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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발 Mar 14. 2024

내셔널지오그래픽

어릴 때 매일 저녁 KBS2에서 방송하는 ‘동물의 왕국’을 좋아했다. 특히 사자, 치타, 표범 같은 큰 고양이들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도 빼놓을 수 없지.


그리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기 위해서 디즈니+를 구독하는 어른이 되었다.


원래는 ‘시저밀란’이나 ‘수의사 오클리‘ 같은 행복한 동물이야기를 보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것저것 보다 보니 고대문명 섹션도 좋고 ‘퀸즈’ 같은 동물 섹션도 좋았다. 그런데 요즘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꾸 보게 된다.


그들은 비행기 사고로 가족을 잃기도 하고 테러나 범죄로 가족을 잃기도 한다. 최근에는 눈사태로 실종된 아버지의 시신을 17년 만에 발견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았는데, 가족구성원 각자의 위치에 따른 감정과 기억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니 좋았다기보다 배웠다는 게 맞는 것 같다.


살인이든 사고든 자살이든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을 마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으니까.


친구가 인스타그램에서 게시물을 하나 공유해 줬는데, 'F를  바라보는 T의 모습'이라는 제목이었다. 옆에 앉아서 오열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개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담긴 동영상이었는데........... F고 T를 떠나서 힘들어하는 사람을 보면 모두 그 개와 같은 표정을 짓게 되지 않을까 싶다.


https://www.instagram.com/reel/C3JXZkvBxh2/?igsh=MTlqMmNyMzQ2eGoxcg==



유가족을 만날 때마다 손을 잡아도 되는지, 아니 스킨십을 하는 게 도움이 되긴 할지, '고인'의 '명복'이란 표현은 써도 되는 건지.


유족을 대하는 방법을 검색해 보면 많은 기사나 자료가 나온다. 주로 '유가족'을 위한 자료로 보인다. 우리가 유족이라는 위치에 놓일 일이 살면서 많지는 않으니까 당연하다. 하지만 유족을 위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나와있는 자료가 많지 않다. 적어도 이렇게 하면 된다! 는 속이 후련한 방법은 찾기 어렵다.


살인사건, 자살, 자연사 등 다양한 이유로 가까운 사람들을 상실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긴장하고 말을 삼키고 단어를 고르고 감정을 정돈한다. 장례비 지원을 안내하고, 생계비 지원, 정신과 비용 지원, 심리상담 지원 등 가능한 지원제도를 안내하면서 너무 건조한 건 아니었을까 너무 감정적인 건 아니었을까 되새기고 후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족은 잃어버린 사람의 이야기를 혼자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혼자 경찰서에 오고 싶어 하지도 않고, 혼자 진술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한자 '사람 인'자처럼 같이 슬픔을 견뎌줄 존재를 찾는다.


때때로 그런 역할을 내가 해야 한다고 느낄 때 괜히 미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지금 유가족에겐 사람이 필요할 것이므로 지금 처음 만난 내가 '사람 인'자의 한 변처럼 옆에 있어줄 수밖에 없다.


사람이 제일 어렵다. 이럴 때마다 다들 참 잘도 나쁜 짓 하면서 사람에게 상처 주고 산다 싶다! 으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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