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주들의 공통된 고민이라 한다면 아마 강아지의 '털'일 것이다. 장모종, 단모종, 더 나아가서 이중모, 단일모 등 여러 형태가 있기 때문에 견주들마다 고민도 가지각색이겠으나, 털에 관한 고민을 아예 안 하는 견주는 매우 적을 것이다.
두리도 장모라 그런지 털이 유난히 빠르게 자라는 느낌이다. 조금만 지나도 금방 덥수룩해지다 보니, 관리는 필수이다. 겨울에는 보온 목적으로 두리의 털을 일부러 길고 덥수룩하게 길렀지만, 불편하지 않게 얼굴 털과 발바닥 털은 집에서 매일 가위와 클리퍼로 조금씩 다듬어서 관리했다. 빗질은 당연히 매일 하고, 털을 다듬는 것은 이틀에 한 번씩 짧은 주기로 다듬었다.
덕분에 겨울 동안, 털이 심하게 엉키거나 두리가 발바닥 털 때문에 미끄러지는 일은 없었다. 겨울 동안의 두리는 말 그대로 '털이 찐' 상태라 동글동글하고 따뜻한, 북극곰 같은 모습이었다. 안고 있을 때 따끈따끈해서 손난로가 필요 없었다. 개인적으로 털 찐 두리의 모습이 관리는 어렵지만, 순둥이처럼 보여서 매우 좋아한다.
두리의 미용 before & after. 미용하러 가는 줄도 모르고 신났다... 오른쪽 사진의 목걸이는 병원의 미용 선생님이 예쁘다고 서비스로 주셨다.
봄을 맞아 두리의 덥수룩한 털을 미용하기 전, 집에서 조금씩 다듬다 보니 털이 한 움큼씩 모이기도 했다. 우리 가족들은 전부 두리의 털 관리에도 나름 역할이 있다. 우선 아빠가 두리의 털을 매일 빗질하고, 엄마는 미용 가위로 전체적인 털을 다듬기, 내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클리퍼를 이용해 발바닥 털을 밀고 있다. 각자 맡은 부분이 다르다 보니 각자 번갈아 가면서 해도 털이 다양하게 많이도 나왔다. 특히 두리가 미용하는 것을 워낙 싫어해서 집에서는 최대한 간단하게, 대신 여러 번에 나눠서 하게 되었다.
평소처럼 두리의 발바닥 털을 다듬던 날, 털이 워낙 많이 나왔다 보니 한 번에 버리려고 털을 계속 뭉치고 있었다. 두리가 삼키기라도 할까 봐 한 손에 모아서 두리의 발에 안 닿게 높게 올려두고 있었는데, 흘리지 않고 한번에 버릴 생각으로 구석에 잠시 모아 두고 있었다. 두리의 털은 생각보다 잘 뭉쳤다. 이걸 뭉치다 보면 커다란 공처럼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엄마한테 두리 몸통 털을 바로 버리지 말고 내게 다시 달라고 부탁드렸다.
내가 거실에서 털을 뭉치고 있으니 보고 있던 동생도 옆에 와서 같이 거들었다. 어렸을 때 찰흙으로 모양을 빚던 것처럼 동글동글 빚었다. 동생과 내가 빚은 두 덩어리가 완성되었고, 내 몫의 덩어리를 좀 더 크게 만들었다. 그리고 양면테이프를 아주 작게 잘라 두 덩어리의 털 뭉치를 붙여 눈사람을 만들게 되었다.
인사하세요. 두리 주니어, 두준이 입니다.
우리는 이 털 뭉치 눈사람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 두리 주니어, 줄여서 두준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관하게 되었다. 은은하면서도 자애로운 미소는 내가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콕콕 찍어 그린 것이다. 두준이는 봄의 중간인 지금도 녹지 않고 거실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시간 동안 시선을 끌어가며 다듬은 털만으로 저렇게 공이 눈사람으로 뭉쳤다.
두준이한테서 자기 냄새가 나니 경계한다.
가족들은 두준이가 귀엽다고 좋아했지만, 두리는 생각보다 달갑지 않은 눈치였다. 아마 저 이상한 털 뭉치에게서 자신의 냄새가 나니 이상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냄새를 킁킁 맡고 어느 정도 적응을 한 이후에는 두준이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다. (어쩌면 두리가 관심이 떨어진 덕분에 두준이가 지금까지 무사한 것일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