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방앗간 부동산에 모여 손자가 왔다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수의 어르신들이 자기는 절대 손자를 보지 않는 다며 왜 손자를 돌보냐며 "손자를 돌보는 것은 부모를 대신해 주는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현해야 해! "라고. 하지만 이 관점은 우리 사회가 가족의 역할을 바라보는 좁은 틀에서 나온 오해에 가깝다. 손자를 돌보는 일은 단지 부모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희생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생명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들과 함께 성장해 가는 과정이며, 가정의 또 다른 행복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물론 손자를 돌보는 일이 쉽지는 않다.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을 공치사(功致謝)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그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놓치게 된다. 손자를 돌보며 느끼는 기쁨, 아이와 함께 나누는 그 시간들이 나의 인생에서 절대 지울 수 없는 행복한 각인으로 나를 어른으로 성장시키며 동시에 아이를 성장시킨다. 아이에게서 배우는 삶의 지혜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예전의 어르신들은 손자를 돌보는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그들에게는 ‘희생’이라는 단어가 아닌, ‘책임’과 ‘보람’이라는 감정이 있었다. 대가족 사회에서 핵가족화로 변한 현대 사회에서는 손자를 돌보는 일이 때로는 가족 간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손자를 돌보는 일을 자녀에게는 부모로서 손자에게는 할머니로서 ‘내 몫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가정의 일상이 될 것이다.
손자를 돌본다는 것은 단순히 도와주는 일이 아니라, 인생의 또 다른 장면을 열어가는 일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손자와 함께 보낸 시간을 통해 나는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의 웃음 속에서 자신의 젊은 날을 떠올리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이 모든 것은 의무라기보다는 삶이 주는 선물에 가깝다.
"가족의 기쁨과 책임은 하나로 묶여 있다. 그것을 이해할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