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며칠째 날씨가 좋지 않아. 미세 먼지는 최악을 달리고 있고, 날은 추운데 우리집 난방은 고장났어... 지난번에 니가 방이 너무 덥다고 해서 아빠가 난방 조절하는걸 건드렸잖아. 그게 어떻게 된건지 조절이 잘 안되나봐. 이제는 방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더라고. 진짜 분명 니가 있었으면 덥다고 한소리 했을텐데 하는 생각하고, 또 날씨가 이렇게 안좋은데 니가 고생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더라고.
니가 떠난 이후에 나는 니가 쉬야하던 자리만 봐도 니가 생각나서 문제야. 여기서 냄새 오래 맡았었는데... 이제 해피가 쉬야를 안하면 다른 강아지들은 해피가 없다는 걸 알까? 그렇게 하루에도 몇번씩 몇년을 계속 쉬야하던 네가 없는데, 내가 공지라도 써서 붙일 수도 없고 말이야.
너를 떠나보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엘레베이터에서 이동장에 탄 강아지를 만났어. 나는 처음보는 강아지인데 나를 계속 쳐다보는 거야. 물론 내가 니 생각하느라고 조금 울긴 했었지만 정말 너무 쳐다보더라고... 보호자분이 왜 그렇게 쳐다보냐고 할 정도로. 평소같으면 '제가 개 키워서 냄새가 나나봐요.' 했을텐데, 이젠 니가 없잖아.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집에 와서 엉엉 울었어. 니가 집에 있었으면 너한테 동네 강아지 만났다고 너 아는 사이냐고 물어보고 괜히 옷 냄새라도 맡게 해줬을텐데. 그러면 너는 관심 없다는 듯이 대충 몇번 냄새 맡아주고 한숨 쉬었겠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 강아지도 해피 네 소식이 궁금해서 날 쳐다본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네...
진짜 이상하지. 강아지가 사람말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닌데 왜 맨날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나 많아지는지 모르겠어. 내 말을 정말 잘 들어주는 멋진 강아지라서 언니가 그렇게 신나게 다 이야기 했나봐. 택배 오거나 물건 새로 사면 꼭 보여주고, 외출하고 돌아오면 옷 냄새나 가방 냄새 맡게 해주면서 우리 매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잖아. 강아지가 갈 수 있는 곳 다 같이 가서, 너는 관심도 없는 펜이나 스티커 사는 것도 기다려주고, 내가 옷 고르는 것도 기다려주고 진짜 좋은 강아지였는데 내가 그렇게 말 안듣는 애라고 놀려서 미안해.
언니가 전에 식물 사왔다고 구경하라고 했던거 기억나? 니가 또 착한 강아지라서 냄새 맡아줬잖아. 그게 벌써 엄청나게 자랐어. 정말 많이 자라서 키가 많이 커졌어. 너 아프다고 식물 제대로 신경 못써서 몇개는 정말 비실비실 아팠거든. 그래도 잘 자라줬어.
진짜 너랑 산책을 얼마나 많이 다녔던건지! 하루가 이렇게 긴줄은 몰랐어. 하루가 이렇게 느리게 가는지도 몰랐고, 이렇게 오랫동안 내가 펑펑 울 줄도 몰랐어. 진짜 별거 아닌거에 계속 갑자기 우는 게 문제야. 며칠전엔 전시회를 갔는데, 작가님이 네 그림을 그려주신거야. 그걸 보는데 갑자기 너무 보고싶고, 여기에 같이 왔었으면 너무 좋았을 것 같고, 또 그림 안에 니 모습이 무지개다리 건넌 후에 니가 잘 지내는 모습 같아서 또 울었어. 울보도 이런 울보가 없는데, 네가 나이 들고 어른 강아지 되면서 언니 우는 모습에도 그래 울던가 하던 모습을 봤어서 조금 안심이네.
내가 널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니가 날 키워준 것 같아.
어쩜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네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어. 아기야. 언니 산책가방도 이동장도 리쉬도 강아지 유모차도 하나도 안 버렸어. 못 버렸어. 산책하러 많이 놀러와. 정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