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아프리카에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단 한 번도 아프리카 대륙으로 가보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남편 없이 혼자 오려니 무섭기도 하고 백신이니 뭐니 준비할 시간도 마땅치 않아 회사에 이번에는 갈 수 없다는 의사를 살짝 비치기도 했다. 그런데 매니저의 단 한 마디에 결국에는 출장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Oh no, 우리 팀 멤버들 전부 다 가는데 혼자 못 온다면 너무 서운할 거야..."
케냐로 가는 여정 내내 설렘은 없었다. 오로지 두려움만 가득한 여정이었다. 더군다나 최종 목적지가 나이로비가 아닌 몸바사라는 휴양지로 나이로비에서 혼자 경유를 해야 했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다. 길을 물어보면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고 어느 정도의 호객행위가 있으나 동남아처럼 불쾌한 상황까지 가지 않고 No라고 하면 젠틀하게 물러서 준다.
명성에 맞게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안전과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모든 것을 준비해놨다. 첫날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생각했다. "안 왔으면 어쩔 뻔했어?" 트로피칼 날씨, 파도소리, 곳곳에서 보는 흑인들의 그루브, 휴양지에 맞는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커피.
커피. 하루에 세네 잔은 꼭 마시는 커피. 커피의 고장 케냐. 잔뜩 기대를 했다. 케냐에서 케냐산 커피를! 그런데 신기하게도 차와 우유만 주야장천 주고 커피가 없다. 도대체 커피는 언제 마실 수 있냐고 현지 직원에게 물어봤다.
"하하하. 케냐 사람들은 커피 잘 안 마셔. 이상하지? 커피 생산은 하는데 마시지는 않아. 우리는 홍차 마셔. 홍차는 꼭 우유와 같이." (홍차를 우유 없이 마시는 건 Poor people 이란다.)
케냐에서 커피가 이렇게 귀할 줄이야... 둘째 날 조식 때 드디어 커피를 영접했다. 어디선가 들었다. 산미가 나는 커피가 좋은 커피라고. 그런데 한국이나 영국에서 마셨던 산미가 나는 커피는 뭐랄까... 물에 희석한 그냥 신맛만 도드라지는 느낌? 그런데 케냐에서 마신 케냐는 산미와 더불어 풍부한 맛과 향을 가졌다. 산미가 있는 커피를 난 별로 즐기지는 않지만 첫 입에 입 안에 퍼지는 커피에 이 맛이로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풍부한 커피 향과 더불어 느껴지는 산미는 입맛을 살짝 돋우고 함께 먹는 빵과 궁합이 딱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케냐 사람들은 커피를 즐기지 않을까? 이 궁금증은 풀지 않고 남겨두겠다. 케냐로 다시 와야 하는 이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