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면서 문득 이런 생활이 지긋지긋하단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퇴사한지 딱 6개월 만이었다. 회사를 퇴사하고 6개월간 정말 바쁘고 끝은 엉망진창이었다.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순간도 많아졌고 책임감이라는 말이 무기력해질만큼 어지러운 생활이었다.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았는데, 나는 벌써 이 생활에 질려버렸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 디지털 노마드. 근데 나는 어쩌면 디지털 노마드에 맞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 나는 루틴을 꾸준히 지킬만한 사람이 못된다.
2. 워케이션이 싫다.
3. 혼자 일하는게 재미가 없다.
4. 지금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는 내 일이 마음에 안 든다.
4. 매일 새로운 장소에서 일하는 거 찾는 것도 일이다.
이유는 대충 이렇다. 일단 나는 루틴을 꾸준히 지킬만큼 부지런하고 규칙적인 사람이 아니다. 회사를 다닐 때는 강제로 기상을 해야하고 퇴근을 하니 그래도 어느정도 루틴이 맞춰졌다. 그런데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하니 일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짐은 물론 삶과 일이 분리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 삶이 엉망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또 나는 두 번째 이유, 워케이션이 싫다. 워케이션 비슷한 것을 몇 번 떠나봤지만 일의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여행 가서는 여행만 하고 싶고, 일하러 가서는 일만 하고 싶다.
매번 새로운 카페를 검색하고 어디서 일을 할까 고민하는 것도 꽤나 큰 에너지 소비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미숙한 내 탓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냥 이 생활이 나랑 안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디지털 노마드든 프리랜서든 뭐든 단어에 나를 정의하고 싶지 않다.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