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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축한신발 Jun 28. 2022

따가울 때면, 빛도 숨은 깊이로 들어가

영화 브로커, 스포 없이

* <브로커> 스포일러 없는 리뷰


추천/ 감독, 배우, 촬영, 음악이 만드는 잔잔한 물결이 좋다

비추/ 제작사의 입김이 크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 감독 작품 중에서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초반 7분이 좋다. 영화 제목이 올라가기 전, 긴 호흡으로 다섯 인물을 보이고 시작한다. 비가 내리고, 계단을 오르고, 짐이 두고, 감시하고, 개입하고, 불평하고, 비난하고, 정을 주는 일련의 과정과 한밤에서 시작한 어둠고 음습한 분위기가 새벽에 닿는 시간선이 좋다.


일본영화 특유의 정취가 느껴진다. 주전자 물 끓는 소리로 헛소리를 차단하는 장면이나 발로 밟는 재봉틀, 덤덤한 냉소 등 입꼬리를 달싹이게 하는 재치 있는 장면들이 좋다. 브로커와 경찰 모두 베테랑일 텐데 어수룩하다는 작위적인 설정은 별로였다.


칸 남자주연상이 말하듯 연기가 좋다.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와 같은 배우 구성과 전국 각지를 돌았을 발품은 좋은 장면으로 돌아와 관객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들었을 돈 탓인지 불필요한 행동 설명은 실망스럽다.


감독 특유의 문어투와 제작사 고질병 부연설명이 만든 시너지가 거슬린다.


구구절절 달아놓은 부연설명으로 관객에게 구속구를 채운다. 말을 쏟을 때와 대사를 줄일 때의 완급 조절에 능한 감독이라는 믿음 탓에 아쉬움이 크다. 그런 불필요한 부연설명과 강제 선역화에 매력이 희생당한 인물로 상현과 소영이 있다. 죄가 없다 여겨질 수 있는 수진 같은 인물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긴 하다.


수진(배두나 역)은 관객이다. 하는 말과 행동은 일반적인, 특히 한국 2040 대중과 같다. 수진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고, 그의 변화를 되새기는 게 감독이 의도한 방식으로 영화를 가장 잘 느끼는 방법일 듯하다.

+ 상업 영화, 독립 영화, 드라마까지 조연과 단역 배우 구성이 다채롭다. 확실히 감독이 ‘이태원 클라쓰’와 ‘나의 아저씨’는 재밌게 본 듯.

+ 기생충이 떠오른다. 상하, 좌우 이동과 비가 주는 하강 이미지, 상현과 기택(송강호 역) 인물이 겹치는 지점 등. 송강후 배우 수상은 브로커뿐만 아니라 기생충이 준 영향이 컸을 거로 추측된다. 괴물부터 밀양, 박쥐 등 여러 즐거움을 준 공로와 함께.

+ 아동이나 입양은 사회 문제 중 드물게, 나아지고 있는 영역이다. 차가워진 사회가 만든 문제를 다루는 영화라는 식의 시각은 틀렸다. 따뜻한 감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감동은 역하다. 국가가 주도했으나 아직도 외면하고 있는 문제로, 해외 시선과 교육수준 향상으로 나아지고 있는 영역이다.

+ 한국은 호주제는 폐지됐지만, 서류상에서 틀은 유지하고 있다. 또한 출생신고에서 여전히 혼인 중 출생과 혼인 외 출생을 구분하고 있다. 더해 혼인 외 출산에 극히 부정적이다.

+ 베이비박스와 입양은 이 문제로 유명한 일부 기독교 지파와 깊이 연관돼 있다. 한국 법은 어느 후진국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묻어 있는 색채로 보아 초기 시나리오에는 이 이야기를 포함했을 확률이 높다.

+ "국가는 혼인 외 출산을 입양을 통해 제거하도록 사실상 권장해왔다.

... 유엔은 여러 차례 한국에 보편적 출생신고제도를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아이들 파는 나라>>, p. 109


사진 출처 다음영화 ⓒ2022. CJ ENM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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