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화요일 아침
적어도 아침 식사에 대해서만큼은 최대한의 유난을 떨고 싶다. 평생을.
하루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
오늘 하루가 어떻게 채워질지 궁금하고 기대되고 막 설레여서?는 아니다.
조용해서 좋다.
세상이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
내게 말 거는 사람이 없고, 내가 말 걸 사람도 없다.
들리는 소리가 없고, 내가 내는 소리도 매우 작다.
방해가 없으니 완전한 내 시간이다.
아침 시간이 소중하다보니, 아침 시간을 구성하는 것들에도 세심해진다.
저녁 끼니를 해결할 식재료는 마감 할인을 위주로 살펴도,
베이글이나 식빵 또는 치아바타, 크림치즈 때로는 땅콩버터나 과일잼, 샌드위치 햄 그리고 아주 가끔 연어, 플레인 요거트와 그릭 요거트에 콩포트 - 아침 식사거리는 타협 없이 좋아하는 제품으로 구매한다.
아침에 스스로를 잔뜩 챙겨주고 나면, 하루의 나머지는 좀 소홀해져도 그만인 듯 싶다.
그러니까 만약 오늘 아침 내가 유명 로스터리의 겨울 맞이 시즈널 원두를 개봉해 정성스럽게 드립 커피를 내렸고, 두툼하고 고소한 호밀 식빵에 크림치즈와 훈제연어와 올리브오일과 후추를 아낌없이 쌓은 오픈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한 모금 한 입 소중하게 먹었다면..
그날 점심 야채김밥에 1500원짜리 커피를 사마시는 일이 그다지 억울하다거나 내게 못할 짓이란 생각은 안하게 된다는 의미다.
물론 매 끼니 소중하게 신중하게 챙기면 더 좋겠지.
그치만 세 끼를 그렇게 먹으면 필히 살이 찐다.
우리는 '밥'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나는 아침 식사에 대한 집착만은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
대신 나머지 밥을 간절하게 챙겨먹진 않겠다.
아침에 대한 집착이 날이 갈수록 대단해진다.
50살 쯤 먹었을 때 나는 어떤 아침 식사를 차리고 있을까.
매우 기대가 되는 바이다.
아무튼, 좋은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