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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보살핌 지능 저하 경향성

10월 30일 목요일 아침

by 상구

며칠간 몸이 좋지 않았다. 아플 이유가 딱히 없는데도 그랬다. 원인을 좇는 일은 딱히 의미가 없다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했다. 환절기에는 새로운 기온에 몸이 적응해야 하니 컨디션이 좋지 못할 수도 있다더라, 잠을 잘 자게 되면 나아질지도 모른다, 이건 다 호르몬의 농락일 거다- 했다. 생각은 원래 제 멋대로들 한다고 쳐도, 아픈 스스로를 잘 보살피려는 태도는 갖춰야 한다. 근데 나는 보살핌도 대체로 내 멋대로만 한다. 내 멋이란, 약을 굳이 찾아먹지 않음이다. 어이가 없죠?


오늘 아침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 아침 몸 상태가 나아졌기 때문이고, 나아진 이유가 되게 단순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보일러'. 지난밤에 보일러를 틀고 잤다. 선잠을 자고 두통을 앓고 얼굴이 화끈거렸던 게 집이 추워서였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은 어제의 아침과 분명히 다르다. 강아지마저도 컨디션이 달라 보인다. 역시나 어이가 없죠. 버튼 똑딱 하나 누르면 되는 보살핌을 떠올리지 못해서 4일 남짓을 골골댔던 것이.


자기 보살핌 지능이란 단어를 떠올려본다. 내가 지어낸 말이고 없는 말이지만 어쨌든. 나의 인생은 별 다른 지능과의 싸움이 아니다. 자기 보살핌 지능과의 끝나지 않는 전투다. 나이가 들수록 계발될 영역일까? 아니, 시간은 노력 없이도 흐른다. 스스로에게 어이없음을 자주 경험해야 한다. 계속 기록해야 한다. 나 자신에게 훈계의 말을 건네어야 한다.


보일러 키고 자니 오랜만에 꿀잠 잤고 오늘 컨디션 최고라는 말을 참 길게 했다.


아무튼, 좋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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