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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첩하게 자발적으로 맑고 확실하게 잠에서 깨는 방법

11월 3일 월요일 아침

by 상구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어서 갖가지 방법을 다 써봤다.


• 시끄러운 알람시계 거실/화장실에 두고 자기.

효과: 민폐 이웃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침부터 민첩해진다. 밍기적대는 시간이 짧거나 없다.

단점: 곤히 잠드는 날은 필히 민폐 이웃이 되어버릴 수 있다. 쫓기듯이 깬다.

• 미라클 모닝 단체방에 들어가기.

효과: 다른 분들을 보고 동기부여가 된다. 가장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기분이 든다.

단점: 마음이 멀어지기 시작하면 열정이 금방 식는다. 보여주기 식 일어나기>>다시 잠들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 아침 운동 예약하기.

효과: 돈이 아깝기 때문에 눈이 번쩍 떠진다. 일어나자마자 외출을 하기 때문에 가장 맑고 확실하게 깬다.

단점: 하루 종일 피곤하다. 겨울에는 정말 어렵다.

• 일찍 자기.

효과: 정신건강에 좋다. 수면 시간이 확보되니 몸에 무리가 덜 간다.

단점: 술 약속, 세상의 화젯거리, 밀린 업무, 보상심리 등 일찍 잠들지 못할 이유가 너무나 많다.

• 기타: 좋아하는 노래로 알람 맞추기(기분 좋게 일어나 짐/감흥 없어짐), 일어나자마자 불 켜기-인공눈물 넣기(정신이 깬다/스스로를 고문하는 기분)..


써놓고 보니 분명한 '노력'이었다. 쉽지 않은 아침, 그 괴로운 감각이란 정말 유일하다. 나는 개운하지 않게 자고 일어난 날엔 이를 꽉 깨무는 버릇이 있다. 머리도 좀 아프고 눈도 좀 아리고. 아침형 인간이라서 좋은 게 뭔데? 하는 반항적 생각이 드는 어느 날 밤이 있다면, 그다음 날부터는 일어나야 하는 시간의 끄트머리에 일어나는 사람으로 또 한참을 살아간다.


그치만 위에 서술하지 않은 방법 중, 내가 가장 아끼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특히 추운 계절, 밤이 길어진 계절에 알맞은 것인데 뭐냐면


• 맛있는 커피와 빵을 사두기.


결국 "민첩하게 자발적으로 맑고 확실하게 깨는 방법"으론 설레는 모닝커피, 아침식사의 환경을 마련해 두는 게 제일이지 싶다. 저녁을 일반적인 시간대에 먹고, 자기 전 무언갈 입에 집어넣지 않았다면 아침에 배가 안 고플리는 없다. 아침에 입맛이 없을지라도, 정말 맛있는 마들렌이나 파운드케잌 한 조각 정도는 구미를 당긴다. 특히 내게 중요한 것은 커피. 맛있다는 원두팩을 사놓으면 다음날 아침이 기다려지고, 커피를 내려 마실 생각에 벌떡 일어나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를 한다. 커피와 빵을 고르는 밑작업이 수월하고도 재밌는 세상에 살아 행복하다.

커피를 내리는 행위가 즐거움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내리는 사람도 도구도 똑같은데 커피 맛은 매일 아침 다르다. 내일은 더 잘 내려봐야지, 내일은 모카포트를 써봐야지 뭐 이런 생각들로 이어지다 보면 지속도 쉽다. 커피는 마침 잠도 깨는 음료!

아! 단점은, 아침 식사를 든든든든히 챙기다 보면 살이 찐다는 것 정도. 그러니 어느 날은 그릭요거트, 사과, 냉동 블루베리나 오트밀(웩) 같은 걸로 중간중간 타협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계란과 소세지와 크림치즈를 남발하지 마시오.

아침 식사 시간이 주는 안정감은 대단하다. 하루라는 공사의 첫 삽을 싹- 아주 깔끔하게 뜬 느낌이랄까. 하지만 본인만을 위한 아침상을 차리는 일은 마음에 웬만큼의 여유, 그러니까 정신 건강 또한 받쳐줘야 하는 일이다. 나의 경우 커피 내리는 게 귀찮아졌다면 그건 좀 쉬어가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오우 자가 진단의 기능까지. 긍정적인 효과가 이토록 많네!

오늘 아침의 빵과 커피가 새삼스럽게 맛있어서 주절주절 써보았다.


아무튼, 좋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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