에서는 당연히 위생을 위한 배려가 필요한 법이다. 동물들은 모르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니까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공중위생에 대한 개념이 있는 인간이라면 그래선 안 되는 일이다. 그저 당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치우지 못했다고 믿고 싶다.


신나게 걷는 중! 당시 이 장소에 우리 가족들만 있어서 산책이 훨씬 편했다.
강아지에게 갑자기 다가오면 놀라요!


 이것은 아빠께서 두리를 산책시켰을 때의 일이다. 아빠와 두리가 산책을 하다 잠시 쉬려고 길가에 있는 공용 벤치에 앉아 있을 때였다. 두리는 아빠가 무릎에 앉히고 팔로 감싸 안고 있어서 멋대로 내려가거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두리도 그때 열심히 다니느라 지쳤는지 얌전히 잘 쉬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멀리서 초등학생으로 추정되는 킥보드를 탄 아이가 두리를 보더니, "강아지다!"라고 말하며 다가왔다고 한다. 길에서 작은 강아지를 보니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때 두리가 가까이 다가오는 아이를 보고 경계를 하더니 곧 으르렁 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빠도 놀라서 두리를 더 단단히 안아서 달래기 시작했고, 아이는 그대로 더 다가오지 않고 의기소침해진 채로 지나갔다고 한다. 만일 아빠가 두리를 안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면, 큰 사고가 났을 지도 모른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두리가 짖은 이유는 아이가 낯선 사람이라 무섭기도 했고, 특히 킥보드를 난생 처음 봤기 때문에 놀란 것도 있을 것이다. 두리에게 킥보드는 자신에 비해 몇 배나 큰 물건이고, 그런 물건과 함께 낯선 사람이 동시에 다가오기까지 했다면 당연히 무서웠을 것이다. 아이에게는 정말 미안했지만... 두리에게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경태가 출연한 '조심조심 강아지'. 유익하고 귀엽다.

 

 이에 관한 비슷한 내용으로 인터넷에서 택배기사님네 강아지로 유명한 '경태'가 참여한 뮤직비디오 캠페인 '조심조심 강아지'에 대해 좋은 설명이 담겨 있었다. 유아층을 대상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라 쉬운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길에서 낯선 강아지를 봤을 때 갑자기 다가가거나 섣불리 만지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이는 어린아이들 뿐 아니라, 강아지에 대해 잘 모르는 어른들에게도 매우 좋은 강의 동영상이라고 생각한다. 조심조심 강아지의 유튜브 영상 링크를 함께 공유한다. 사심을 가득 담아 말하자면, 동영상 속 경태가 너무나도 귀엽고, 이 노래를 통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내용을 알려줘서 특히 고맙다. 경태야, 고마워!


산책하고 집에 오는 길에 찍어서 그런지, 얼굴털이 날리고 먼지가 묻어서 지저분하다. 난 두리의 그런 모습까지 귀엽다.
두리와 길을 가다 난데없이 욕도 들었다


 아직도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집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런 편견은 좋은 말로 열심히 설명해도 바로 고치기도 어렵기 때문에, 그냥 내 주변에 직접 간섭하려는 사람만 없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길을 가다 그저 강아지를 데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난데없이 욕을 들으면 정말 불쾌하다. 이성적인 판단이 조금만 더 부족했어도 길거리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싸웠을 것이다. 물론 애초에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강아지가 아니어도 다른 핑계를 대서라도 남들에게 시비를 걸고 넘어질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친구와 함께 두리를 데리고 산책하기로 한 날이었다. 두리가 그날따라 산책을 열심히 해서 힘들었는지, 혹은 이후에 겪을 이상한 사람들을 벌써 알아차렸는지, 산책 중간부터는 불안해하며 내게 계속 안기려고 했다. 결국 내가 두리를 안은 채로 친구와 함께 집에 가는 길까지 걷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원에 가까워졌을 때, 정자에 앉아 있는 몇몇의 어르신(이라고 하기도 싫지만)들이 갑자기 나와 친구를 보더니 들으라는 듯이 욕을 하는 것이다.


 요즘 젊은 애들이 애는 안 낳고 개XX를 애처럼 키우잖아.

 저거 개XX 안고 다니는 거 봐.


 남의 집 귀한 자식과 강아지한테 지금 무슨 소리를... 나는 이성을 중시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질 떨어지는 말은 그저 수많은 헛소리 중 하나라고 치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정말 불쾌했다. 우리 가족들도 나한테 시집가서 애 낳으라는 말을 안 하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네? 다른 것보다 두리가 그런 욕을 알아들었을까봐 싫었다. 가뜩이나 불안해서 내게 안겨있는 게 미안했는데, 내가 안고 있는 것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욕까지 듣게 되고. 남의 인생 대신 살아줄 것이 아니라면, 신경 끄고 사는 게 만사가 편한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 길을 가면서도 친구와 정말 어이없다고 토로를 했다. 같이 있던 친구가 함께 화내고 욕해준 덕에 기분은 풀렸지만, 다시 생각해도 정말 화가 나는 일이다.


 당시의 두리는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내가 제대로 안고 있었던 상태였다. 당연히 가슴줄도 한 상태였으며 공원에서 눈에 거슬릴 만한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두리는 나와 함께 밖에 나와있었다는 이유로 욕을 들었다. 두리가 사람의 말을 할 수 없다고 해서, 말까지 못알아듣는 것은 아니다. 작은 동물들도 하나의 동등한 생명체이고 소중한 존재이다. 인간이라고 해서 동물보다 우월하고 낫다고 할 수 없는 짓이다. 자기와 아무런 상관 없는 작은 동물한테 그런 막말을 하는 사람들이 다른 존재에게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다. 적어도, 겉으로만 그렇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바라고 있는 현실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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