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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강남 Nov 01. 2024

44살 처먹은 놈이 매일 도시락 들고 버스 타는 이유

도시락 들고 버스 타고 출근하는 이유

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특정한

상황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좋은 자동차, 명품에는 흥미가 없어졌습니다. 도시락을 준비해서 버스를 타고 출근할 때 기분이 가장 좋습니다. 44살에 식당에서 먹는 한 끼와 승용차 출근을 거부한 이유는 살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하는 행위는 수도승의  삶(?)을 요구합니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합니다. 집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어보면 식당에서 파는 음식이 얼마나 자극적이고 소화기간을 불편하게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집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 이 편안해지고 기분까지 좋아져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승용차로 출근하기 좋은 곳입니다. 저는 새벽 시간에 출근하기 때문에 교통체증의 영향도 받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버스 출근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버스로 출퇴근하면 하루 40분의 자투리 시간이 보장됩니다. 일주일 5일 출근하면 3시간 넘는 시간을 버스 안에서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어요. 저는 출퇴근 버스 안에서 기초일본어 1000 단어를 듣고 있습니다.

버스를 이용해서 출근하면 좋은 점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이웃들의 다양한 삶을 느낄 수 있습니다. 큰 가방을 메고 안전화를 신은 일용직 아저씨의 피곤한 얼굴이 보입니다.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한 아주머니의 억척스러움도 보입니다. 새벽시장 구경을 나서는 은발머리의 신사도 보입니다. 영어 단어를  외우는 학생의 열정도 보입니다. 그 사이에 저도 있습니다. 버스에 있는 누군가에게 저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 궁금하네요.  


한 번쯤은 도시락을 서 버스로 출근하면 어떨까요. 저는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을 준비하고 버스로 출근하면서 아침을 지배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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