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즈케이크 Aug 17. 2021

사주 믿으시나요?

나는 사주를 믿는다. 믿었다. 사주 보는 걸 좋아한다. 좋아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나는 사주를 보러 간다. 사실 마음속에는 이미 결정을 해놓고 내가 한 결정이 맞는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더 듣고 싶어서 사주를 보러 간다.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내가 한 결정과 사주를 통해 나오는 결정이 대부분 일치했다.


며칠 전에도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었다. 왜인지 이번에는 정말 결정을 못하겠더라. 엑셀 파일에 장단점을 적고 각각 점수를 매겨서 합계를 내봐도 5:5의 결과가 나왔다. 잠을 설칠 정도로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이번에도 사주를 보기로 했다. 요즘은 굳이 사주 보는 곳에 들리지 않아도 카카오톡으로 상담이 가능하다. 외국에 사는 나는 이래저래 검색해서 카카오톡 상담을 받았다. 아무리 5:5라 하지만 사주 보기 전 마음이 0.1% 더 기울어진 쪽이 있긴 했다. 사주 봐주던 분도 그쪽을 선택하는 게 이번에 들어온 운과 맞다고 한다.


뭐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맞다 치자.


그런데 사주 보는 분이 내가 글 쓰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내가 글 쓰는 직업과 천직이란다. 흠... 앞으로 난 사주를 믿지 않기로 했다. 난 초등학생 때 그 흔하디 흔한 독후감 상도 못 받아봤다. 회사에서 메일도 조리 있게 못 써서 항상 메일을 지웠다 썼다를 반복한다.


내가 내 팔자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걸까? 직업을 바꿔야 하는 건가?


어쩌면 작가가 내 천직일 수도 있으니 작가의 꿈을 안고 다시 브런치를 시작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남편이 사라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