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나에겐 그 것 뿐이었다.
계속 춰야하지 않나?
싫어진 것도 아닌데..
잠시 권태기가 온 건 아닐까?
싶었다.
그 사이에 댄서로 일할 수 있는
디즈니랜드 파리 오디션에도 합격했고,
다양한 국제 크루즈 선사에 오디션 영상도 제출해봤다.
(연락이 오지 않긴 했지만)
근데 어느순간.. 춤이란 세계가 너무 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벗어나 바라보니 알게 된 것 같다.
어느 순간,
춤이란 것이 너무나 내 잘난 맛에 사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여러분 저 좀 보세요! 저 멋지죠? 저 잘하죠?"
댄서로 살려면 기본적으로 이런 상태가 밑바닥에 깔려있어야 한다.
나 잘난 맛에 나 성장하는 맛에 사는 낙이
인생 최고의 낙이어야 이 어려운 바닥에서
"살아남을 맛"이 난다.
근데 더이상 그 낙이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달까..
그보다는
"내가 어떻게 인류에 필요한 이가 될까? 어떻게 사람들을 더 도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더 많이 하기 시작했다.
물론 춤을 직업삼아 살아온 10년 내내, 그리고 가끔씩 수업을 여는 지금도
내 수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자유와 기쁨을 누리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느낀 것처럼 나의 수업을 통해 그들도 해방감과 살아있음을 느끼기를..
그러나 춤의 세계는 정말 먹고 살기 힘들었다.
댄서로 계속 살아남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 비용이 드는데
댄서로 무대 위에서 돈을 벌기에는
너무나 경쟁률이 치열하고
몸도 금새 축난다..
늘 부상을 달고 살며
그나마 겨우 벌어놓은 돈도 재활 치료비와 병원비에 다 들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 그렇게 춤이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면
포기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 어떤 핑계도 필요없이
70 80먹은 할머니가 되도
나는 춤을 계속 췄을 것 같다.
그러나 춤이 "직업"이 되고, "생계"가 되기엔
내가 사회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틱톡이나 인스타등에 멋지게 꾸며입고,
아이키처럼 계속 새롭게 유행하는 춤영상을 찍으려
애를 써봐도.. 내가 도저히 그렇게 부지런하지도,
그만큼의 열정이나 재미를 느끼지도 못 했다.
그렇다고 춤교육에 대단한 열정을 느끼냐?
꼭 그렇지도 않다..
그러니 지금 수업을 한달에 한두번밖에 안하지
무대기획자나 연출자가 되는것?
그것까진 별로 생각을 못 해봤다.
경험이 많이 부족하기도 하고..
그냥 춤을 배우는 것 자체가
춤을 직접 추는게 좋았다.
그게 나에게 그 어떤 부귀영화를
가져다주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저 춤을 추면서 춤을 통해서
느낀 그 미칠듯한 생명력이
감사하고 좋았던 것만 같다.
근데 어느덧 33살이 됐고,
슬슬 그렇게 온 몸으로 정열과 열정을 불태우기
조금 부담스러운 나이가 됐다.
부상도 점점 잦고, 그 부상을 이겨낼만큼
더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여야하는데
그만큼 춤에만 계속해서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아졌다.
나의 열정을 꼭 그렇게 온 몸으로
격렬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다른 방식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새롭게
정말 깊이있게 공부하는 중인 것이 있었으니..
"투자"이다.
뭐랄까 너무 양극단이라 느껴질 수 도 있지만 ㅋㅋㅋ
매일매일 세계경제의 흐름을 공부하고,
돈의 역사를 공부하며,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예측해보는 것이 이토록 재밌다니!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야가 열렸다.
출렁이는 주식 차트와 가격을 보는 것도
스릴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투자금을 조금씩 늘려가고,
매달 새로운 종목을 사보고, 안전한 종목들을 모아가는 것도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최근에는 명상, 마음공부만 평생 해오신 분들께
투자강의를 해드리고 있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데
예술가건,
명상가건,
자기 노후까지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가난에 허덕이지 않는 사람으로 살면 안되겠냐고.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우리 힘들이지 말고 투자합시다. 라는 의미에서
복리와 배당투자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투자가 전부는 아니고,
이제 곧 디즈니 크루즈에 엔터테이너로 일하기 위해 출국하지만,
어쨌든 춤이 아니라도
투자와 해외취업이라는
새로운 열정거리가 생겼다는 것에
매우 즐겁고, 감사하다.
춤이 지금 내 삶에 많이 덜어내졌더라도
그게 내 꿈을 포기하거나,
나답지 않아진 것이 아니라
더 나다운 삶으로
더 세상과 잘 연결되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춤과 천천히 이별하면서..
예전에 늘 들었던 '날카롭고 예민해보인다.
외국언니처럼 솔직하고 힙하고 섹시해보인다.'
그런 것들이 다 사라진 느낌이 든다.
나의 그 야성적이고 다이나믹했던 에너지가 점점 사라진 것은
조금 아쉽고, 그립기도 하다.
다시 유럽가면 꺼내써야지
이젠 점점 차분하고 편안해보인다.
부드럽고 사랑이 넘친다.
이런 말들을 듣고 있는게 새삼스럽기도 하고,
이게 예쁘게 늙어간다는 건가 싶기도 하고
모든 시간은 영원하지 않기에,
돌아오지 않기에,
참 애틋하단 걸 알겠다.
그걸 깨달으니 마음이 좀 인자해지나보다.
언젠가 다시 춤을 추게 될까?
춤이야 언제든 출테지만.. 그걸 다시 직업삼는 날이 올까?
어쨌든 댄서로서의 삶에게
지금으로선, 안녕을 고하는 요즘이다.
조금 씁쓸하고 많은 그리움을 느끼며.