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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하지 마라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한 사람(100-23)

by 너라서러키 혜랑

며칠 전 단지 내 상가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던 길이었다. 그때 한 남성이 주차를 대충 한 채 상가로 들어가는 아주머니를 보더니, 느닷없이 큰소리를 쏟아냈다.

“아줌마, 주차 그렇게 하면 안 되죠!”


그의 목소리는 대낮의 고요를 쩌렁쩌렁 울렸다. 나는 순간 하늘에서 천둥이라도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도 아주머니는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하게 “죄송합니다”라며 차를 옮겼다. 싸움이라도 날 듯 팽팽하던 공기는 아주머니의 침착한 태도 덕분에 금세 가라앉았다. 그제야 나도 모르게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는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의문이 든다. 왜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타인의 잘못에는 그토록 민감해지고,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해질까? 나이를 먹는다는 건 오랜 시간 삶의 무게를 견뎌내는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자칫 퇴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한 중년의 상사가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실수에는 “사람이니까 실수도 하는 법이지”라며 슬쩍 넘어가지만, 부하 직원의 작은 실수에는 날카롭게 지적하며 책임을 묻곤 했다. 그는 자신이 쌓아온 경험으로 타인의 행동을 판단했지만, 정작 그 기준은 스스로에게만 너그러웠다.


그런 모습을 보며 느낀 건, 삶의 무게가 아무리 크더라도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좁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만이 옳다고 믿는 태도는 결국 관계의 벽을 쌓을 뿐이다.




그리고 앞서 만난 남성처럼, 타인의 실수나 행동에 지나치게 공격적인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의 작은 실수에도 불같이 화를 내며 자신의 불편함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이 그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자기 자신에게 더 깊은 불만과 결핍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부족함과 억눌린 감정이 타인을 향해 화살로 날아가는 것이다.


그 남성과 아주머니의 사이의 대화를 지켜본 후, 나는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저 아저씨가 내 안에 숨어 있었던 건 아닌지, 그 모습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에게 경계를 둔다. 나는 이런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하며, 나이가 들수록 차분하고 겸손해지는 자신을 주문한다. 과거 공격적이었던 나는 이제 그런 모습을 반품해야 할 사람, 과거의 나에게 반품서를 제출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쉽게 비판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비판하기 전에 한 번쯤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타인의 실수를 대하는 내 태도는 내가 바라던 모습에 가까울까?


아주머니의 침착한 태도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그것은 갈등을 키우지 않고 상황을 풀어내는 지혜다.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때로는 침묵과 이해가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순히 세월을 보내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타인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어야 한다. 자신에게 관대함만 남기고, 타인에게 엄격함만 강요한다면, 그것은 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퇴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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