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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님 Oct 10. 2024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감동하여 쓰는 글


아시아 여성 최초, 대한민국 최초 노벨문학상이 나왔습니다.(문학상으로는 최초)  한강 작가님이라서 더욱 기쁩니다. 속보를 듣고 들뜬상태에 마침 퇴근한 남편에게 이야기해 주다가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나라에서 알아주겠구나.  동호, 정대, 정미들의 죽음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애도해 주겠구나 하는 마음에 다행이었고 한편으로는 슬펐습니다.



이전의 독서기록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타자기를 처음 구입했던 몇 년 전 필사했던 '소년이 온다' 한 페이지


 2024년 5월 18일에 수많은 동호, 정대, 정미들을 기억하며 다시 타이핑했던 페이지...



2024년 1월에 남긴 '작별하지 않는다'의  기록



한강 작가님의 글은 황순원문학상 수상단편집에 있던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으로 처음 읽었습니다. 그 제목이 너무나 인상 깊었고 소설을 읽는 동안 주변이 고요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2015년 여름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를 연달아 읽었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제게  많이 어려웠습니다. 저는 그녀의 고통과 기행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10여 년이 다 된 지금 다시 읽어본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소년이 온다'빙의된 듯 한 장 한 장 몰입하며 읽었습니. 너무 무섭고 괴롭고 잔인해서 몸서리쳐졌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518은 너무나도 간략했었는데... 소설의 묘사가 너무 적나라해서 찾아본 구글 이미지들은 지옥이었습니다.

돌이 안된 첫째가 낮잠 잘 때  저는 옆에서 소리 없이 울며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갔습니다. 읽고 있는 내가 이렇게 힘든데 이런 처절한 아픔을  그리면서  작가님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래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을 때 작가님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제목마저 처연하게 느껴지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더 자세히 알게 된 제주도의 슬픔, 시대의 슬픔과 인간에 대한 깊은 절망... 읽는 동안은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들의 처참함에, 인간들에 대한 절망에 괴로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줘야겠다 읽어내야겠다 싶은 마음이 생기는  구간들이 있어서 마지막까지 힘을 다해 읽었습니다.


작가님은 이 책을 지극한 사랑 소설이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소년이 온다에 이어 이토록 괴롭고 힘든 작업을 하신 걸 보면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알아주고, 괴로워하며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인간을 인간으로, 생명을 생명으로 지켜주기를 바라는 지극한 사랑의 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도 갱도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영혼들을 위로하고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흰' 한강작가님의 온 마음을 다한 애도의 이야기입니다.

 

이 도시의 사람들이 그 벽 앞에 초를 밝히고 꽃을 바치는 것이 넋들을 위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안다. 살육당했던 것은 수치가 아니라고 믿는 것이다. 가능한 한 오래 애도를  연장하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두고 온 고국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했고,  죽은 자들이 온전히 받지 못한 애도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간의 독서기록들을 살펴보면서 잊고 있었던 행운을 찾았습니다. 아마도 예전에 말려두려고 넣어놨던 것인가 봅니다.

다섯 잎 클로버도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한 입 갉아먹은 곳이 보입니다. 누가 먹었을까 상상하니 웃음이 납니다.


오늘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소중하게 간직하던 책 속의 네 잎 클로버 같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의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감동인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줄 것을 기대하며 들뜬 마음과 슬픔의 양가감정을 기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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