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기에 선물처럼 만난 두리 덕분에 우리 가족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당장 나만 해도 긍정정인 사고를 더 자주 하게 되었고, 두리가 복덩이였던 덕인지 면허도 취득하며 재취업에 성공했다. 하나하나 나열하면 끝이 없겠으나, 우리 가족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찾아온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간단히 말해보려 한다. 아마 반려동물이 복덩이 같은 존재라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웃음이 많아졌다.
누나의 재택근무를 방해하는 흰색 솜뭉치의 모습. 물론 할 일을 마치고 잠시 한가할 때 찍은 사진이다.
아빠께서 특히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각자 일로 바쁜 나머지, 방에만 틀어박혀 식사 때에나 모이던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거실로 모이기 시작했다. 두리가 가만히 있어도 예쁜데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함께 보니 그 과정이 가져다주는 행복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했다. 나 역시도 두리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니 웃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거실에 가족들이 모이니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많아졌다. 두리에게 필요한 물건을 산다던가, 새로운 장난감은 무엇이 좋을지, 그런 대화에서 시작하여 사소한 것들도 더 쉽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두리 덕분에 가족들의 유대감이 더 끈끈해진 것이다.
게으름이 줄어들었다.
동시에 두 개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었던 욕심쟁이 두리.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철학 아래에서 주말만 되면 꼼짝도 안 했었지만, 이제 두리가 있다 보니 게으름은 완전한 사치가 되었다. 두리가 오고 첫날에는 아기가 잠을 잘 잤을지, 자다가 깨서 혼자 무서워하진 않을지 걱정하다 보니 새벽 동안 별 일이 없었음에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그때 내가 퇴사 이후 다시 취업을 준비하던 백수였기 때문에 이른 기상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실감 날 것이다. 미적거리며 미루던 일들도, 두리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더 빨리 끝내게 되었고, 할 일만 마치고 나면 두리랑 놀아주고 빗질을 했다.
그 외에도 두리를 더러운 환경에서 놀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환기도 더 자주, 청소도 열심히 하게 되었다. 엄마의 잔소리로 시작해서 느릿느릿 방을 치웠다면, 먼저 알아서 청소기를 들고 와 바닥을 치우고 먼지가 쌓일 만한 곳도 더 열심히 닦아내기 시작했다.
조심성이 많아졌다.
아빠가 사오신 꼬까옷을 입어본 두리. 두리는 옷을 매우 싫어해서 날씨가 쌀쌀한 날, 산책을 나갈 때에만 입힌다.
2화에서도 언급하긴 해서 비슷한 맥락이라 생각한다. 두리와 지내면서 가장 아쉬운 점 하나는, 두리가 힘들거나 불편할 때 그것을 말할 수 없으니 내가 바로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병원에 정기적으로 가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해도, 아프면 아프다고 의사를 밝히거나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인간과는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가 될 요소를 처음부터 최대한 없애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겨울 시기에, 견주들 사이에서 치약 성분이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 시기는 마침 두리가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새로 나기 시작하면서 치약을 이미 구입해둔 참이었다. 하필 그때 미리 구매한 치약에서도 성분 이슈가 터지고 말았다. 결국 그때 다른 치약을 찾아 구매하고 지금까지 잘 사용 중이긴 하지만, 그 이후로도 두리에게 필요한 물건을 살 때 성분이나 후기를 더 꼼꼼하게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두리의 물건이 아닌 내가 쓰는 물건을 살 때에도, 두리가 실수로 물거나 핥았을 때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후기를 확인하게 되었다.
두리를 지키기 위해 용감해졌다!
아빠, 누나와 함께 산책을 나온 두리. 날씨가 맑고 따뜻했다!
아마 이건 나의 경우에 해당할 것 같다. 엄마, 아빠께서는 결혼 전에 고양이, 강아지를 키워보신 경험이 있으시다 보니 돌발적인 상황에서도 나보다 좀 더 여유 있게 대처하시기 때문에... 나의 경우를 단적으로 말해보자면, 나는 벌레를 무척 무서워한다. 단순히 싫어하는 게 아니라, 정말 무섭다. 날벌레나 모기 하나도 기겁을 하기 때문에 버려야 하는 전단지나 카탈로그 종이를 몇 겹으로 겹쳐서 잡는 정도이다.
그러나 두리가 집에 온 뒤로, 그런 날벌레가 하나라도 보이면 손부터 먼저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두리가 집에 온 시기는 가을이었음에도 모기가 여전히 나오던, 반팔을 입고 다닐 정도의 충격적으로 더웠던 늦은 여름이었다. 강아지들은 심장사상충의 위험을 생각해서라도 모기에 물리지 않게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야 했다. 그렇다고 홈매트 같은 모기향을 피웠을 때 퍼지는 냄새가 두리에게 악영향을 끼칠까봐 쉽게 사용하지도 못했다. 미리 심장사상충 약을 처방받는 등 최대한 예방을 했어도, 모기가 뜨면 가족들 모두 원시적인 감각을 총동원해서 잡아내고 말았다.
나 역시도 두리 집에서 모기를 발견하면 무조건 손부터 나가서 잡게 되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해하며 종이부터 찾던 것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물론 파리채 위주로 먼저 잡았지만, 정 급할 때에는 그렇게 해서라도 두리가 물리지 않게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 외에도 두리와 산책을 했을 때 두리가 조금이라도 위험한 곳에 관심을 보이거나 넘어질 것 같으면 바닥에 바로 무릎을 꿇어서 두리를 잡아 안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내 다리에 작은 상처나 멍이 조금씩 생겼지만, 두리가 다치지 않은 것이 가장 다행이라 생각했다. 내가 물리고 다치는 것은 두리가 다치고 아픈 것에 비하면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