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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쇠책방 Mar 07. 2024

엄마의 엄마였으면


TV를 보다가 부모님 간병에 대한 광고를 보며 생각했다. 부모님이 아플 때는 자식을 불러 지켜달라고 하는 게 맞는데 엄마는 긴 병치레에도 나를 한 번도 소환하지 않았구나. 혼자 다 감당했구나. 오롯이 자신을 돌보며 쓸쓸했겠구나...


그리고서 조금 달라졌다


엄마~

나는 그동안 엄마의 행복을 보지 못했어요.

우리 아무것도 못해봤잖아요

딸들이 태워준다는 비행기도

저는 못 태워드렸네요



언젠가는 엄마가 내 곁을 떠나는 날도

있다는  알면서도 이렇게 마음이 게을러요

내가 그날을 미리 알 수 있다 해도

그래도 절대 말하지 못할 것들만

여기에 가득해요


그런 이야기들은

엄마에게 닿지 못하고 말 거예요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매일 매 순간 생각해 보지만 나아가질 않네요

결코 닿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시작할 수가 없네요


그냥 할 걸음 한 걸음

그날까지 걷다가 운이 좋아 책으로 엮이면  

늦지 않게 엄마에게 드리고만 싶었어요

아니 사실은 아무도 읽지 못하게

영정사진 앞에만 놓아둘 생각이었나 봐요

말로 하기엔 제게도 너무나 어려운 것들이었어요.

엄마 앞에선 내 모습은

늘 아슬아슬하고 볼품없었지만

엄마의 생각도 아니죠

나 혼자 키워둔 생각일 거예요


나는 늘 내가 부족하고 모자라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였나 봐요

엄만 늘 내게 미안해했죠

내가 알고 있는 엄마도

엄마가 생각하는

엄마 자신은 아니었을 거예요.



우린 진짜의 모습으로는 만나지 못했을까요

엄마의 딸로 살았고

딸의 엄마로 평생을 살았는데

서로 미안하고 안타까워만 했네요

다음엔 내가 엄마의 엄마이면 좋겠어요



뭔가가 꼭 필요했던 것도 아닌데

주지 못해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온전히 웃어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이젠 정말 그런 것들이 아쉬워요.​



서로의 마음의 짐을

자기의 짐보다 무겁게 여기며

대신 들어주지 못해서 아파하기만 했어요.

같이 들면 좋았을 것을. 서로 피하려 했어요.

서로의 행복을 바라면서도

함께 행복한 방법에는 서툴렀어요.

더 많이 웃어야 했어요.

우린 그냥 있는 그대로

서로를 껴안아야 했는데

서로 미안해하지 않고

당당해야 했어요.



내 소원은 늘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였어요.

엄마 입에서 행복하다는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소원이었어요.



우리를 챙기는 것보다

엄마가 엄마 자신을 더 사랑하고

챙기고 아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되려 원망한 시간들도 있었어요.

내 죄책감을 덜고 싶어서 쓴 생떼죠.​

아닌데, 그게 아닌데...

어리석었어요.


엄마의 엄마는 아니지만

딸의 엄마가 되어보니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는

엄마를 바랐던 내가 어리석었어요

내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기였을 때

엄마가 내게 내밀어 주던 손과 가슴을

이제는 내어드려야하는데 더디네요

주신 사랑으로 데워진 손으로

딸을 쓰다듬고 있네요



엄마의 빈자리를 보며

얼마나 울려고 이러는 걸까요?

엄마~

엄마가 그렇게 버텨주어서

내가 이렇게 웃고 살았어요.

오늘도 많은 것들을 버티고 있는 엄마


혼자 병원 다녀온 목소리가 좋지 않아서

신경이 쓰이네요

이럴 땐 달려가서

저녁밥이라도 차려 드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

식사 잘하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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