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즈케이크 May 03. 2022

NGO 입사 첫날

전반적으로 Onboarding  과정은 순조로웠다. 미리 회사 노트북과 핸드폰을 받고, IT팀에서 모든 디바이스를 세팅해줘서 입사 첫날인 오늘 순조롭게 회사 메일 및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었다.


메일을 열어보니 팀 헤드가 이미 전체 팀원에게 웰컴 메일을 보내 놨고 향후 2주간의 트레이닝 일정 알림이 우수수 쏟아졌다. 


중국 회사에서만 일해오던 나에겐 아주 신선한 경험이다. 대부분의 중국 회사는 중국 내에서 만든 Only Chinese로만 지원되는 사내 시스템을 쓴다. 가끔 영어 지원이 가능하긴 하지만 영어 수준이 구글 번역기보다 못한 수준이다. 그리고 특이하게 입사 예정인 직원들의 어카운트를 꼭! 입사 첫날에 등록해준다. 왜냐하면 어카운트 하나 당 돈을 받기 때문에 만약 입사 예정인 직원 어카운트를 미리 등록해놓고 입사 취소를 할 경우, 이미 등록한 어카운트를 쓰지 않아도 돈을 내야 하기 때문이란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 회사에서 입사 첫날은 정말 혼돈의 첫날이다. 새 직원은 첫날에 회사 어카운트가 없으니 메일도 읽지 못하고 라인 매니저랑 사내 메신저로 소통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어카운트 승인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거다. 더군다나 보통 중국 본사에서 어카운트 승인을 해주는데 만약 시차가 있다면... 간혹 그다음 날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더 심한 건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라이선스가 비싸서 중국 국내에서 만든 오피스 프로그램을 쓰는 경우가 허다할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아주 당당하게 불법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설치해준다. 중국 국내 프로그램은 당연히 중국어로 된 프로그램이다. 나처럼 중국어를 하면 괜찮다. 그런데 중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직원은 첫날부터 멘붕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거의 10년간 이런 환경에서 일해오던 나에게 이번 입사 Onboarding 과정은 너무나도 정식적이고 효율적일 수가 없다. 


그러나 내가 생각지 못한 허점이 하나 있었는데... 오늘은 아프리카 대륙 공휴일이라 미팅이 전부 내일로 미뤄졌다. 그래서 오늘 하루 종일 할 일이 없다. 이것도 괜찮은 것 같다. 오늘은 시간을 내서 팀 메일을 전부 읽어보고, 회사 시스템에 접속해 어떤 기능이 있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내가 같이 일할 팀 멤버들은 누가 있는지 한 명 한 명 살펴보고. 


입사 첫날부터 항상 쫓기듯이 일해 온 나에게 주는 상이 아닐까? 왠지 기분 좋은 첫날이다. 회사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Take it easy. Step by Step.

작가의 이전글 유일한 한국인 직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