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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도덕성에 대한 집착과 지나친 개인주의

도덕성은 아주 비싼 사회자본이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도덕성으로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만큼 치안이 안전한 나라가 없고,

청결한 나라가 드물고,

교육수준이 높고,

서비스의식이 투철한

나라는 정말 드물다.


한국은 정말 훌륭한 나라다.

국뽕이 차올라 마땅하고, 소리높혀 논리적으로 한국이 역사적으로나 지금으로나 얼마나

위대한 나라인지 설명해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은 왜 여전히 OECD 자살율 1위일까?

출산율 꼴찌, 자살율 1위

왜 그건 변하지 않는가?

그 또한 한국사람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놓은 이 시스템,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린 남보다 뒤쳐져선 안 되고

늘 예뻐야 하고, 똑똑해야 하고, 친절하기까지 해야한다는 걸 무언의 압박처럼 강요받는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밑도 끝도 없는 도덕적 잣대를 갖다댄다.


익명의 악플을 남기고

그 상대를 향한 판단분별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혐오와 분노를 낳는다.


사람 하나 몰아가서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일은 일도 아니다.

그리고 또 다른 타겟을 찾아 새로운 무덤을 파고 새로운 매장을 시킨다.

매장의 끝이 뭔지, 도대체 뭘 위한건지 알 수 없는

이 잔인한 삽질은 뫼비우스의 띠같이 끝나지 않고 돌고 도는 것만 같다.


한국에는 이미 은둔고립청소년,청년들이 넘쳐나고

10대,20대 뿐만 아니라 70-80대 노인빈곤률, 자살률도 상상을 초월한다.


왜 이토록 음식은 맛있고,

거리는 깨끗하고,

서비스하는 이들은 내게 선을 넘지 않고 친절하고,

모든 공적인 업무들이 빠릿빠릿하게 잘 돌아가고,

치안이 좋고,

교육수준이 높고,

편리함의 끝판왕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토록 우울할까?


왜 음식은 더럽게 맛없고,

거리는 얼룩진 떼와 쓰레기가 가득하고,

서비스하는 이들은 지가 갑이고 고객은 을이라는 듯 뻔뻔하게 굴고,

모든 공적인 업무는 뒷목잡게 상상을 초월하게 늦어지고,

치안은 개판이며 난민 불법이민자가 난발하고,

교육수준이 분명 높다고 들었는데

말하는건 무례하고 경박하기 짝이 없는 인간도 많고,

일머리도 별로 없어서 국가자체가 체계적이지도 않고,

불편함의 끝판왕인 유럽을

왜 나는 그토록 편안하고 행복해했을까?


그 모든걸 차치하고서라도 나에게 암묵적으로 가해지는

그 도덕적 가치판단, 틀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압박,

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만 하라는 그 느낌,

내가 좋아하는 문화,예술,자연환경에 대한 인정도 복지도 존중도 없는

그래갖고 밥벌어 먹고 살겠냐, 니가 결국 춤으로 돈 벌려면 이거해야지 저거해야지 라고

정해진 답밖에 생각하지 못 하고, 그런 정해진 대화밖에 할 수 없는 환경과 사람들.

그 것이 나를 참 살아도 산 것 같지 않게 느껴지게 하고

내 모든 상상력과 생명력을 죽여놨던 것 같다.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대중적이고,

그나마 그 안에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는 직업적 다양성이 많고,

자연을 함부로 파괴하지 않고,

역사와 전통이 지역과 마을의 문화속에, 도시 건축들마다 보존되어 살아있고,

개인의 개성이 인정되고,

좀 느리고 불편하더라도 그런 서로를 이해하고 여유롭게 받아들여주는 시각과 태도

나는 그런 것들에서 무한한 안도감과 행복을 느꼈다.


아무리 한국이 선진국이라도

태어나서 얼마되지도 않아

교도소 건물보다 싸게 지은 학교라는 틀에 갇혀

다닥다닥 붙어 오직 한 곳 칠판만을 바라보는 순간부터

대학, 직장, 결혼 모든 것들이

자로 제어놓은 것 처럼 모두가 똑같은 말을 하고

똑같은 말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조차

그 외에 무슨 말과 생각을 하고 살아야하는지는 알기 참 힘든 환경같다.

결국 그 똑같은 말과 정답은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가만히 있어도 계속 남과 비교하고 남의 눈치를 보게 된다.


물론 이런 한국조차 역사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은 바뀌고 점점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시대를 만들겠지만..

집단의 이익을 위해 니 개인의 개성은 넣어두라는

그 무언의 압박은 향후 몇십년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게 진짜 날 죽고 싶게 만들었다.

숨이 턱끝까지 막힌 상태로

헐떡헐떡 살고 있다는 걸 벗어나기 전까지는 몰랐다.

두번 다시 한국에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만큼..


한국이 최고다. 유럽이 최고다.

그런 말을 하는게 전혀 아니다.

모든 국가와 환경에는 장단점이 있고

그 모든걸 직접 경험해보고

그 안에 직접 살았을 때만 느껴지는

생생한 느낌,

그 공간과 그 사람들, 그 언어속에서 존재할때

내 안에 느껴지는 그 감각에

집중해봤을때

나는 정말 어떤 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느껴지는지

질문해봤으면 좋겠다. 모두가.


뭐든 그 안에만 있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법이다.

그건 공기와 같아서 그 틀속에 갇혀있는건지 아닌지

빠져나오기 전에는

영원히 느낄 수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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