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브랜딩은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로컬 경제(Local Economy)’다. 물론 지역이라고 해서 무작정 브랜딩의 관점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서울이 아니면 모두 로컬로 바라보지만, 로컬 브랜딩은 ‘만들기(rebuilding)’라는 기준으로 설정하는 게 좋다. 리빌딩, 기존에 이루어진 것의 전부 또는 일부를 없애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 지역의 대도시보다는 ‘미드사이즈’ 도시가 리빌딩에 효과적이다. 무언가를 없애고 다시 만드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닐 테니까 말이다. 우리로 치면 강릉, 원주, 충주, 군산, 전주, 경주 정도가 적당하다고 할까.
로컬 브랜딩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인구 감소 시대라는 시대적 요인이 크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던 ‘부모 세대’는 지역에서 서울이나 대규모 공장 단지가 밀집한 대도시로 이주만 해도 평생이 보장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복작거리며 사는 대도시는 자연스럽게 익명성이 보장된다. 작은 시골 마을은 옆집의 숟가락 숫자까지 알았다지만 대도시에서는 불가능하다. 그 익명성의 편안함이 대도시의 삶을 지탱해왔다. 그러나 인구 감소 시대는 다르다. 한 사람 걸러 모두가 네트워킹이다. ‘얼굴’이 보이는 경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10년 후 일자리 도감 - AI 세대를 위한 직업 가이드북』이라는 책이 있다. 도쿄대를 자퇴하고 ‘온 더 에지’와 ‘라이브도어’ 등 IT 기업을 창업하고, 애플리케이션 프로듀서,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 베스트셀러 작가 등 이른바 ‘n잡러’를 대표하는 호리에 다카후미와 쓰쿠바대 교수이자 ‘픽시 더스트 테크놀로지’를 운영하고 있는 오치아이 요이치가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을 직업을 이야기한 책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을 직업이라…… 모바일, 메타버스 같은 단어가 연상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래에도 여전히 살아남을 직업으로 두 사람은 ‘개인 가게’를 들었다. 카페건 관광지건 식당이건, 다른 지역 사람들이 시간을 내어 방문했을 때 ‘또 오고 싶다’ ‘(지금 하는 일을 정리하고) 나도 이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성공적인 로컬 브랜딩은 물론 미래에도 유효한 일이라는 것이다. 재미있거나 세상에 하나뿐인 것을 창조하는 일, 인간의 감정을 공유하고 다루는 일, 고유한 매력으로 단골손님을 사로잡는 가게…… 이런 일이라면 인공지능 시대건, 서울이건 지역이건 ‘통(通)’할 것이다.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무언가를 소비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호리에 다카후미는 2014년부터 회원제 커뮤니케이션 모임 ‘호리에 다카후미 이노베이션 대학교’를 열어 사람들과 소통하고, 유료로 발행하는 메일 매거진 《호리에 다카후미의 블로그에서는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운영하며, 『제로』 『진심으로 산다』 『다동력』 등의 베스트셀러를 지었다. 오치아이 요이치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 ‘오치아이 요이치 학원’을 열어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마법의 세기』 『크리에이티브 클래스』 『10년 후 일자리 도감』 등을 펴냈다.
온라인 뉴스레터, 온라인 커뮤니티, 오프라인 공간, 책.
브랜딩의 ‘일’은 너무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