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인데 아름다우면 괜찮다? 녜니오

by 나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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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봤다. 내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대해서 아는 건 오로지 저 위의 무도짤뿐. 여주인공이랑 남주인공이 불륜 사이라는 것 밖에 모르고 봤다.


보기 전에 크게 기대를 안 하고 봤던 이유는 그 감정에 내가 잘 이입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다. 불륜이어서 이입을 못한다는 게 아니라, 뮤지컬이라는 특성상 내가 감정이 잘 동화되지 않았던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사랑 이야기가 아닌 꿈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도 못다 한 꿈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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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두 주인공 박은태와 차지연. 박은태를 좋아해서 박은태 나오는 뮤지컬은 웬만해서 내 취향이 아닌 한 거의 다 봤던 것 같다. 차지연도 꽤나 좋아해서 나오는 작품을 여럿 봤었다. 배우들은 일단 믿고 보는 배우. 게다가 자리도 2열이라서 가깝게 배우들의 표정들을 볼 수 있었다.


뮤지컬을 멀리서 보다가 가까이서 보게 되면 꽤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표정 연기를 정말 세심하게 볼 수 있는데, 좀 놀랍다. 어떠한 한 감정에 몰두해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표정을 보면 경이로울 정도다. 그래서 앞 쪽에서 몇 번 본 이후로 뒷열에서 이제 못 보겠다. 특히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감정선이 중요한 작품은 꼭 앞에서 보고 싶었다. 다행히 이번에 티켓팅에 성공해서 2열에 앉았다.



(아래부터는 스포 있음)



이야기는 꽤나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표현하는 방법도 이해가 쉽게 표현되어 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지만 전쟁으로 인해 미군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넘어온 프란체스카. 전 세계를 떠돌면서 살고 있는 사진작가 로버트. 남편과 아이들이 며칠간 집을 비우는 동안 프란체스카와 로버트는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 같이 떠나자고 말한다.


프란체스카가 로버트와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있어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게 바로 프란체스카의 꿈이다. 프란체스카는 어렸을 때 전 세계를 떠도는 화가를 꿈꿨다. 어렸을 때부터 현실보다는 자유로운 삶을 꿈꿔온 사람이었다. 여기서 잠깐 프란체스카의 언니 이야기가 나오는데 프란체스카와 반대로 언니는 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프란체스카가 가난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을 때, 언니는 정신 차리라고 한소리를 한다. 여기서 프란체스카의 언니는 현실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프란체스카는 그와 반대로 낭만과 꿈을 추구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고, 프란체스카의 약혼자는 전쟁 중에 사망하게 된다. 전쟁 중인 고향을 떠나기 위해 프란체스카는 이탈리아에 온 미군을 만나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아이오와에서 농장을 꾸리며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낳고 살아간다.


프란체스카가 말하는 아이오와는 공허한 곳이다. 그 공허함 속에서 그냥 평범한 주부로 살아간다. 남편도 지극히 평범한 남편이다.


그러다 나타난 사진작가 로버트는 자신의 꿈과 같은 남자였을 것이다. 자신이 그리던 그림에 먼저 관심을 보이고, 프란체스카 고향에서 찍어온 사진을 보여주고, 같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꿈을 이루자고 한다. 프란체스카가 못 이룬 꿈이 눈앞에 갑자기 다가온 것이다.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 같이 떠나자고 하지만 결국 프란체스카는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평생 서로를 마음에 품고 살지만, 다시는 만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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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이상하게 나는 애니메이션 <UP>이 떠올랐다. <UP>의 초반부에 보면 주인공 부부가 자신들의 꿈인 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모으지만, 집을 고쳐야 하거나 병원비를 내는 등 현실적인 일들로 돈을 계속 써버린다. 그러다 세월은 흐르고 결국 아내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고 만다.


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UP>이 떠올랐을까?


프란체스카의 남편은 프란체스카를 아낀다. 퍽 좋은 남편이고, 내년에는 프란체스카와 여행을 가야겠다 생각도 한다. 하지만 그게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지 스스로도 장담하지 못한다. 프란체스카를 아끼는 마음과 별개로 현실을 먼저 선택하는 남편이었기 때문에 프란체스카는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껴왔다.


아이들이 있고 또 가정을 꾸려가야 했기에 프란체스카의 꿈은 저 멀리 뒷방에 있을 뿐이었다. 이건 남편의 탓은 아니다. <UP>에서 결국 아내가 여행을 가지 못하고 죽은 것처럼.


이런 상황에서 현실이 아닌 꿈을 이루면서 살자고, 꿈을 선택하자고 말하는 로버트는 그야말로 벼락과 같이 찾아왔다. 프란체스카가 로버트에게 사랑에 빠진 건 자신이 잃은 꿈을 봐줬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프란체스카는 가족들을 선택하고 평생을 지낸다.


그리고 남편도 죽고, 아이들도 모두 크고 난 이후 벤치에 앉아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근데 가사를 듣다가 눈물이 주룩주룩 났다.


" 당신이 다른 집 문을 두드렸다면, 이곳을 떠나 당신과 함께 갔다면 드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을까, 서로의 꿈을 나누며 영원한 이방인처럼 살았다면 더 좋았을까, 아이들이 힘들 때 곁에 없었다면, 자라나는 걸 못 봤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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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들었던 가장 큰 생각은 상대의 꿈을 꺾는 부부가 되지는 말아야겠단 것이었다. 억지로는 아닐지언정, 나쁜 마음으로 그런 건 아닐지언정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꿈을 꺾고 싶지는 않았다. 시대적인 제약과 아이들을 책임져야 했기에 당연히 프란체스카의 꿈은 잠시 제쳐둘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런 남편이 되고 싶지도, 또 그런 남편을 만나고 싶지도 않다. 그리고 그런 부부가 되고 싶지 않다. 당장 실현하기 어려워 보여도 또 허무맹랑해 보이는 꿈이라고 해도 상대가 가지고 있는 꿈을 응원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 로버트처럼 그 꿈을 먼저 알아봐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단순히 사랑, 혹은 불륜 이야기라기보단 꿈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꿈을 선택하자고 하는 사람과 현실을 선택하자고 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꿈을 선택하지 않고 현실을 선택하는 게 악은 아니다. 하지만 진짜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단순히 그 사람에게 잘해주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할 때가 있다. 상대가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지지대가 되어주는 관계가 되고 싶다.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 기꺼이 지지대가 되어주겠다고 말한 사람이었다.


부부라는 너무도 현실적인 관계를 앞두고 있는 나는 몽상가처럼 서로를 지지해 주는 우리를 꿈꾼다. 부부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처럼 꿈을 말하며 자유를 꿈꾸는 그런 관계가 되기를 소망한다. 지극히 현실을 함께하면서도, 그 현실 안에서 우리가 꿈꾸는 것들을 잃지를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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