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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다치면서 크는 거야."

공원에서 울던 아이를 보고 나의 지난 상처들을 회고하며.


"원래 다치면서 크는 거야."


"원래 다치면서 크는 거야."


오늘 공원을 산책하다가 들은 말이었다. 이 말을 들은 순간 눈물이 와락 났다.


한 손을 올려 양쪽 눈에 잠긴 눈물을 닦았다.


상황은 이랬다.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킥보드를 타다가 넘어진 것이었다.


아이는 먼저 앞으로 한참 나아가고 있었기에 엄마는 빈 유모차를 밀면서 아이가 있는 쪽으로 허겁지겁 뛰어갔다.


아이는 너무나도 서럽게 울고 있었다.


"너무 아파!!" 하면서 엉엉 울었다.


안아달라고 보채는 아이를 엄마는 안아주지 않았다.


대신 "원래 다치면서 크는 거야."라고 담담하게 말해주었다.


두 모녀를 지나쳐 걸어가다가 내 등 뒤로 그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왜 눈물이 났을까.


그동안 많이 다친 내가 떠올라서?


사는 건 원래 누구나 다치고 치유하는 과정이라는 진리를 새삼 일깨워줘서?


예전에는 고통에 신음하며 의욕을 잃기도 했지만, 이제는 지난 일이라고 안도할 수 있어서?


나도 모르게 나온 눈물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숨어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아이가 부러웠다.


아프면 아프다고, 나 다쳤다고 눈치 보지 않고 공공장소에서도 소리 내며 울 수 있어서.


어른이 되어갈수록 울기가 쉽지 않고, 울고 있는 나를 방치해 두기 쉬우니까.


내면의 어린아이가 들려주는 목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들려도 애써 무시하기가 쉬우니까.



울부짖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이제까지 아파했던 장면들을 떠올려 보았다.


언제 아팠더라?


어떤 순간이 제일 아팠더라?


첫 직장이었던 호텔에서 일했을 때 많이 울었지.


네팔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났을 때 몸도 아팠지만, 이슈가 터지자 변한 사람의 태도를 보며 배신감에 몸서리를 치기도 했고...


살아오면서 "사차원이다.", "특이하다.", "외딴섬에 혼자 사는 것 같다."와 같은 말을 줄곧 들어오며 외로운 감정도 느꼈구나.


알바를 포함한 일들을 해 오면서 일 못한다고 각각 다른 곳에서 두 번이나 잘리기도 했고.


그땐 온 세상이 "넌 필요가 없어. 꺼져버려."라고 말하는 것 같아 지독한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래서 원래 다치면서 크는 거라는 아이 엄마의 말은 위로같이 들렸다.


두려움을 가득 안고 파도를 타는 서퍼와 같이...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러하듯, 나도 지금까지 몸과 정신에 상처를 입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 상흔을 디딤돌 삼아 다시 일어났듯이,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아이 엄마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직 모르는 미래에 얼마나, 또 어떤 방식으로 다칠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난 현재 콘텐츠 창작자로서 매일 유료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 안에서도 어려움은 늘 있다.


'내 실수가 누적되어 꽤나 깊은 관계를 맺었던 분들도 날 그냥 등지시면 어떡하지...?'


'지금은 지지하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어떠한 이유로 실망하여 날 떠나가시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인간은 닥치지 않은 위험을 대비하여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일을 이렇게 미리 염려하고 있나?


모르겠다.


다치지 않고도 클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런 길은 없다.


스스로 파도를 타고 넘어야만 한다.



내 안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정면으로 맞닥뜨려야만 내 안의 세계가 더 커질 수 있다.


넓어질 수 있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그랴!!!


온라인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도, 사이드 프로젝트로 영어 필사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도 두려움은 항상 있었다.


'악플이 달리면 어떡하지..?'


'지금 이런 콘텐츠를 돈 받고 발행하냐고 뭐라고 하시면 어떡하지...?'


'부정적 피드백을 받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지?' 와 같은 생각 말이다.


그토록 미리 걱정했던 일은 실제로 다 일어났다.


난 내 글에 대한 악플도, 모임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도 모두 받아봤다.


하지만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글 수는 없다.


이 속담은 내가 모임을 운영하던 초기부터 내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뇌며 외친 주문이었다.


그렇게 용기를 내어 막상 장을 담가보니 그 장이 맛없다고 하신 분보다는 맛있다고 내게 다가와 주신 분들이 훨씬 많았다.


그 장을 난 이제 벌써 2년 넘게 담그고 있다.


고맙다고, 매일 아침 마음의 편지를 선물 받는 느낌이라고 메시지를 정성껏 적어 주시는 분도 계시고,


카카오톡 선물 기능으로 소소한 선물을 주시기까지도 한다.


- 얼마 전에 받았던 레모나 선물. "근심 걱정 던지셔!!" :)


남자아이의 티셔츠에 적힌 글귀: 'So much beauty'


공원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아까 본 여자아이와 비슷한 또래인 남자아이가 엄마와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의 티셔츠에는 영화 <업>에 나올 법한 커다란 풍선이 그려져 있었다.




'So much beauty'라는 영어 글귀와 함께.


그 티셔츠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아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으나 그 아이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이나마 나와 눈이 마주친 그 남자아이와 무언의 교감을 나누었다고 생각했다.


음... 이 순간도 So much beauty가 아닐까?


아까 킥보드를 타고 있던 여자아이 뒤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아이가 넘어져 엉엉 울자 엄마가 달려오며 다가오기 전의 일이다.


그곳에는 그런 아이를 위로하며 챙기시던 어느 노부부 분들이 계셨다.


그 역시 So much beauty가 아닐지?


남의 아이여도 측은지심을 느끼는 마음 말이다.


물론 다칠 때마다 So much beauty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내가 아직 살아있으니까 이 글도 쓰고 있다.


나와 세상과 화해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고 싶어서 말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요즘 비가 많이 오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호텔에서 근무하던 시절, 평일에 휴무일을 맞이했을 때였다. (백오피스 근무자를 제외한 호텔의 모든 업장은 모두 교대 근무가 이루어진다.)


난 몽촌 토성으로 도보 해설 관광을 신청을 했었다.


신청자가 마침 나 하나뿐이라 나와 문화 관광해설사분, 이렇게 둘이서 토성을 거닐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분께서는 내가 호텔에서 마음고생했던 이야기를 듣더니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고 말씀을 해 주셨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이 얼마나 될지, 얼마나 자주 비를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변치 않을 사실은 있다.


비가 온 뒤에 땅은 굳는다는 것.


난 앞으로도 많이 깨지고, 구르고, 부딪힐 예정이라는 것.


여자아이처럼 공원에서 "너무 아파!!" 하고 소리 내어 울지는 않을지라도, 속을 삭이며 울 날도 적지 않으리라는 사실이다.


그래도 그때마다 그 말을 떠올리고 싶다.


아이의 울음에 크게 동요하지 않으며 차분하게 전해주던 아이 엄마의 그 말을.



원래 다치면서 크는 거야.


“Life is full of beauty. Notice it. Notice the bumble bee, the small child, and the smiling faces. Smell the rain, and feel the wind. Live your life to the fullest potential, and fight for your dreams."

― Ashley Smith



인생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관심을 기울이세요.


호박벌, 어린아이, 그리고 웃는 얼굴에 관심을 기울이세요.


비의 냄새를 맡고 바람을 느껴보세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인생을 살고,


꿈을 위해 싸우세요.


- 2015년에 아시아 장기 배낭여행을 할 때 간 인도네시아 사모시르 섬. 숙소에서 만난 천신(天神)과도 같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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