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진짜 다를 줄 알았다
작년 이맘때쯤 '엄마의 김장 김치를 10만 원에 훔치는 나쁜 놈'이라는 글을 적어서 조회수 4만이라는 기쁨을 누렸다. 그리고 꼭 달라져서 엄마의 김치를 훔치지 않기로 다짐했다.
1년이 지났고 올해는 진짜 다를 줄 알았다. 작년에 주머니가 가벼워서 어머니께 10만 원 밖에 못 드렸다. 죄스러움에 김장 김치를 '훔쳤다고' 나를 나무랐다. 올해만큼은 정말 단단히 마음먹었다. "어머니한테는 아낌없이 쓸 수 있는 아들이 되자." 그런데 현실은 기가 막혔다.
그러는 사이 김장철이 기어이 또 찾아왔다. 어머니가 직접 재배한 무가, 배추가 보였다. 또 어머니의 고된 얼굴이 보였다. 김장 김치를 받으면서 용돈을 '펑펑' 드리고 싶었는데, 펑펑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나는 또 어머니의 김장 김치를 훔쳤다. 어머니가 주신다는데 왜 '훔쳤다고'라고 표현하느냐고? 나는 안다. 어머니는 주는 척하지만, 사실은 "아들아 힘든 거 다 안다. 돈은 필요 없다. 건강해라." 의미로 주시는 것이 어머니의 김장 김치였다. 나는 매번 엄마의 김장 김치를 훔치는 나쁜 아들이 된다.
올해 김장 김치는 유난히 더 맛있었다. 고춧가루 색도 더 깊고, 무도 아삭하고, 배추는 달고 딱 맞게 간이 배었다. 맛있는 김치를 먹으면서 자꾸 목이 멘다. 차 트렁크에 김장 김치를 싣고 오는 길에 알았다. 내가 이렇게 죄스럽고 미안한 이유는 펑펑 돈을 못 드려서가 아니었다. 어머니의 사랑이 너무 커서 받기가 벅찬 탓이다.
나는 엄마의 김장 김치만 훔친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사랑을 훔친 거다. 내년에는 돈을 많이 벌어서 어머니의 김장 김치와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 어머니는 아마 이렇게 하실 것이다. "무슨 돈을 주노? 애들 용돈 더 줘라" 부족한 아들은 아내의 도움으로 국수와 배추 전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