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여전히 슬픈 표정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선희야 좀 괜찮아" 이 한마디가 목에서 올라오지 않았다. 아내의 감정에 끼어들거나 어설픈 위로는하기싫었다. 감정에도 소비기한이 있는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아내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기름이 사방에 튀는 갈치를 굽는다고 한다.눈치가 보여서 설거지를 하면서 아내를 지켜보기로 했다.
아! 아내가 돌아왔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다른 음식도 빛의 속도로 만들고 있었다. 하늘 높게 쌓아 올린 고봉밥을 내밀면서 다 먹어라고 지시(?)했다. 아내가 2주 만에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장인어른을 보낸 슬픔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나? 아내는 주방을 장악하고 열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살이 두툼한 갈치를 얻어먹고 기분이 좋았지만 아내가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나는 할머니, 아버지, 삼촌, 사촌동생을 보내고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이별은 익숙함을 모른다." 어찌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아픔이 없어지겠는가. 시간이 아픔을 무뎌지게 할 뿐이지. 잠자기 전 아내의 카톡을 확인했다. 아내는 여전히 장인어른을 그리워하고 있었다."오늘은 아빠 생각이 많이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