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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찬묵 Jun 09. 2016

영화로 보는 자존감 part2 : 원챈스, 페이스메이커

나를 움직이는 그 무엇은 내 안에서 왔는가, 아니면 밖에서 왔는가

나를 도무지 모르겠다. 마치 남 이야기처럼, 내가 무엇을 할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싫어한다고 해서 모두 안 하는 것도 않는다. 나는 무엇에 움직이는가.



<주의> 본 포스팅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눔인문학 수업에서는 동기에 대해서 내적 동기, 외적 동기라고 분류했는데, 나를 주목하게 만든 지점은 내적 동기에서 외적 동기로 변하는 지점 혹은 그 반대의 지점에 있다.

1. 완주를 해서는 안 되는 국가대표 마라토너 페이스메이커

2. 현실적인 노래쟁이 폴포츠를 그린 원챈스



내적 동기

학습과제를 성취해야 할 이유가 유기체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 스스로 어떤 과제를 성취하고자 하는 동기 : 네이버 지식백과 출처

폴포츠 나이프 뺏는 아빠ㅋㅋㅋ

밥 먹으면서 오두방정 떠는 폴포츠가 못마땅했나 보다. 사진에서 느껴지듯 폴포츠는 다른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기쁨을 쫓는다. 비록 아빠의 손을 멋있게 뿌리치지는 못하지만ㅋㅋ



하지만 그는 자신이 바라던 베니스의 성악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휴대폰 판매원으로서 노동을 하기도 하고, 부족한 돈을 메꾸기 위해서 동네 펍에서 열리는 소규모 장기자랑 대회에도 참가했다. 이처럼 내적 동기는 소심하고 내성적 성격인 폴포츠마저도 움직이게 만든다.



외적 동기

본래의 목표(학습) 이외의 유인에 대해서 갖는 욕구를 자극하고 그것을 매개로 하여 학습시키고 그 과정 중에서 학습에의 의욕 그 자체를 이끌어 내려는 것 : 네이버 지식백과 출처 (뭐라고 적어놓은 건지...)

만호 : 형아가 너 맛있는 거 먹게 해줄게

성호 : 근데 형아, 1등이나 3등은 어떡하지? 2등 해야 되는데

만호 : 음~ 그럼 너랑 나랑 신호를 정하는 거야. 네가 이 우산을 접고 있으면 천천히 달리라는 신호고, 우산을 쫙 펼치면, 있는 힘을 다해 달리라는 신호야. 알았지?


페이스메이커 속 주인공 만호의 달리기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운동회 날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가난한 형제에게 치킨은 너무나 맛있어 보였다. 그런 형제에게 친구의 엄마는 와서 같이 먹으라 하지만, 만호는 할머니가 싸준 도시락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며 동생을 데려간다. 그때, 만호 눈에 띈 달리기 2등 상품, 라면 한 박스. 만호는 동생에게 맛있는 것을 먹게 해주겠다며 동생을 달랜다. 1등도 아닌 3등도 아닌 2등을 위한 만호의 달리기 인생은 그렇게 시작된다.



내적 동기에서 외적 동기로

꿈을 좇아 입학한 베니스의 학교에서 폴포츠는 꿈에 그리던 파바로티에게 노래를 선보일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과도하게 긴장한 탓에 불안한 노래를 불러버렸고, 파바로티는 그의 노래를 멈췄다. 그리고 "오페라 가수로선 힘들겠군"이란 사형선고와도 같은 말을 그에게 남기며 자리를 떠난다.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는 자책에 빠진 그는 학교를 나와 꿈을 포기한다. 그리고 다시 생업(철강업, 휴대폰 판매업)으로 돌아 간다.


그를 움직이는 힘, 내적 동기의 좌절로 방향을 잃은 폴포츠. 그는 생계(경제력)를 위한 외적 동기에 몸을 움직이게 된다.




외적 동기에서 내적 동기로


어렸을 때에는 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서. 어른이 되어서는 동생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달려야만 했던 만호는 이번 올림픽 대회에서도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인 30km 지점에서 다리를 멈췄다. 그때 마침 나타난 동생 성호. 그는 형이 남을 위한 페이스 메이커가 되고나서부터 형의 경기를 보러 가지 않았었다. 그런 그가 마지막 마라톤이 될 수도 있다는 형을 위해 런던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보고 반갑게 걸어오는 만호를 보며 성호는, 고개를 절레 저으며 빨간 우산을 펼친다.


'달려!'


만호는 사실 완주를 하고 싶어 했다. 마지막으로 오로지 자신을 위한 달리기를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자신의 사채를 갚아준 동생에게 다시 돈을 돌려주고자 꿈을 접고 마지막까지 페이스메이커가 되었던 그였다. 그때 펼쳐진 동생 성호의 빨간 우산은 어떤 말보다도 진득한 메시지를 그에게 던졌다. '이젠, 형 자신을 위해 뛰어!'. 앞으로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는 다리도(신체결함에 의해 완주했을 시 달리기를 앞으로 평생 못할 수도 있다는 소견이 나와있던 상태였다), 페이스메이커로서의 계약도, 펼쳐진 빨간 우산은 그를 옭아맸던 것들을 멋있게 풀어 재꼈다.


만호의 달리기가 처음으로 외적 동기에서 내적 동기로 바뀐 순간이다. 오로지 나를 위한 달리기.





이번 수업을 통해 느낀 것은 첫 번째, 외적 동기에 대한 고찰이다. 지금까지 나를 움직였던 외적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혹시 나도 페이스메이커 속 두 형제처럼 외적 동기로 누군가를 힘들게 하진 않았을까. 서로에 대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그 형제는, 참 애달프다.


두 번째, 내적 동기를 자존감과 연결시켜보자면, 내적 동기는 실천만으로도 자존감을 상승시키는 것 같다. 나의 진정한 기쁨을 인지하고, 그것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타인과 비교할 필요 없는 자신만의 자아가치 실현으로서 자존감과 연결되는 것 같다. 내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다고 느껴지는 환희. 나에게도 그때가 있었다. 처음으로 마음을 담은 곡을 썼을때였으려나. 누구와도 비교할 필요 없이 나만의 것이 만들어졌을 때, 비로소 나는 안정되었다. 그 전까지 나는 참,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꼈었다. '지금 이대로도, 나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했구나'라는 느낌이랄까. 항상 아직 오르지 못한 위를 바라봤었는데, 눈 앞에 나를 바라보는, 거울 속의 나를 마주한 느낌. 뭐, 그런 느낌이었다.



나의 결론은 단순해졌다.

내적 동기를 위해 살아갈 것.



역시 노래 쓰기를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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