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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오리즈 Nov 03. 2020

4-1. 하청에 하청에 하청, 여행업(하)

본 글은 "하청에 하정에 하청, 여행업(상)"에서 이어집니다.3-2. 로컬 문화의 수호자, 넷플릭스 (상)



<오늘의 글 미리보기>

1. 하나투어는 자유여행객이 늘어나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했는가

2. 하나투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마이 리얼 트립을 포함한 OTA를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해외 직구의 등장, 플랫폼


    패지키 여행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패키지 여행에는 자유 여행에서 쉽게 얻기 힘든 매력이 있다. 바로 현지 거주민인 가이드만이 알 수 있는 ‘꿀팁'이다. 가이드는 여행코스를 개괄하면서 각 여행지의 의의나 중요성, 사진을 찍기 좋은 장소,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 사기 좋은 기념품, 흥정하는 법 등 현지의 속사정을 알아야만 알 수 있는 정보를 풀어준다. 아무리 자유 여행의 수요가 커지고 이에 맞춰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할 수 있는, 해소해주는 정보가 늘어났다 할지라도 이 모든 것을 개개인이 종합해서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시국에 400억 투자를 유치할 정도로 혁신성을 인정받은 플레이어인 ‘마이 리얼 트립'이 등장할 수 있었다. 마이 리얼 트립은 일종의 해외직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현지의 가이드를 개별자유여행객과 연결해주는 것이다. 


    여행 가이드-현지 여행사(랜드사)-여행사-대리점(or 직판)-고객으로 구성되어 있던 여행업의 가치 사슬을 여행 가이드-플랫폼-고객으로 단순화시킨 것이다. 이는 기존의 직판 여행사가 시도한 것과 같은 유통 구조의 간소화지만, 직판 여행사는 손대지 못했던 현지 여행사와의 관계를 간소화하였다는 점에서 더 큰 구조 절감이다. 가이드와 여행객을 이어주는 마이 리얼 트립은 여행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여행객이 원하는 건 앞서 표면적인 여행업의 본질로 드러나는 비일상적 경험, 즉 현지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이색적인 감각이다. 이 이색적인 감각을 잘 갖고 있는 가이드를 발굴해내는 것. 그것이 마이 리얼 트립의 초기 목표였다.


    마이 리얼 트립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두 가지 옵션을 취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현지에 살고 있는 비-가이드를 가이드로 고용하는 것이었다. 용돈벌이가 필요하거나 한국인과의 소통이 필요한 현지 거주 한국인을 타겟으로 삼았다. 두 번째는 아직 가이드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을 공략하는 것이다. 아직 인지도가 적어 필연적으로 랜드사의 을의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이들을 섭외한 것이다. 이렇게 모인 가이드들은 각자 나름의 경험을 살려 자신만의 여행 코스를 계획해서 상품화했다. 이들은 숙달된 가이드만큼 다양한 장소를 알지는 못해도 특정 지역, 특정 장소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패키지 여행으로 통합되어있던 일정을 각 코스별로 나눠 선택적으로 제공하였다. 당연히 기존의 패키지 상품이 주는 피로감에 지친 자유 여행객들은 비일상적 경험이 녹아있는 상품에 매료되었다. 


    가이드와 여행객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시작한 마이 리얼 트립은 이후 단독 OTA로 확장하였다. 이전까지의 자유 여행객 대상 여행상품이 유럽이나 미주를 중심으로 구축되어있던 반면, 2015년 이후 급격히 증가한 해외여행의 수요는 명확하게 인접국가 여행의 성장세를 암시하고 있었다. 인접국가의 경우 가이드의 이색 경험이 녹아든 상품보다는 보다 저렴한 티켓을 탐색하는데 고객의 초점이 맞춰진다. 이에 맞춰 마이 리얼 트립에서도 2016년부터 교통권, 전망대/박물관/미술관 입장권 등의 티켓 판매를 시작했다. 숙박 서비스는 2017년에 시작했다. 글로벌 OTA와의 제휴를 통해 상품을 다량 확보하고 인기 있는 숙소와는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물량을 늘렸다. 2018년부터는 항공권 판매를 시작했다. 


    여기서도 하나투어 등의 전통 여행사와의 차이가 드러난다. 전통 여행사의 경우 항공과 숙박에서 이익을 낼 생각을 하지만, 마이 리얼 트립은 항공과 숙박을 일종의 마케팅 비용으로 생각한다. 마이 리얼 트립과 고객의 접점으로 항공권과 숙박을 활용할 뿐 실제 이익은 20%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투어 상품에서 챙긴다.


“여행자들은 누구나 항공권을 구매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오직 가격만 신경쓴다는 점이었습니다. 스카이스캐너나 카약 같은 가격 비교 사이트들이 이 경향을 더욱 가속화 하고 있구요. 항공권을 최저가로 팔면 모든 트래픽이 마이리얼트립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고 그들은 모두 (예비)여행자들이니 매우 정밀하게 타겟팅 된 유저 유입 채널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동건 마이 리얼 트립 CEO


    그만큼 마이 리얼 트립은 본업인 여행지에 가서 뭐하지? 라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데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저 인입을 위한 마케팅 창구로 항공/숙박이 활용된다면 마이 리얼 트립 안에서 항공/숙박을 구매하는 고객이 매력을 느낄 상품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마이 리얼 트립의 가장 큰 강점은 현지 가이드가 직접 기획해서 올리는 상품과 수많은 리뷰이기도 하다. 후발주자가 대거 등장한 이후로도 마이 리얼 트립의 성장이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 상품을 갖추고 좋은 상품에 대한 리뷰라는 이름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킬 가장 최적의 옵션이 마이 리얼 트립이 된 것이다. 




하나투어의 대응


    간판 여행사의 대표주자인 하나투어는 그럼 유통구조를 1차적으로 간소화한 직판 여행사의 등장과 자유여행의 확산, 글로벌 OTA의 등장과 해외 직구 플랫폼의 등장 앞에서 아무 대응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일까? 앞서 살펴봤듯이 2015년은 1) 일본 정부의 인바운드 정책, 2) 아베노믹스로 인한 LCC의 일본 편 신규 취항, 3) 이로 인한 해외여행 가격의 하락이라는 3가지 이유가 합쳐지면서 이례적으로 여행객이 증가하기 시작한 첫 해였다. 특히 2015년부터 형성된 해외여행객 증가세가 2030세대에 의해 견인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이라는 두 축에서 자유여행의 성장세가 더욱 촉진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2016년 1월 시점 하나투어의 입장은 “하나투어의 주요 고객은 50대, 40대, 30대 순으로 확인됐지만, 최근에는 항공, 호텔, 현지 투어 등의 자유여행 속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나투어가 주 타겟으로 삼는 고객군은 자유여행보다 패키지여행을 선호하는 어느 정도 구매력이 있는 중년층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투어의 2015년 IR 자료 속 프랜차이즈 대리점의 대리점 수 대비 매출비중이 높은 것도 설명이 된다. 구매력이 있는 고객은 패키지 여행에 대한 선호도, 그 중에서도 네임밸류가 가장 큰 하나투어에 대한 신뢰가 있으며, 그런 이들은 하나투어에 대한 충성도와 상품 이해도가 높은 하나투어 프랜차이즈 대리점에서 구매한다. 


출처: 하나투어 2015년 IR자료


    그렇다면 하나투어는 급변하고 있는 여행시장에서 아무런 대응을 취하지 않았는가하면 그건 아니다. 하나투어의 대응은 해외여행객이라는 아웃바운드 시장이 아닌 인바운드 시장을 향했다. 아웃바운드 여행사가 국내 여행객을 해외로 송출하는 여행사라면, 인바운드 여행사는 해외 여행객을 국내로 유입하는 여행사를 지칭한다. 경쟁력에서 밀리기 시작한 아웃바운드 대신에 아직은 미미한 인바운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를 위해 하나투어는 2013년에 호텔업 ‘마크호텔’을, 2014년에 ‘SM면세점’을 자회사로 설립했다. 호텔의 경우 주요 관광지가 밀집해있는 4대문 안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면세점의 경우 공항에 소규모로 입점했다. 그 결과 하나투어의 2019년 매출은 전체 매출 7,631억원(763,194,958,021원) 가운데 여행알선수익이  3,580억원(약 47%), 재화판매수익(면세점이 2,108억원(약 28%), 호텔운영수익이 533억원(약 7%)을 기록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하나투어의 영업이익률은 계속해서 하락했다.



    인바운드로의 다각화에 많은 자금이 투입되기는 하였지만, 하나투어가 아웃바운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나투어는 글로벌 OTA와 여행 플랫폼(스타트업)에 밀리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투어팁스와 모하지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했다. 둘 다 개별자유여행객(FIT)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이다. 2013년에 개시한 투어팁스의 경우 여행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하나투어가 약 30억의 예산을 들이며 출범했던 자유여행객 대상 여행사인 하나프리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만들어졌다. 2019년에 런칭한 모하지는 하나투어의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제거한 채 자유여행 컨셉으로 구성된 플랫폼을 표방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두 서비스 모두 2년 가량의 시간동안 400억 규모의 자금을 투자해 개발한 ‘하나허브’로 통합되었다. 하나허브는 말 그래도 글로벌 OTA와 경쟁하기 위해 가벼워지고 직관적으로 변화한 하나투어의 웹/앱을 의미한다. 자세한 사항은 이 글을 참조하는 것을 추천한다.  



코로나19와 포스트-코로나19의 여행업


    그렇다면 코로나19 시기의 대응은 어떨까? 왠지 처음 제기한 질문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마이 리얼 트립은 어떻게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승승장구할 수 있었는가? 한 눈에 보기에는 스타트업 특유의 빠른 대응력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말도 맞긴 맞다.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여행업에 흘러갔던 돈이 명품업계와 국내여행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 하나투어와 같은 종합 여행사는 국내 여행 중심으로 사이트를 개편하기에 몸집이 비대할 뿐더러 인력도 부족하다. 이와 반대로 디자이너·QA(품질보증)조직까지 합쳐 약 80명의 개발인력이 근무 중인 마이 리얼 트립에는 단기간 내에 웹/앱을 개편할 수 있는 인력이 충분히 갖춰져있다. 그 덕분에 마이 리얼 트립은 보름 만에 국내여행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편할 수 있었다. 즉, 조직 구조상 마이 리얼 트립은 국내 여행 중심으로 개편했을 때의 ROI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이와 동시에 마이 리얼 트립은 현지 라이브 랜선 투어로도 이름을 알렸다. 현지에 체류중인 가이드가 직접 관광지를 돌면서 설명을 해주고 참여자는 줌을 통해 실시간으로 가이드의 시각과 해설을 교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응책을 강구하게 된 이유는 마이 리얼 트립이 재치있는 아이디어를 갖춘 스타트업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마이 리얼 트립의 핵심 파트너가 현지 가이드이기 때문이다. 유통 구조를 간소화한 마이 리얼 트립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현지 가이드의 퀄리티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시기가 되었을 때 가이드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가이드들과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그들이 소소하게나마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을 제공해야만 한다. 즉, 마이 리얼 트립은 그동안 쌓아온 파트너십(숙박, 항공권, 저렴한 패스와 입장권, 그리고 현지 가이드)을 활용해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포스트-코로나19에 대한 대비를 동시에 하고 있다.


    한편 하나투어의 입장에서는 섣불리 국내 여행 시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편하기 어렵다. 단편적인, 그리고 가시적인 이유는 물론 정보의 비대칭성이 작용하는 해외 여행과 달리 국내 여행에서는 패키지 상품을 갖고 있는 하나투어의 장점이 활용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비용구조상 국내 여행으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ROI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웹/앱을 개편하는데 2년간 400억을 투자한 회사다. 단기간 내에 다시 재편할 여력은 갖고 있지 않다. 하물며 하나투어의 경우 다른 종합여행사에 비해 비록 버틸 수 있는 시기는 적다고 하지만 현금소모분기를 계산했을 때 약 4분기, 즉 1년은 버틸 수 있다. 그렇기에 하나투어 입장에서는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다. 



    그렇다고 하나투어가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시아나와의 연계를 통해 국내 상공을 비행하는 상품을 출시하며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획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비즈니스석을 경험해볼 수 있고 또 기내식과 어메니티를 제공받기 때문에 비일상적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가시적인 여행업의 본질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종합 여행사로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공급자(항공사, 숙박업소 등)와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유통업의 측면에서의 이점이 있기 때문에 이루어진 액션이다. 


    물론, 포스트-코로나19 시기에 하나투어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특히 IMM PE가 투자의 형식으로 하나투어의 재무 및 경영관리를 맡게 되면서 하나투어의 영업 방식에 대한 재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IMM PE는 기존의 홀세일 방식에 회의적인 견해를 내비쳤으며 유통 구조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하였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마이 리얼 트립의 큰 투자자 중 하나가 하나투어의 경영권을 가진 IMM PE의 관계사인 IMM 인베스트먼트라는 점이다. IMM 인베스트먼트는 시리즈A 단계부터 최근에 유치한 시리즈D까지 계속해서 마이 리얼 트립에 투자를 해왔다. 그렇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나투어가 유통 구조를 간소화한 마이 리얼 트립의 판매방식을 차용할 것이라고 예측해볼 수 있다. 단지 하나투어와 마이 리얼 트립 사이의 포지셔닝이 명확히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투어는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시대, 포스트-코로나19의 시대에 종합 여행사로서 어떤 위치를 점유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하나투어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하나투어의 주 타겟은 구매력이 있는 고객군이다. 동일 자본이 투입된 마이 리얼 트립과 겹치지 않기 위해 하나투어로서 내세울 수 있는 상품은 구매력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상품일 것이다. 이미 하나투어는 코로나19 전에 가격대와 상관없이 다양한 테마에 맞춰 전문가와 함께 하는 투어 상품인 ‘그랜드투어’ 상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나투어는 포스트-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 장기적으로 유통 구조를 간소화한 마이 리얼 트립의 모델을 차용해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마이 리얼 트립과는 상이한 포지셔닝을 점유해야할 것이다.




한줄평: 유통 구조의 혁신은 옳다! 다만, 포지셔닝을 달리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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